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5. 16:22
초반에는 그런대로 잘 따라갔는데
1세트 막판에 연속범실이 나오면서 진 것이 아쉽다.
2세트 이후 범실과 연속 블로킹 등으로 전의를 상실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급격하게 무너져 갔다.
막판에 신영석의 대활약에 힘입어 2점차까지 따라붙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오늘 경기의 라이브스코어. 출처 : FIVB)
배갤은 언제나 그래 왔듯이 온갖 욕으로 도배되어 있을 테고...
뭐.... 내용이야 뻔하지... 항상 그래 왔듯이....
스피드배구와 담 쌓은 병신들의 최후 낄낄낄 다 나가디져 뭐 이러고 있을 거다.
기분 나쁜 건 어쩔 수 없지만 사실 오늘 경기를 보면 반박의 여지가 없다.
평균신장 2m의 네덜란드는 실로 압도적인 높이와 스피드를 가졌다.
힘과 탄력도 압권이다.
우리 블로커의 손이 네덜란드의 타점을 따르지 못한다.
3인 블로커 상황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거의 1:1.... 잘해봐야 2:1....
네덜란드 세터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기량인지는 나 역시 우물 안 개구리인지라 알 길이 없지만
몸을 날려 가면서 토스하는 걸 보면 일본여배의 다케시타도 겹쳐 보이고
토스하는 공 보면 그 속도가 정말 미사일 같다.
유효블럭이라도 하려면 순발력을 적어도 지금의 1.5배 이상은 끌어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뒤로 갈수록 어느 정도 스타일을 읽었는지 우리나라도 유효블럭과 수비를 어느 정도 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는 아예 손도 갖다 대지 못하더니, 점점 조금씩 블럭도 걸리기 시작하고 걷어올리는 공도 나오고 그러더라.
문제는 공격이다.
위력적인 공격이 전무하다.
이건 사실 연결과도 관련이 있다.
스피드도 떨어지는 데다 공격수가 때리기 알맞게 가지도 못한다.
1세트 20점대였던가...
최태웅이 디그한 공을 누군가가 문성민 쪽으로 토스하는데 너무 네트 가까이 붙어 버려서
문성민이 어쩌지도 못하고 그대로 범실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1~2점차였던 점수차가 그때 이후부터 확 벌어졌다.
이 경우는 세터가 아닌 다른 선수의 이단연결이었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세터인 최태웅과 한선수의 토스 역시 영 좋지 않았다.
초반 과감하게 연속 속공을 감행해 성공시킨 최태웅의 토스는 좋았지만
갈수록 힘이 부치는지 공의 높이가 제 타점을 맞추지 못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한선수를 투입했지만 한선수도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상대의 높이가 워낙 높다고는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절대적인 토스 높이가 너무 낮다.
공격수들의 타점이 낮은 게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리시브는 저만하면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 서브가 원체 세더만...
그래도 받아올리는 공들 보면 대부분은 그런대로 세터에게 잘 갔던 것 같다.
랠리 중 수비도 갈수록 괜찮아졌던 것 같고...
다만 수비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과정들이 좋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무엇보다 공격 옵션의 한계가 가장 큰 문제다.
제대로 된 레프트 공격이 거의 없었다.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말은 들었다.
그래선지 김요한은 초반부터 몸놀림 자체가 무척 무겁고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결국 신영수와 교체되었고...
신영수는 이제 너무나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강동진이 가끔씩 그런대로 공격을 하는 정도인데 가뭄에 콩 나듯 하는 득점...
'윙스파이커' 세 명 중 큰 공격이 가능한 선수가 사실상 한 명밖에 없는 상황.
문성민도 나중에는 지쳤는지 계속 막히고.. 김학민과 교체되고...
윙 상태가 이와 같은데 공격에서 무슨 힘을 낼 수가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센터들의 힘이 컸다.
고희진, 하현용, 신영석...
특히 하현용 보고 무척 놀랐다. V리그에선 많이 무기력해서 병풍이니 뭐니 이런 말까지 들었었는데...
오늘은 센터에서 하현용의 활약이 정말 좋았다.
속공도, 블로킹도.
1세트 초반에 대등한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고희진의 속공이 있어 가능했고,
무력하게 무너지던 3세트 후반부 신영석의 연속 득점이 없었다면 오늘의 결과는 지금보다 훨씬 더 처참했을 것이다.
네덜란드도 기회만 생기면 바로 속공으로 연결하던데...
오늘 경기를 보고, '배구의 키워드는 센터'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됐다.
V리그 시즌에도 계속 해 온 생각이지만...
그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배구는 하나의 유기체와 같다.
수비가 잘 되면 공격도 잘 되고, 공격이 잘 되면 수비도 잘 되고.
몸의 어느 한 군데라도 병이 생기면 온몸이 불편하고 힘들듯이
배구도 전체 프로세스 중 어느 한 과정에서라도 문제가 생겨 삐그덕거리면 전체 플레이가 다 영향을 받는다.
내가 볼 땐 그렇다.
마음먹은 대로 공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계속 막히고 나가고 하니까
나중에는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다 흔들리면서 우르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격의 부재는 총체적인 자신감의 상실로 이어지는 것 같아서...
오늘 얻은 득점만 해도 우리 공격이나 블로킹에 의한 득점보다 상대 범실에 의한 득점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에서의 자신감을 찾기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공격에서의 타개책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한국배구를 비웃는다.
느려터진 속공, 남들은 일찌감치 내다버린 B속공과 시간차의 사용, 중앙후위공격의 부재, 이런 얘기를 하면서...
사실 나도 오늘 네덜란드의 공격을 보면서, 저걸 어떻게 막나 암담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저들과 똑같이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물론 천장까지 닿을 듯 뛰어올라 벼락처럼 중앙후위를 내리치는 네덜란드 공격수들이 많이 부럽다.
그렇지만 지금 이 엔트리 중에 저렇게 할 수 있는 공격수 자체가 있기는 있나?
기껏해야 문성민 정도?
김학민의 체공력이면 가능할까?
김요한이 비슷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몸 상태가 완전 엉망으로 보이는데...
그 외에는 전무해 보이는데...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상대 수비진을 흩뜨릴 수 있는 까다로운 서브와
센터 활용의 최대화밖에는 없을 것 같다.
문성민 외에는 센터들이 그나마 움직임이 좋아 보인다.
수비만 됐다 하면 닥치고 속공한다는 생각으로, 걸리든지 말든지 상관 안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빠르게 떠 주고 보다 자신있게 내리쳤으면 한다.
그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태다.
선수고 감독이고 이제 한달 반 내내 줄창 욕먹는 일만 남은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좌절하거나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
안 되면 안 되는대로 계속 꿋꿋이 도전하고 또 도전했으면 좋겠다.
지고 있다고, 욕먹는다고 너무 자신을 놓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중력과 투혼을 대회 끝까지 지켜 갔으면 좋겠다.
PS) 그리고 신감은 희진씨를 꼭 보호선수로 묶어 주세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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