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9. 23:50

벌써 내일이 V리그 챔피언결정전이다.
시간 참... 빠르다;;
세월 참 속절없다는 생각도 들고...

올 시즌은 이상하게 그닥 설레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고 간절하지도 않다.
10여년 동안 배구와 동행(?)을 하다 보니 이젠 득도의 경지에 이른 것인가;;;
작년까지는 우승이란 게, 무개념 삼빠(...)이면서도 그 우승이란 게 참 간절하고 절실했는데 말이지...
우리 팀 조금이라도 못하고 성적 안 나오면 보나마나 더 욕먹고, 괄시당하고, 다굴당할까 싶어서 
오직 승리로 보여주자고, 그래도 우린 분명히 실력있고 강한 팀이라고 증명하자고
그래서 '그래도 그 팀 배구는 잘해, 정신력은 좋아' 라는 인정만큼은 꼭 받아내자고
그렇게 간절하게 원하고 응원했던 때가...
그게 가장 간절했던 때가 바로 07-08 시즌이었다.
일명 "겨울리그 통산 V10"을 외치던 그 시절.
이루어지고 나니까 확실히 마음에 여유가 좀 생겼다.
08-09 시즌까지 우승하고 나니까 이젠 정말 여한이 없다 이런 생각까지 들고...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우승하나 준우승을 하나 이기나 지나 잘하나 말아먹으나
삼성이 죽일넘의 구단이라는 것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 불변의 법칙이고...

그래서 난 예전만큼 목숨걸고(!) 삼성의 우승을 기원하지 않는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간은 무심히 흘러가고, 그 속에서 한 시즌이 시작되고 끝나고, 또 한 시즌이 시작되고 끝나고, 또 한 시즌이 시작되고...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수풀이 우거지고 가을이면 낙엽지고 겨울이면 눈이 내리고, 다시 봄이 되면 꽃이 피고
배구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고,
삼성은 영원히 욕먹을 것이고(....자조;;)
그러니 한 경기 한 시즌의 결과에 그렇게 집착하고 조바심낼 필요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오랜 지기를 보듯, 그저 내가 볼 수 있는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어 주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물론 지면 열은 좀 받겠지.
하지만 예전(05-06 시즌이나 06-07 시즌)처럼 그렇게 안쓰럽고 안타까워서 어쩔 줄 몰라하던 그 때만큼은 아닐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해가 가고 달이 가고 시간이 흐르고 삼성의 얼굴, 순위, 경기력이 지금과 다르게 변해 가더라도
이 팀을 내 팀이라 여기고 사랑하는 내 마음은 그대로일 거란 이야기다.
다른 이유 없다.
하필 배구란 종목을 제일 먼저 좋아하게 되었고, 하필 삼성화재란 팀을 제일 먼저 좋아하게 된 것.
그 마음이 10여 년 동안 변하지 않고 계속 여기까지 온 것.
딴 거 없다.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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