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31. 01:05

아는 분의 배려(?)로 일본티비채널에서 해주는 배구 관련 프로그램을 보았다.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관계로 영상과 선수들의 이름, 그리고 아는 한자를 대충 조합해가면서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무려 1시간 47분짜리 방송이었다. 물론 배구 이야기만 한가득있는.....우리나라에서도 배구관련 프로그램을 하지만 그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없다. 이걸 배구팬들 보라고 만든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 내가 하고싶은 말은 일본 배구 프로그램이 부러워욤~ 뿌잉뿌잉~~ 뭐 이런 말은 아니다.
1시간 47분의 방송중에 무려 1시간이 주니어 배구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국가대표 출신의 아버지를 둔 아이와 다른 한아이의 대결을 비춰주기도 했고, 다른 경기에서는 감독에 초점을 맞춰서 학교간의 대결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주니어 배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을 뿐더러, 방송에서는 주니어 선수들에 관한 이야기를 거의 다루고 있지않다. 배구관련 프로그램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는 아이들.......

경기장으로 가면 현실은 더욱 비참해진다.
영상에서 따오긴 했지만 일본주니어 경기의 응원전은 매우 치열해보였다. 옷을 똑같이 맞춰입은 응원단이 목이 터져라 선수들을 응원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중고 배구 선수들은 이런 환경에서 경기를 한다.
가족말고는 응원해주는 사람이 없는.... 다음 경기를 기다리는....또는 상대팀 선수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오는 다른 팀 선수들만이 존재하는 텅 빈 경기장에서 몸을 날려 디그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스파이크를 한다.

일본의 고교 선수와 우리나라의 고교 선수의 기량차이가 그리 많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고교 선수들은 그들의 열정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기회조차 거의 없다.

선수 본인이 보면 부끄러운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배구팬들이 보기엔 너무나 귀여운... 경기에 이겨서 이렇게 울며 좋아하는 모습을 우리나라 주니어 선수들은 보여줄 기회도 갖지 못한다.
그들이 얼마나 배구를 좋아하는지 배구를 잘하고 싶어하는지 알고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나라 여배 국대팀은 몇년째 국제대회에서 일본에게 지고 있다. 경기가 끝나면 사람들은 선수들 욕하기에 바쁘다. 그리고 선수들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고교 지도자들을 탓하기도 한다. 왜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기본기가 좋은 선수를 길러내지 못하느냐고.....그러나 이건 지도자들 때문만은 아니다.
그저 프로에 온 선수들만 좋아하는 우리의 문제도 있는것이다. 프로연맹이, 그리고 배구협회가 주니어 선수들의 육성에 힘을 쏟기만을 바라지 말고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느는.... 우리나라 배구의 미래가 될 주니어 선수들에게 배구팬들 모두가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해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드래프트가 임박해져서 자기가 좋아하는 팀에 어느 선수가 뽑힐지만 생각하는 팬이 아니라 많은 주니어 선수들이 프로팀에 입단하길 기원하는 팬이 되었으면 한다.

내년 중고배구는 여전히 지방순회 공연이지만 많은 배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와서 자라나는 꼬꼬마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중고배구가 프로배구보다 더 재미있을때도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