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6. 20:26
그리고 역시나 모처는 한바탕 난장이 벌어졌다.
아마 좀 있으면 배구멸망설이 다시금 대세를 탈 듯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년 국대 시즌 중후반기쯤이면 여지없이 유령처럼 배구 관련 커뮤니티를 떠도는 영원한 떡밥. 배구멸망설 오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그게 현실이자 진리인 것을 부정할 수가 없으니 오오 통재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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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란 말이 있더라.
라틴어인데, 대충 의역하면 '急 신님하 강림' 쯤 될 듯.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쓰이던 무대 기법이라는데 극중 갑자기 신이 나타나 모든 사건을 한방에 해결해 주는 기법이라나 뭐라나...
솔까 지금 배구판 돌아가는 거 보면 저 데우스 엑스 마키나 외에는 전혀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선수가 없다고?
좋은 선수가 처음부터 하늘에서 막 뚝 떨어지나?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쏟아진다는 내용의 'It's Raining Men'이라는 노래도 있긴 하다만 그건 말 그대로 그냥 노래지.
선수를 만들어야 선수가 생기지 처음부터 완성되어 있는 선수가 어딨어.
김연경은 완벽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는데, 김연경도 어릴 때 키가 작아서 리베로에 세터에 별 거 다 해봤다고 했었음.
선수 만드는 게 별 거 있나?
그냥 어릴 때 이것저것 많이 가르치고 경험시키고 거기다 경기 읽는 시야까지 스스로 가질 수 있게 도와 주면 그게 선수 만드는 거지.
근데 지금 중고배구가 그렇게 하고 있음?
공격하는 애만 줄창 공격하고 수비하는 애는 줄창 수비만 한다며?
(취직이 뭐고 대학이 뭐길래. 그래 세상이 더러워서 그런다 안습)
그나마 중고교 시절에 유망주 소리 듣던 애들도 성인이 되고 나서 망가지거나 예전만 못한 경우가 다반사고.
가끔 보면 배갤에 현재 고등학교 유망주들에 대한 기대글이 적지 않게 올라오던데 (특히 문모양)
지난날 배유나는 안 그랬음? 염혜선은 안 그랬음? 황민경은 안 그랬음? 걔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올라올 때 대다수는 반기지 않았었음?
그러나 지금 그들은??
단순히 걔들이 그냥 허파에 바람 든 막장녀들이어서 별볼일 없어졌다고 단정할 수 있음? 오직 그애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있음?
그냥 혼자 죽어라고 노력만 하면 주변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든 닥치고 다 이뤄지는 거임? 정말?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그리고 선수를 만들려면 먼저 선수가 되려는 아이들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지금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어린애들에게 직업 배구선수로 사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대한민국 땅에 몇이나 됨??
프로팀도 몇 개 없어, 선수 처우도 안습, 엔트리 수용폭도 좁아서 어지간하면 2~3년만에 은퇴,
(남자는 군 입대-제대 갖고 엔트리 돌려막기라도 하지. 여자는 엔트리 차면 이뭐 그냥 은퇴 아니면 임의탈퇴 아님?)
은퇴한 후에 어쩌다 운좋아서 어디 딴 데서 러브콜 들어와도 원 구단이 이적동의서 안 써 주면 다 소용없고.
협회는 그냥 아무 생각 없는 집단 같고,
선수 프리허그 이벤트 하나 벌여 놓고 스스로 잘했다고 희희낙락하는 연맹도 할 말 없고,
판매순위에 급급한 영업사원마냥 당장의 성적에 집착할 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체계적으로 선수와 팀을 만들어서 팬들이 기억하고 사랑할 만한 배구를 해보겠다는 야망 한 번 드러내 보이지도 못하는
용기없는 일선 지도자들도(학원배구건 프로배구건) 갈수록 실망이고,
지도자들이 저렇게 살 수밖에 없도록 환경을 그렇게 내몰고 있는 구단주들(학원배구라면 학교 관계자들)도 짜증나고.
외국인 지도자 영입만 하면 다 되는 줄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솔까 외국인 지도자가 온다고 한들 그 사람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데?
구단주들이 사오긴 한대? 협회가 초빙하긴 한대?
그런 사람 데려올 의지도 없을 뿐더러 데려온다고 한들 그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주겠냐고.
트집 잡아 내쫓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1년이나 버틸까 모르겠다.
더욱이 외국인 지도자라고 해도 개인 능력치는 다 천차만별일 텐데, 외국인 지도자 영입하는 것도 쉬운 일 아님.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하는데.
난 협회나 연맹이나 각 구단에 그런 능력자는 없다고 봄.
협회나 연맹에 그만한 실력이 있었으면 배구팬들 사이에서 똑같은 비난이 몇 년째 한 해도 안 거르고 계속 나올 리가 없음.
일본한테 맨날 깨진다고 기분나빠할 것도 없음.
선수 누구누구가 빠져서 그런 거라고 탓할 것도 없고 아쉬워할 것도 없음.
이건 선수의 문제가 아니야. 선수 개인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건 핀트가 안 맞아.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구. 그 뿌리는 훨씬 깊고 심각해.
집권세력이 얼마나 현명하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기 마련인데, 배구계라는 한 경기단체의 운명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임.
이건 정말 극단적인 말인데, 솔직히 난 지금 이 배구계 행정가들에게 경영이나 행정이란 개념이 있긴 한 건지 의심스러움.
이런 환경설정 가지고는 김연경이 한 트럭으로 쌓여 있어도 소용없을걸.
변혁이 필요한데... 그것도 정말 대대적인 변혁...
스피드배구 이런 게 문제가 아니라...
배구선수의 육성과 관리와 처우부터 시작해서, 하나의 산업으로서 프로배구의 비전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총체적 시스템을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이 디자인해야 하지 않을까 싶음.
근데 이건 사실 배구계라는 한 영역에서 해결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문제인 것 같음.
더 깊이 파고들면 학원체육 문제부터 시작해서 입시문제, 사회 계층구조, 더 나아가 정치;;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것 같은
무시무시한 생각이 드는데 말이지;;;
(스케일 돋네............)
...대한민국 배구팬에게 아무 걱정 없이 기분좋게 배구 보며 좋아하는 선수, 그리고 팀과 함께 즐겁게 늙어 가는 생활은 정녕 사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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