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24. 00:15
오늘 태국전 나홀로 38득점을 올리면서 대표팀을 아시아선수권3위에 올려놓은 한국 거포, 김연경. 김연경에겐 안붙은 수식어가 없다. 예전 갓 데뷔할때 기사들 보면 그때 한창 이슈였던 박주영에 견주어지기까지 한것을 보면 (상대적 클래스로 보면 김연경이 더 높은 커리어를 이룬 것 같지만, 스포츠 풀의 규모와 인지도에서 패배 ㅠㅠ) 대단한 선수임이 틀림없다.
신은 한송이에게 큰 신장을 주었지만, 극악의 리시브 실력과 엄청난 기복을 함께 주셨고, 한유미에겐 공격센스를 주었지만 무릎 십자인대와 멘탈(코트안에서의 화이팅 혹은 리더십)을 앗아가셨다. 배유나에겐 통크게 배구센스를 쏘셨지만 적절한 포지션을 점지해주시지 않았고, 윤혜숙에게 준수한 수비실력과 엄청난 탄력을 하사하였으나 신장을 한송이에게 줘버렸다.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정말 혜성처럼 나타난 김연경. 그도 그럴것이 배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김연경의 갑작스런 성장이었다. 키가 작아서 그나마 백업으로 투입되며 공격보다 수비와 2단연결만 연습하던 유년시절을 거쳐 신장때문에 진로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때쯤 기적처럼 쑥쑥 (여학생이 고등학교 진학 후 20cm가 자라나는 신비한 광경ㅋㅋㅋ)자라는 선물을 받던 그 어느날, 김연경은 수비도 잘하고 2단연결도 안정적인, 꽂아넣든 비틀어넣든 뭘해도 되는 공격능력에 키'까지'갖춘 완전체가 되어있었다.
성인무대에도 없던 이 캐사기유닛이 프로무대를 장악하게 되는건, 장악하지 못하는것보다 더 힘들었을터. 비가 내리면 옷이 젖어내리듯 리그 곳곳에 김연경의 흔적이 남겨지기 시작했다. 배구팬들이 김연경을 까지못하고(06-07때 승질부리다 퇴장당할때 빼고) 찬양할 수 밖에 없는건................ 이런 재미없이 월등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김연경을 좋아하다 못해 존경하는 이유는, 김연경은 결코 예쁜배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움츠러들지않고, 피하지않고, 먼저 나서서 날아오는 공을 받고(이건 조상희를 까는건가?) 거칠기까지하다. 김연경의 플레이는 여자배구가 아닌 그냥'배구'였다. 어떻게 하면 더 세게 때릴 수 있을까, 더 깊은 각도로 꽂을 수 있을까. 김연경의 점프가 우아할 지언정, 스파이크는 굉장히 거칠고 투박했다.
김연경을 제외한 선수들이 보여주지 못한 플레이가 바로 이 선머슴같은 플레이였다. 우연히 읽었던 남들이 말하는 '배구선수 김연경'에 대한 기사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김연경이 남자부 플레이를 보며 블로킹을 연구한다는 이야기였는데, 어찌보면 신체조건이 확연히 다른 남자부 경기를 연구한다는게 어불성설이겠지만, 김연경이 남자부 블로킹에서 배우려 했던건 "보폭"이었다. 김연경의 유일한, 정말 유일한, (네임밸류에 아주 초큼 못미치는) 약점이 블로킹이었는데 어느순간 이전보다 블로킹능력이 좋아졌다 했더니 김연경은 남자선수들의 성큼성큼 큰 보폭을 보고 익혀가며 약점을 보완해가고 있었던것. 이 얼마나 스포츠 순정만화같은 이야기인가. 한창 예쁠나이에(이건 좀 쓸모없는 어두) 더 거칠고 더 중성적인 플레이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배구천재.
플레이를 떠나 김연경이 코트안에 꼭 필요한 이유는 화이팅이다. 나는 김연경 특유의 화이팅이 좋다. 겁도없이 선배의 엉덩이를 토닥이고 장난치며 열받으면 욕도 좀 뱉는 분위기메이커. 흥국생명의 용병 카리나까지 앓았던 연경앓이. 소녀가장마냥 대표팀이 안되는날엔 혼자 창과 방패를 모두 도맡아 하는게 조금 안쓰럽지만, 어쩔수있나. 잘난게 죄인것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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