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 02:38



 김연경이 없는 흥국생명은 과연 어떤모습일까, 꼴찌팀을 4년간이나 정상에 올려놓은 에이스가 없는팀. 기대15% 걱정 85%의 마음으로 뚜껑을 열어본 V리그. 그리고 그 중반기. 성적을 떠나서 팀 상태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4년간 5번의 감독교체라는 전무후무한 일처리와 연경생명이 어디 가냐는 비아냥, 그리고 연패. 빠와 까는 한장차이라지만 그나마도 몇년을 잘나가던 흥국을 응원하던 소위 '빠'의 입장에서는 어쨋던 지는경기가 이기는경기보다 좋을 수는 없을터.


 가장 큰 화두인 "김연경"의 부재는 공격수 한명의 교체를 떠나 팀내 모든 부분에 엄청난 변화?퇴화?를 가져왔다. 공격은 두말할것도없이 주전리베로가 조상희였던 암울한 시대에도 그나마 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그녀의 수비능력,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분위기메이커로서의 역할. 김연경이 없는 코트는 화이팅도 남아있지 않았다.


 2년만에 직관하는 나에게 장장 5연패는 정말 상상도 못할일이었으니..
(내 기억으로 나의 첫 직관시즌인 07-08시즌은 시즌 통틀어서 4패를 기록했었다.)



 지금 현재 사령탑인 마모루상이 팀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우주리의 갑작스런 주전기용이다. 이효희의 플레잉코치설, 마모루상의 우주리편애설같은건 다 필요없다. 지금 눈에보이는현실, 현재 주전세터는 우주리라는것. 현재 여자배구팀의 백업세터중에 그나마 눈에띄는 활약을 보였고 그나마 해설진에 칭찬받아온 세터, 사골처럼 우려먹는 이야기지만 데뷔시즌 GS칼텍스를 상대로 한 세트를 갖고놀았던(?) 그 모습은 정말 리즈시절이라고해도 무방할만큼 놀라웠다. 졸업도 하지않은 열아홉살의 소녀. 166의 단신세터 우주리의 범상치않은 등장이었다.




 그러나 오늘경기는............ 빠와 까는 한장차이라는걸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달까. 토스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던 현건과의경기. 우주리의 개그라고 할수있던 "내 토스는 상대팀도 잘 모르지만 우리팀도 잘 몰라요" 의 스멜이 스산하게 풍겼다. 오히려 이효희가 투입된 시점이 그나마 안정됐다고 볼수있을만큼 무너졌다고해도 무방하다. (우주리가 이효희보다 잘하는데 왜 오늘은 이효희가 더 잘하나염 뿌잉뿌잉- 이딴건아니고, 난 우주리빠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표정에서도 긴장했다는게 탁 드러날정도였다. 입술을 깨물고 침을바르고. 그 도도하다던 우주리에게도 그런 순간이 오다니ㅋ 세터가 흔들리고 불안해지면 공격이 터질리 없다는건 당연하다. 그 좋다는 공격수들도 한두번이면 똥볼처리쯤이야 해주겠지만 세트,경기로 점점 커지다보면 서로 lose-lose 게임이라는건 불보듯 뻔하다. 하 이거 쓰다보니 너무 우주리만 까는거같아서 너무마음아프지만 오늘경기는.......... 뭐 그랬다 ㅠ


흔들리는 우주리만큼이나 걱정되는건, 승부욕이 약해진 황연주랄까.




 황연주를 TV중계로 처음봤을때, 그 대세라는 김연경보다 더 눈에 들어왔던건 김연경보다 한뼘은 작아보이는 키로 훌쩍 날아 백어택을 꽂아넣고서는, 그것도 성에 안찼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씩씩대던모습이었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파이터기질이 다분해보이던 그모습. 표정만봐도 "그깟 배구공 몇번이고 더 쳐주마"라는 뉘앙스를 풍기곤 했었는데..


 6년차 황마담의 미소는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그 수많은 남팬들 다 쓰러뜨리던 수줍은 미소가 아닌, 승부욕을 잃어버린 그 웃음. 표정은 편했지만 분위기만은 살벌했던 그 웃음............................요새 웃는게 무섭다는게 괜한말이 아니다. 홈런을 때려도 웃고 네트한테 블로킹당해도 웃고 블로커한테 셧아웃당해도 웃고..... 뭐 이렇게 웃는다고 남발하고보니 갱쟝히 성의없이 경기뛴다고 느껴지는거같아서 좀 오바스럽지만, 확실히 황연주는 좀 해탈.............한거같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나마 오늘 좀 터져서 이전 공격성공률은 좀 무마했지만,  김연경의 공백, 감독의 잦은교체, 어수선한 팀분위기, 그리고 혼자 팀을 짊어진듯한 분위기.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쳐지게만들었는가...


정답은 알고싶지않다. 그냥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ㅠㅠ




 흥국빠는 늘 갈망한다, 블로킹을. 모든 흥국빠는 아니라도 적어도 나는 갈망해왔고 지금도 원한다 블로킹을ㅠ 팀블락0개라는 대기록까지 세웠던 흥국, 아니나다를까 오늘은 양효진을 중심으로한 현대건설의 통곡의벽에 처참히 무너졌다. 블락스코어18:2... 공격,서브에이스,범실까지도 도토리키재기였던 오늘경기에서 현건이 이길수 있었던 이유, 흥국이 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눈물까지 흘려가면서 꼴찌했던 팀 현대건설. 2009-2010 시즌 1위팀으로 도약하면서 언터쳐블로 다시태어나고있는듯한 무서운팀. 성적,행색 등을 운운하며 칼같이 황현주를 팽시킨 흥국프런트는 외적으로는 황현주의 지도력을 인정받게한 꼴이 되었고 내적으로는 황현주의 피에복수에 그대로 당하는꼴이 되었다. 하 프런트얘기는 하지말아야지.... 난충분히우울해 ㅋㅋㅋ


 키만 컸던 야리야리한 센터 양효진은 이제 키를 무기로한 여자배구 최고의 블로커가되었다ㅠㅠ 중앙에서 버티는 양효진과 황연주킬러 한유미, 그리고 오늘 포텐 제대로 터져준 그 외 모든 선수들...........억울하고 부럽다. 탄탄한 후위수비와 깨알같은 유효블락으로 신장의 차이를 무마시키던 흥국의 팀컬러는....... 이제, 아니 적어도 지금은 없다. 센터로 전향하라는 말까지 나오던 한송이조차도 어째 흥국와서는 공격력이랑 같이 어디 보내버렸는지, 블로킹감각이 눈에띄게 죽었다. (뭐 어차피 지금은 크게 기대하는건 없다.)



흥국의 지금 팀상태는 말그대로 딜레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상황. 정체된팀. 경기 보면서 주구장창 욕하긴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지금은 내가 응원하고있는 팀인걸. 하루빨리 정상으로 올라가는게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나아졌으면 하는팀. 그리고 움찔움찔 가끔씩은 설레게하는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갤에서 팀 자체를 없애버리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도 아직도 최고 인기구단임은 틀림없는팀. 그리고 미우나 고우나 어쨋든 응원하게되는팀. 낙담하기엔 선수들이 너무 어리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