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6. 16:37
먼저... 나는 절대 독한 소리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며;;;
(출처 : FIVB)
이 꼬라지를 보고 욕이 안 나오고 배기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기분.... 나쁘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래도 희망을 말하고 싶다. 최대한 좋게 말해 주고 싶다.
비관적인 말만 한다고 해서 여기서 더 달라질 것도 없고 괜히 슬퍼지기만 할 것 같아서다.
그러니 너무 태클걸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스피드배구도 못하는 병신들인 거 맞다.
하지만 적어도 스피드의 중요성을 아예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빠른 배구를 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세트 타임아웃 상황에서 신감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
블로킹 보고 맞춰 때릴 생각 하지 말라고, 이미 다 올라와 있는데 거기다 맞춰 때려 봐야 소용없다고.
빨리 떠서 빨리 스윙할 생각을 하라고.
그리고 세터들도 나름대로 빠른 토스를 하려고 노력하는 기색이 보였다.
네덜란드 세터에 비하면 여전히 현저하게 느리겠으나
간간히 시도하려는 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경기 도중 그런 공격을 분명히 몇 개 보았다.
상대에 비해 아직은 속도가 낮고, 지속적으로 이어지질 못해서 그렇지...
수비는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수비 포메이션을 잡기에는 상대의 공격이 너무 빠르다.
이런 빠른 공격을 잡아내는 데 익숙해지기 위해선 계속 이런 공격들에 맞고 깨져 가면서 감을 잡아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V리그가 전체적으로 느리긴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저 정도의 스피드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국내 리그와 국제대회의 환경이 완전히 다르니 매번 지구 반대편 시차적응하는 것처럼 애를 먹을 수밖에...
그래서 리그 공인구의 구질을 국제 공인구와 유사하게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것일 테고.
서브에선 그래도 신영석과 강동진이 제일 먼저 감을 찾은 것 같다. 김학민도 괜찮아 보이고...
다만 서브로 상대를 흔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언젠가 유럽 챔피언스리그 남배 경기를 몇 개 보고 뻘글을 한 편 쓴 적이 있었다.
http://chatgallers.tistory.com/363 이건데...
그 글 중 한 부분을 다시 여기에 적어 보고자 한다.
".....아닌게아니라 정말 서브리시브를 최대한 높이높이 띄워 올려 놓고 세터가 공 아래로 뛰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다른 게 아니라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 맞춰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하나의 생존 방식이었다.
하드웨어도 뛰어나고 기본적인 파워가 있다 보니 거의 전원의 선수들이 폭탄같은 강서브를 때려넣는다.
거의 맘먹고 때리는 백어택 수준...
손을 대면 펑 하고 튀어오를 정도.
그러니 정말 세터에게 완벽하게 올려주기 어려워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런 전략을 택한 것 같다."
'폭탄같은 강서브'를 늘상 받으며 거기에 적합한 대응책을 이미 익힌 상태이다 보니 웬만한 강서브에도 끄떡없다.
결국 상대의 1차 공격을 저지하려면 단순한 강서브만으로는 안 되고
파워와 구질을 모두 겸비한 까다로운 서브를 최대한 많이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인데..
서브에이스 2개가 나오긴 했지만 글쎄.. 네덜란드로선 너무나 리시브하기 편한 서브들이 들어가는 게 아닌지...
아직 시간은 많으니 그동안 전략적인 서브를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 같다.
리시브도 문제...
어제는 그래도 그럭저럭 세터가 있는 쪽으로 가는 게 많았는데, 오늘은 그마저도 영 잘 되지 않았다.
아예 코트 후위 상공으로 높이 붕 떠 버리는 리시브들이 많이 나오는데,
더 걱정인 것은 이것을 공격으로 연결할 방도를 전혀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불안한 리시브를 언더토스로 건져 올리기 급급하고, 그렇게 이미 두 번 손이 간 공은
이미 도저히 공격할 수 없는 상태(네트 아래 높이 등)가 되어 있어 다시 언더토스로 상대에게 넘길 수밖에 없게 된다.
즉 아예 공격 시도를 못하는 것이다.
그것이 네덜란드의 속공 반격으로 이어지고...
그런데 네덜란드는 불안하게 코트 후위 상공으로 뜨는 리시브가 나와도 그게 커버가 되고 퀵오픈이나 중앙후위로 연결된다.
그런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수비가 된 후 불안하게 올라온 공을 어떻게 공격으로 연결하느냐 하는 것인데,
이걸 스피디한 토스로 극복해 낸 팀들이 국제대회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이것이 널리 퍼진 것이
이른바 '스피드배구'의 기원이 된 것 같다.
물론 백날 스피디한 토스만 강조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건 지난 시즌의 우캐가 반증하는 것인데,
아무리 빠르고 정교한 토스가 올라온다고 해도 공격수가 그 토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그 공격은 절대 성공하기 어렵다.
네덜란드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봤다.
한시도 가만히 서 있질 않았다.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 위를 정신없이 종횡무진하는 NHL 공격수들처럼
순식간에 후위에서 전위로, 중앙에서 사이드로 이동하면서 빠르게 공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 공격수들도 좀 더 빨리 공격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배갤에서 한때 많이 나왔던 투스텝 스리스텝 이런 건 지금 당장 해결할 방도가 없으니까 그 얘긴 차치하고,
공이 수비되어 올라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최대한 빠르게 공격 준비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랠리 상황에서 한 명만 공격하고 나머지는 가만히 서 있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그렇다고 어택커버가 되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하긴 이것도 순간적인 판단력과 세터-공격수간 호흡이 있어야 가능한 거긴 한데...
어젠 그래도 센터에서 점수가 좀 나와 줬는데 오늘은 센터마저 침묵하다시피 했다.
윙은 말할 것도 없고...
김요한은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아 보인다.
처음부터 엔트리에 들지 않고 재활을 충분히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고 보면 배협은 참 짜증난다.
선수 상태나 좀 파악하고 엔트리를 짤 일이지.
제 컨디션이 나오는 사람이 지금 김학민 정도?
문성민은 부담감이 심해서 그런지 뭔가 불안하고 경직되어 보이고...
지금 대표팀의 상태를 보면 이보다 더 심각할 수 없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전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선수들 사이에 무력감이 전염병처럼 번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차피 나도 처음부터 월드리그에서의 성적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이런 경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선수들의 자신감도 완전히 사라질 것이 뻔하고
(이미 자신감을 많이 잃은 것 같아 걱정이다. 특히 문성민이 그래 보인다. 웬일인지 너무나 초조해 보인다)
팬들의 비난까지 더 심해질 테니 더더욱 깊은 좌절감과 패배감의 수렁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러면 정말 그나마 될 것도 안 되고 만다.
그래서 다음 2주차 경기에선 한 세트만이라도 꼭 따냈으면 한다.
한 세트라도 '승리의 기억'을 갖게 된다면 그 다음부턴 적어도 심한 패배감과 무력감만은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지금 당장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하긴 어렵다.
지금 주어진 상황대로 최대한 선방하는 수밖에 없다.
누구 말대로 지금 세대는 암흑세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단지 과도기라고 부르고 싶다.
그 과도기가 좀 길 뿐.
<세줄요약>
1. 현 국대가 빠른배구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 같진 않다. 실현이 안 될 뿐.
2. 상대의 강서브에 이은 불안한 리시브에 대처하는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할 듯.
3. 패배주의를 경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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