2014. 2. 4. 17:09

Just Human Beings.

Aqua/feature 2014. 2. 4. 17:09

'호주의 수영 영웅', '인간 어뢰'라는 별칭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언 소프의 최근 소식이 수영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기사] 호주 수영 스타 이언 소프, 우울증으로 병원 입원


이 기사의 마지막 문장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부터 우울증에 시달려 온 듯한데 

그렇다면 소프는 벌써 근 10년째 이 힘든 병과 싸우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도 런던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수영선수 복귀를 선언하기도 하고 

결국 선수로서의 출전이 불발되긴 했지만 대신 방송 해설위원으로 올림픽 무대를 다시 찾기도 했던 모습을 본 터라 

이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단 말인가... 하고 놀랍기도 하고 너무나 안타깝기도 하다. 


요새는 아무 데나 멘탈 소리 갖다 붙이는 게 유행인 것 같은데 생각할수록 그런 얘기 함부로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 멘탈드립 좋아하지도 않지만...

소프가 처음 우울증을 얻게 된 것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압박감에서 비롯된 거라는 언급이 있지 않은가. 

(실제 소프가 자서전을 통해 고백한 내용이라 한다)


고독한 영웅. 

왕관을 쓰는 자는 당연히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소프라고 멘탈이 약한 사람이었겠는가. 아니, 오히려 누구보다도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사람이었을 것이다. 

챔피언이라는 자기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우러러보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엄청난 정신적 압박을 견디는 사이 그 극심한 무게로 인해 그의 마음과 몸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그 결과 지금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여신이니 남신이니 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올 때마다 거슬렸던 이유, 

강철멘탈 유리멘탈 레기멘탈 이런 단어가 유행하는 게 보기에 영 좋지 않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같은 사람인데 자꾸 무슨 신을 찾어.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고 열받으면 폭발하고 아프면 힘들고 그런 건 누구나 다 똑같은 건데. 

물론 같은 상황이라도 잘 견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금방 주저앉는 사람이 있는 건 맞다. 

그 견디고 못 견디고의 지점에서 인생의 갈림길이 나뉘는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고. 

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사회 질서에 금이 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게 아니라면, 

한 개인의 '정신적 내구성'을 가지고 누군 잘났네 누군 못났네 이러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돌다 보면 사람들, 특히 (스포츠) 스타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참 잔인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야말로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완벽한 존재, 말 그대로 '신'이 될 것을 요구하는 시선. 

그러다 세상이 요구하는 그 엄격한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바로 여론의 폭격이 가해지고. 

네티즌이 먼저 시작하는 건지 언론이 먼저 시작하고 네티즌을 부추기는 건지 그건 모르겠다. 

(사실은 후자라는 의견들이 많던데)

어쨌든 그런 시선들에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선수들이 지고 있는 그 마음의 짐은 얼마나 무거울 것이며 

그 무게는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의 몸과 마음에 균열을 내고 있을 것인가.


착잡한 마음에 상념만 늘어서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는데...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선수들은 신이 아니다. 

보통의 사람들보다 조금 더 강한 몸과 마음을 가졌을지언정 사실은 우리와 다를 바 거의 없는 평범한 한 인간일 뿐이다. 

그러니 너무 많은 것을 그들에게 요구하지 말자.

혹시 우리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들의 성적이 안 나오더라도, 

그들의 일상이 우리가 바라고 상상했던 완벽한 모습들이 아니더라도 

실망하거나 분노하지 말고 그들을 그저 우리와 같은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 여기고 대하자. 

(사실 이건 네티즌도 네티즌이지만 언론의 문제도 있는 듯... 아니 언론의 문제가 더 심각한 듯 한데. 

언론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도 결국은 언론 소비자격인 네티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일 듯하다)


올림픽을 3일 앞둔 시점에서, 태극전사니 영웅이니 여신이니를 찾는 수많은 기사들 사이에서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언 소프의 기사를 보고 

무거운 마음에 몇 자 적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