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기를 보고 난 소감을 한 줄로 말하자면
빨라야 산다
공 교체 무용론을 주장하던 분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내가 보건대 공인구 교체는 분명 효과가 있다.
이 공은 날아다니는 궤적이 날렵하고 쌩쌩한 것이 빠른 배구를 하는 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
반발력도 좋아서 서브리시브를 할 때 세터에게 정확하게 공을 보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수비하기 더 좋아 보인다는 댓글 의견도 있었지만 글쎄...
내가 볼 때는 리시브보다는 서브하고 공격하는 쪽에 더 유리해 보이는 공인데 말이다.
우리캐피탈은 정말 열심히 훈련해 온 것 같다. 경기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삼성화재가 훈련을 안 했다는 건 아니지만...
선수들의 몸이 모두 가볍고 움직임이 기민하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도 빠르고
송병일의 토스도 빠른 편이고...
안 맞는 것도 몇 개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공격수들이 처리를 잘 한다.
지난 시즌 블라도와 호흡을 맞추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리베로에서 레프트 공격수로 전환(?)한 이강주의 빠른 공격도 곧잘 통하고...
디그도 매우 좋고 그 뒤에 이어지는 이단연결이 매끄럽다.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이 되고 덩달아 결정력도 올라간다.
박희상 감독, 정말 잘하고 있는 듯.
삼성화재는 글쎄... 벽치기가 많이 나왔는데,
세터도 문제고 공격수도 문제고 여기저기 문제를 많이 노출했다.
박철우는 아직 몸이 덜 올라왔나 보다. 한 타임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빨리 제 속도를 찾아야 할 텐데 큰일이다.
월드리그 챌린지 1차전 때만큼만 하면 좋을 텐데...
유광우도 좀 실망스러운 게,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한 후유증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중앙 공간을 많이 이용해야 경기가 더 수월해졌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대부분 박철우 쪽으로 백토스, 이따금씩 레프트의 김정훈에게, 나중에는 속공도 간혹 썼지만
1세트 끝날 때까지 속공이라곤 고희진이 쓴 딱 1개밖에 못 봤다.
어거지로 만들다가 막히는 것도 몇 개 봤고...
세터의 토스와 공격수의 움직임이 모두 다소 늘어진다.
그러다 보니 상대 블로커가 이미 다 와 있는 상태에서 공격하는 일이 많았다.
송병일-신영석 이렇게 있는 데다가 오픈으로 때리려니 각이 안 나오던데;
공격 결정력이 떨어지고 그나마 들어가는 공격도 상대에서 다 수비에서 걷어내고 반격해서 득점하고 하니까
이쪽에선 힘빠져서 나중에는 안 해도 될 범실까지 하고...
3세트 마지막 포인트는 정말 실망스러웠다. 삼성화재에서 나오지 말았어야 할 플레이가 나왔다.
선진배구빠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서브리시브에 목숨 걸지 마라. 중요한 것은 세터의 리시브 커버다.
서브리시브를 아주 내다 버릴 일은 아니다. 어쨌거나 세터가 토스할 수 있는 정도까진 올려 줘야지.
그러나 서브리시브에 목숨 걸지 말라는 저 말을 지금 삼성은 저 말을 아주 진지하게 새겨들어야 한다.
반발력이 강해서 서브리시브에 불리한 새 공인구.
공에 적응을 한다고 해도 서브리시브가 오늘 경기에서 본 이 이상 잘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석진욱과 손재홍이 앞으로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그 뒤를 이어야 할 사람은 김정훈과 신으뜸. 그런데 전성기의 석진욱만큼 서브리시브를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바뀐 공을 가지고?
게다가 어쩌면 가빈이 레프트에서 리시브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만약에 가빈과 박철우를 동시에 쓰게 된다면.
예전에 언뜻 본 기사에서 그런 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리그 후반쯤 가빈과 박철우를 동시에 쓸 수도 있다고.
박철우한테 리시브 시킬 거 아니라면 가빈이 리시브를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면 서브리시브의 정확성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세터의 리시브 커버밖에 없다.
리시브는 올릴 수 있는 데까지만 올리고 그 다음부터는 세터가 빠르게 들어가서 퀵오픈을 밀든지 중앙후위를 쓰든지.
어거지로 시간차 만들다가 블로킹에 걸리는 걸 보니까 이젠 정말 간결하고 빠른 플레이 말고는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세터의 토스 스피드만 올린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다. 공격수들도 같이 빨라져야 가능한 일이고..
그런데 오늘의 삼성은 다들 조금씩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삼성에서 건질만한 게 있었다면 조승목의 서브본색과 신선호의 세터 데뷔 정도?
신선호는 유광우와 50:50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탁월하다는 평가는 못해도 그런대로 무난한 모습을 보여 줬다.
조승목-고희진과 속공 토스 맞추는 거 보고 괜히 웃겼음 ㅋㅋ 애가 애를 낳고 센터가 센터에게 속공을 올리고 ㅋㅋㅋ
그런데 속공 토스 꽤 괜춘해 보였음 ㅋㅋㅋ
꾸준히 출장하다 보면 발전이 있으리라 본다.
조승목의 서브는 전부터도 쓸만한 편이었지만 오늘 보니 더 강력해 보이더라능 ㅋㅋㅋ
조승목 서브타임에서 삼성 연속득점 많이 나더만.
계속 잘 다듬어서 강서브 센터가 되어 주시오~~~
속공이랑 블로킹도 예전보다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 보기 좋았음.
삼성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숙제를 안게 될 것이다.
자꾸 깨져 봐야 한다. 그리고 자꾸 겪어 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계속 팀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팀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실험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강호의 위용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PS) 어제는 37세 김상우 감독의 LIG가 승리, 오늘은 38세 박희상 감독의 우리캐피탈이 승리.
30대 감독이 대세로군하~~~~~~
6.2 지선을 통한 정치권 세대교체에 이어 대세는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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