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파트가 시작하고 사람들로부터 가장먼저 나온 말 은 "진선유가 그립다"였다. 물론 이런 말 이 나올 수 있다. 진선유는 금메달만 세개를 따낸 '토리노의 여왕' 이었으니까.
이번 올림픽에는 김민정,조해리,최정원,이은별,박승희가 출전했다. 솔직히 나도 작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진선유가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탈락해서 놀랐었다. 당연히 이번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나 기대도는 4년전보다 떨어졌다.
여자 쇼트트랙은 500m는 중국에게 내주되 1500m는 항상 금메달을 고수해왔다.
2002년 솔트레이크에서는 당시 중학생이었던 고기현이 세계최강인 양양A-양양S(중국), 라다노바(불가리아),동료 최은경을 누르고 금메달을 가져가 세계를 놀라게했고, 2006 토리노에서는 진선유가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멋진 금메달을 따냈다. 그때도 금-은-동을 휩쓸뻔 한 찬스가 있었지만 3위로 골인한 변천사가 실격되며 진선유와 최은경만이 메달을 가져갔다.
올해는 조금 달랐다. 준결승에서 어드밴티지로 올라온 선수가 2명이나 되서 무려 8명의 선수가 결승을 치루게 된 것. 우리나라 선수가 세명이나 있자 당연히 국민들의 가장 큰 기대는 '금-은-동' 싹쓸이였다. 여자 1500m에 앞서 열렸던 남자 1500m에서 이호석 때문에 그런 기회를 놓쳤고 이번엔 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던 것.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조우양(중국)의 괴력이 엄청나긴 했지만 3명의 선수가 모두 결승전에 올라갔는데 금메달을 놓치니 아쉽기도 했다. 이번 작전은 박승희가 미리 나가서 자리를 잡고 이은별과 조해리가 마지막에 치고 나오는 것 이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이 작전은 실패했다. (가장 큰 이유는 캐서린 로이터-_-) 만약 1500m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아쉽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국선수들 모두 잘했지만, 레이스 후반 캐서린 로이터(미국)와 1위를 질주하던 박승희가 충돌하는 것 이 매우 아쉬웠다. 캐서린 로이터는 예전부터도 거친 경기를 해서 주의를 받곤 했었는데 결국 일을 내 버렸구만. 1500m 준결승에서도 분명히 실격사유가 있었던건 로이터였는데 조용히 잘 가던 왕멍이 실격 당해 결승전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그리운 진선유
결국 1500m 결승전의 결과는 금(조우양) 은(이은별) 동(박승희).
메달 색깔이 어떻든 정말 수고 많았다. 정말 지옥같은 훈련과 레이스를 거쳤고, 금메달을 꼭 따야한다는 엄청난 압박감도 있었을텐데. 저렇게 어린 선수들이 저런 멋진 레이스를 보여준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메달 색깔이 뭐가 중요하리-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그거야말로 금메달이다.^^
(이은별-조우양-박승희)
그리고 1500m보다 더 먼저 펼쳐졌던 500m.
500m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에선 '아킬레스건'이라고 불리워지는 그런 종목이다. 500m는 스타트에서 70% 승부가 갈린다. 당연히 덩치좋고 보폭 큰 스피드 빠른 선수가 유리할 수 밖에 없고, 비교적 몸이 작고 스타트가 느린 우리 선수들이 500m에서 재미보기 힘든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홈 팀 캐나다에서는 Kalyna Roberge(칼리나 로베지)나 Marianne St-Gelais(마리안느 셍젤레)에게 메달을 기대하던 눈치였고, 결국 이 기대를 머금지 않고 셍젤레가 왕멍에 이어 2위로 골인하며 은메달을 차지해 홈팀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선수는 셍젤레보다 로베지였는데 로베지는 B파이널에서 2위로 골인하며 500m 최종 6위를 기록했다.
로베지는 4년전 토리노 올림픽에서도 500m 4위를 기록했고, 3000m 계주에서 에이스들만 출전한다는 라스트 주자를 서서 캐나다의 은메달에 1등공신이기도 했다. 그런 선수가 아쉽게 준결승에서 3위로 밀려 B파이널에서 뛴 모습은 약간 안타까웠다. 결국 500m 결과는 금(왕멍) 은(마리안느 셍젤르) 동(아리안나 폰타나)
여담이지만 동메달을 딴 폰타나는 4년전 토리노에서 봤을 땐 당시 16살의 나이로 올림픽에 출전한 생판 어린애였다. 당시 3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그 이후 유럽챔피언을 지내다가 올해 올림픽 개인종목에서 드디어 동메달을 따냈다. 이탈리아 언론에서는 폰타나를 "유럽을 지킨 선수"라고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맞는 말 일지도 모른다. 북미나 동양나라(캐나다와 미국, 한국과 중국이라고 하면 그냥 게임장땡이지만)들만 메달을 휩쓸어가는 쇼트트랙에서 이탈리아 선수가 메달을 따냈으니 그럴만도.
여자 500m에서 홈팀 캐나다에 은메달을 알긴 마리안느 셍젤르.
