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31. 01:28


한국 스포츠에서 용병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여자배구에서 용병을 제외하면 게임이 안 될 정도로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국내 선수들과는 다른 파워풀한 모습이나 우월한 신체조건 등 여러가지 모습으로 배구팬들의 큰 관심을 사고있는데...

지난 시즌 도로공사에 영입된 밀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내가 밀라를 처음 본 건 2006년 세계선수권이었다.
당시 도미니카는 지금 전력과는 달리 한국보다는 몇 수 아래였고, 밀라는 당시 미들블로커(센터)로 뛰고 있었다. 밀라의 대각 센터 바르가스의 키가 194cm나 되서 180cm밖에 되지 않는...어쩌면 센터 치고는 매우 작은 선수가 오히려 바르가스나 한국의 김세영,정대영보다 더 잘해서 놀랬었는데 그게 밀라였다.

도미니카 붙박이 국가대표 공격수라 2007년 월드컵,2008년 올림픽예선 등 2006년 이후 여러대회에 나왔었는데, 밀라가 가장 인상 깊었던 때는 일본 도쿄에서 있었던 올림픽예선 한국 전 이었다. 그당시 도미니카는 데라크루즈와 누녜스 쌍포와 더불어 일본리그에서 뛰며 한창 기량이 올랐던 미들블로커 론돈-바르가스의 센터진의 높이를 자랑하고 있었고 사실 아시아 팀 에 대한 그런게 없었다면(성적으로만 갔다면) 올림픽 행 은 카자흐스탄을 누르고 가야했을만큼 좋은 전력이었다.
유럽팀인 폴란드,세르비아와 일본에게는 패했지만  카자흐스탄,푸에르토리코,태국을 비교적 쉽게 누르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을 만났는데 당시 주전 윙 공격수로 나온 밀라(카브랄)는 범실만 엄청 해대서 한국팀의 엑스맨 역할을 했다(허주옹과 김상우 해설의 말을 빌리자면 그때 카브랄이 코트에 있는게 우리팀 도와주는거라고 했었는데).

그 후 몇달 뒤 아우레아 크루즈,카리나 오카시오,데라크루즈가 한국행을 선택하고 얼마 있지 않아 밀라가 도로공사 용병으로 영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밀라가 물론 노련하고 잘하긴 하지만 아우리 처럼 리베로급 수비를 자랑하는것도 아니고 데라크루즈 처럼 높이를 자랑하는 선수가 아니라 약간 의아해 했다.
하지만 밀라는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2008-2009 브이리그에서 공격 부문에서 모두 정상을 자랑하며 공격수 없는 도로공사를 책임졌다. 밀라가 훌륭한건 기량이 훌륭해서 뿐 만 아니라 코트 밖이든 코트 안 이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지금 도로공사는 팀을 만들고 있다.
하준임,이보람,황민경 등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을 영입했고 특히 올해는 GS칼텍스에서 이소라를 데려오면서 팀을 재구성하고 있다. 어린선수들로만 이루어져있어 당연히 성적이 좋을 수 없다. 맏언니 임효숙도 부상에서 골골 대고 있어 코트에서 많이 뛰지 못하고 있고 리베로 김해란이 팀을 이끄는 이 상황에서, 밀라의 역할이 더더욱 들어나고 있다.
사실 코트 안 에서 분위기와 표정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범실을 하고 블로킹에 걸린다고해도 표정이 어두워지면 팀 전체에 그 분위기가 전파가 되게 되는데, 밀라는 이런 점 을 매우 잘 아는 것 같다.

수원으로 현대와 도공에 경기를 보러갔었는데 이소라가 흔들리자 밀라는 2세트가 끝나고 휴식시간때 통역을 불러 이소라를 달래고 있었고 이는 나에게 충격으로 돌아왔다. 밀라가 정말 훌륭한 선수인건 당연히 알고있었지만, 이 정도일지는...
이런 모습은 국내 모든 선수들이 밀라를 본받았으면 좋겠다.
예를들어, 만약 내가 밀라였다면 지난시즌 끝나고 재계약을 하자고 했다면 당연히 "No"를 외쳤을 것 이다. 공격부담도 너무 많고 그렇다고 세터가 안정적인것도, 팀이 정상급의 전력을 자랑하는 것 도 아니다. 하지만 밀라는 팀이 좋아서 도공에 다시 재계약 했다. 2년연속 팀의 맏언니, 아니면 엄마 역할을 하고 있고 여전히 공격부담이 엄청나다.
하지만 밀라는 항상 웃는다. 본인도 알 것이다. 자신이 쓰러지면 팀이 쓰러지고, 자신의 표정이 어두워지면 어린 동료들이 침울해질 것이라고...밀라는 정말 칭찬이 아깝지 않은 선수이다. 용병이라면 솔직히 거만해지고 태업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될 수 있지만 밀라는 그렇지 않다. 정말 배울 점 이 많은 선수 인 것 같다. 배구선수를 떠나서 인간 밀라는 모든 사람들을 반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아마 실력도 실력이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항상 "난 괜찮아"를 외치며 어린 동료들을 이끄는 저런모습이 꼴찌팀 도공에 큰 시너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름(Milagros=스페인어로 기적이란 뜻)처럼 언젠간 도로공사도 밀라로 인해 기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도공팬은 아니다...)


난 이래서 밀라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