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24. 22:30
이 배구 저 배구 안 가리고 보다 보니
팀마다, 리그마다, 지역마다 배구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붕어빵처럼 다 똑같으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거겠지.

지금까지 내가 보아 왔던 배구는...
국내 남녀 프로리그(=V리그), 남녀 국대경기(월드리그, 그랑프리), 
제레미님한테 제공받아 본 유럽 여배경기 몇 편,
LAOLA TV라는 사이트에서 가끔 들여다 본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
문성민이 독일에 가 있을 당시 새벽에 아프리카로 봤던 독일 리그 경기,
그리고 최근에 띄엄띄엄 본 김연경의 일본 여배 리그 경기..
(의... 의외로 많다)

대충 이 정도 되는 것 같다.

저 경기들에 대해 제각각 세밀하게 평을 하기엔 내 내공이 너무 후달리므로 패스하고...
그냥 느낀대로 쓰자면

1. 국내 리그 :
   수비를 중시한다. 리시브에 이은 세트플레이(이동시간차 등)를 즐겨 한다. 용병에 큰 공격을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큰 공격에 의존하다 시망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이른바 몰빵논란이 여기서 출발한다;

2. 국제 경기 및 유럽 리그 : 
   토스의 스피드를 중시한다. 속공과 퀵오픈이 주류를 이룬다. 여배의 경우 외발이동공격이 많고, 남자는 시간차백어택이 많다. 
   랠리가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다. 강서브가 많다 보니 서브에이스/서브범실이 난무한다.

3. 일본 여배 리그 : 
   수비가 강하다. 민첩한 움직임이 강조되는 것 같다. 긴 랠리가 이어질 때가 많다. 많이 보지 못해서 길게 표현하기 어렵다.

어느 것이 가장 바람직하냐고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2번을 찍는다.
우리나라도 당연히 2번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국내 리그는 완전히 구식이고, 국대 나가면 힘도 못 쓰고 항상 깨지니까,
하루빨리 2번 스타일로 개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의견에도 일리는 있다.
지금 국제적으로도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2번 스타일이, 강서브가 난무하는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된 스타일이라고 하고
1번 스타일이 리시브가 흔들릴 경우 제 플레이를 하기 버거워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2번 스타일의 장점을 최대한 많이 수용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런데...
그냥 단순히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바라봤을 때...
2번 스타일은 왠지 재미가 없다;;
랠리가 너무 길어도 토나오지만 랠리가 너무 없어도...-_-;
그리고 속도감은 있는데 만들어가는 재미랄까? 그런 게 좀 없다. 
그래선지 여배 경기는 그런대로 재밌게 보는 편인데 남배 경기는 도저히 못 보겠다;;;
아주 수준이 높은 경기라는데 난 그랬다...

난 공격수들이 좌우로 많이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해외 여배 경기를 그런대로 어려움 없이 보는 건 외발이동공격이 자주 나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센터와 윙이 같이 묶어 돌아가는 이동시간차도 좋아한다.
속공과 퀵오픈도 좋아하는데, 이런 간결한 패턴과 복잡하게 엮어서 움직이는 세트플레이가 적절하게 잘 어우러져서
다양하고 아기자기하게 경기를 만들어 가는 게 좋다. 
착실한 수비와 2단연결도 중시한다.
결국, 내 취향은 리시브가 잘 되었을 때의 1번 스타일에 가깝다.
물론 빠르면 당연히 좋고...

누구나 각자 자기만의 취향이 있을 것이다.
내 취향은 아무래도 요즘 어딘가에서 환영받기는 아주 글른 스타일인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누구나 개인의 취향은 충분히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바람직한 배구의 형태는 정해져 있을지 모르지만,
각 리그의 성향이나 팀 컬러, 그리고 각 개인이 선호하는 배구 스타일은
그 자체로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PS. 나의 삼성이 이런 내 취향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 주는 경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ㅠ 힘든 줄은 알지만ㅠ

'Volleyball > oth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터의 조건? (2)  (2) 2010.01.28
본격 장충 까는 해설.  (2) 2010.01.27
2009-2010 V리그 올스타전 투표 결과  (1) 2010.01.26
추억의 '짱점 1.8사태'  (2) 2010.01.21
2009~2010 V-리그 올스타전 둘째주 투표 현황  (1) 2010.01.20
같은 선수 인터뷰일까?  (3) 2010.01.19
감독이라는 이름.  (3) 2010.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