중국 입장으로썬 아쉬운게 왕멍-조우양과 함께 '트리오'를 형성했던 리우치홍이라는 선수가 올림픽 전 에 부상을 당하며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다. 리우치홍의 주종목은 500m. 스타트가 약하지만 엄청난 지구력을 자랑하는 조우양(한국 선수들과 흡사 비슷한 스타일의 소유자)과는 달리 단거리 전문선수로써, 또는 계주 1번주자로써 딱 알맞은 선수였는데 중국으로썬 아쉬운 결과였다. 만약 리우치홍이 출전했다면 왕멍과 함께 금,은메달을 땄을 것 같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오늘 열린 3000m 여자 계주 결승전.
12년전,8년전,그리고 4년전 마음을 조아리며 응원했던 모습이 생각난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3000m 여자계주에선 릴레이 종목에서 엄청난 실력을 발휘하던 김윤미를 2번 라스트로 넣고 안상미-김윤미-전이경-원혜경 순서대로 레이스를 진행했다. 당시 중국선수들의 실력도 엄청났고, 한국은 예상대로 중국과 캐나다에 뒤쳐져 경기를 시작했다.
이 때 전술은 안상미가 김윤미를 밀어줄 때 인코스를 노려 승부를 보자는 것 이었다. 계속 3위로 경기를 진행하던 한국은 캐나다를 어느새 추월했고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안상미가 김윤미를 밀어줄때 인코스를 노려 거짓말처럼 중국을 역전시켰다. 결과는 한국의 금메달. 이 때 나는 어린 나이었지만, 놀랍고 기뻐서 쓰러질 뻔 했었다. 12년전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중국 선수긴 하지만, 정말 위대하고 멋진 선수였던 양양A (우측 여자)
2002년 솔트레이크에서는 당시 세계최강이었던 중국에게 당연히 밀릴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1번주자(주민진)가 반 바퀴를 더 돌고 2번 라스트 주자(최민경)를 밀어주며 세계최강 중국을 눌렀었다. 그때 전술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전술이었고 중국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어쩌면 그게 당연할지도. 전력으로 보면 어차피 밀리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뒤 그러다 나온 전술이 이것이었다. 몸집이 비교적 작은 양양S가 몸집이 큰 양양A를 밀어줄 때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사실이었고, 한국은 이를 노린 것이었다.
양양S-양양A-선단단-왕춘루로 이어지는 중국 여자쇼트트랙은 당시 막을 자가 없었고, 특히 저 4명은 릴레이 종목에서 맞춰왔던 시간이 엄청나게 길었기 때문에 한국 계주의 금메달은 더욱 더 뜻 깊었다. (저 4명의 선수는 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따낸 멤버들이었다) 만약 저 전략이 없고 그냥 평범하게 갔다면 금메달은 없었을 것이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도 역시 전략이 있었다.
가장 신체조건이 좋고 스타트가 좋은 전다혜를 결승전 1번 스타팅 주자로 넣고,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주로 넣는 4번 주자에 당시 1500m 동메달을 실격때문에 놓친데다가 1000m도 파벌때문에 나가지 못한 변천사를 넣은 것. 변천사는 결국 비교적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 상대로 추월을 계속 시도하며 개인전에서 따지 못한 메달을 계주에서 분풀이했다. 또한 왕멍,로베지와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않고 끝까지 스퍼트한 에이스 진선유도 너무 멋졌다. 여담이지만 당시 캐나다와 중국의 몸싸움이 너무나도 치열해 캐나다 선수들이 '한국 금메달의 1등공신'이라는 말도 있었다 ㅋ
당시 중국은 1위를 계속지키다가 한국에 추월당했고 나머지 반바퀴를 남기고 캐나다에게 추월당하며 3위로 골인했지만, 왕멍의 반칙이 지적되며 실격당해 결국 홈 팀 이탈리아가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이탈리아의 동메달이 확정되자 너도나도 얼싸안고 기뻐하는 이탈리아 홈 관중들과 얼음에서 춤출 기세인 이탈리아 선수들을 보며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그리고 오늘 3000m 계주. 말하고 싶지도 않다.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잘 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때처럼 계주도 중국에게 밀린다는 의견이 컸지만, 이를 보란듯이 대놓고 1위로 골인했다. 만약 한국이 금메달이었다면, 1등공신은 3번주자 이은별과 4번주자 김민정이었을텐데. 정말 아쉽다. 다른 대회도 아니고 올림픽인데, 그런 쓰레기같은 심판이 아직도 있다니. 정말 싫다.
이번 전략도 4년전 토리노와 비슷했다. 어차피 한국의 가장 큰 맞수는 캐나다나 미국이 아닌 중국이었다. 중국은 '에이스' 왕멍과 조우양을 1,2번주자로 넣었고 3,4번주자는 어쩔 수 없이 비교적 떨어지는 선수들이 타게 된다. 이를 노린 한국의 레이스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는데 김민정의 반칙이 지적되며 어이없게 다 따놓은 금메달을 놓쳤다. 결과가 어떻던, 난 우리나라 여자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지옥같은 훈련을 계속하며 입에 단내가 나도록 금메달을 위해서 뛰었을텐데...
언제든 기회는 오기마련이니까, 다음에는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싶다.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제임스 인지 뭔지 그 쓰레기같은 심판은 제발 처치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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