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3. 19:33

오후에 인터넷을 보고 그만 경악을 했다.
정말 이런 날이 올 줄이야.

2003년 현대캐피탈에 부임한 이래 8년.

그동안 두 번의 우승을 했고, 다섯 번의 준우승을 했다.

갈수록 한계를 노출하며 팬들의 지지도 잃어 갔고 2009년 가을에는 태릉에서 폭행사건까지 터지면서 명예에 더욱 금이 갔지만
그가 처음 이탈리아에서 들어왔을 때 그에게 쏟아진 기대와 인기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05-06, 06-07 V리그 2연속 우승 때야말로 단연 그의 감독생활 최대의 황금기가 아니었을까.

그때를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을 걸었고 이제는 총감독이라는 이름과 함께 일선에서 물러난 김호철 감독.

이탈리아에 머무르고 있다는데 지금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실 난 그가 썩 맘에 들진 않았다.
화끈하고 에너제틱한 면모 자체는 좋았지만, 내가 그의 라이벌 팀인 삼성의 팬이었던 탓인지,
삼성 신치용 감독의 조용하고 진중한 모습에 더 익숙했고 더 끌렸기 때문인지,
내가 응원해 온 팀에 밑도끝도 없이 비난을 쏟아붓던(그중의 어떤 말들은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지만) 그 팀의 팬들에 반발심이 든 탓이었는지,
어쨌든 그가 좋지만은 않았었다.

경솔한 행동도 여럿 있었고 그 일련의 일들로 인해 호감을 더 잃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 팀의 벤치 맞은편에 서 있는 그를 못 본다고 생각하니, 왠지 허전하고 공허한 느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오랫동안 지지고 볶고 살아온 이웃이 어느 날 훌쩍 말도 없이 아주 멀리 이사를 가 버린 기분이랄까.

나중에 신감독이 일선에서 떠날 때도 이런 기분이 들까...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왠지 서글퍼진다. 이렇게 하나 둘 시간 속으로 사그라지는구나 싶어서.

소식이라도 자주 전해 왔으면 좋겠다. 왠지 그리워질 것 같아서. 

이제와 생각해 보니, 미우나 고우나 그간 참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어쩌면 내가 김감독도 꽤 좋아했던 건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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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감독님, 그간 수고하셨습니다.
(어디서든 행복하게 사시란 뜻으로 이 사진을 올려봄... 출처는 http://sports.media.daum.net/general/news/moresports/breaking/view.html?cateid=1031&newsid=20070114171034950&p=new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