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19. 23:53

지난주(6.11~12)에 이어 이번주도 승수를 쌓지 못하면서 현재 한국 팀의 성적은 3승 5패.
그래도 지난주는 이탈리아와 풀세트도 가고 그러던데 이번주는... 두 경기 모두 쿠바에 단 한 세트도 따지 못했다. 
스피드를 앞세워 쿠바를 제압하며 신선한 충격을 일으키던 월드리그 첫 경기의 잔상도 점점 흐려져 가는 시점.
이젠 홈 경기 다 끝났고 원정 4경기만 남았는데 이 추세라면 남은 경기에서 승수 쌓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지.
오늘 경기를 보니 벽치기하는 장면이 왜 이리도 많이 나오던지;;;
그나마 최홍석 혼자 고군분투하던데...

사실 우리 국대의 경기력은 첫 주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의 움직임이 무뎌지면서 첫 주 때의 그 속도와 날카로움이 점점 사라져 가더라는...
다른 나라 팀들은 아직까지도 쌩쌩하다는데 우리만 유독 빨리 터덕거리기 시작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작년 월드리그 때도 그랬다. 지난날 챗갤러에 이런 글을 썼던 적이 있었다.  
(그땐 속칭 구식배구를 하던 때였다. 그래서 글의 내용이 지금과 약간 안 맞을 수 있다)

...내 얕은 생각에 따르면 아무래도 기초체력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초반엔 범실도 거의 없고 공격도 그런대로 잘 된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범실이 급격히 늘고, 오버블로킹에 막히는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막판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그렇고... 
(중략)
제일 시급한 건 체력 문제가 아닐까 싶다.
사방에서 그렇게 외쳐 대는 스피드론도 기본적인 파워가 있어야 가능한 건데...
세터가 시종일관 빠르게 토스하는 거나 공격수가 시종일관 빠르고 파워있는 공격을 하는 거나
다 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니겠음?
경기 후반부에 체력 떨어져서 터덕거리기 시작하면 매번 막판 자멸모드 작렬할 것이 뻔하고.

그래서 결론인즉...
당장은 그냥 답 없으니까 냅두고, 장기적인 처방을 내려 보자면
제1차 목표를 기초체력 강화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체력을 바탕으로 스피드를 올리든 말든 해야 하고...
기본기와 거기서 파생되는 기술훈련도 같이 꾸준히 해야 하겠고...
할 일 많군.....

실제 배구와 관련된 글에서 다수 언급되는 것도 그렇고 직접 경기를 몇 번 보고 느낀 바도 그렇지만
이 스피드배구란 게 보통 체력 가지고는 소화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단 한 시도 쉴 새가 없다. 너나 할 것 없이 계속 움직여야 한다.
공이 자기 진영으로 넘어와서 수비 되고, 토스 올라오고, 공격하기까지 시간이 정말 짧다. 빨리빨리 준비하고 움직여야 한다.
상대 공격을 막아야 하는 블로커도 마찬가지. 블로커를 피하기 위해 빠르게 쏘는 토스를 따라잡기 위해 계속 쉴새없이 좌우로 움직여야 한다. 
세터는 그런 블로커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온몸의 힘을 공에 실어 토스를 뿌려야 하고.
공격수건 수비수건 세터건 블로커건 경기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 최대한의 스피드를 뽑아내야 한다.
경기 중에 체력을 세이브하려야 할 새가 없다. 잠깐 쉬는 테크니컬 작전타임? 그 정도 가지고 체력 충전이 되나??

앞으로 배구에서 가장 큰 화두는 스피드도 스피드지만 체력이 되지 않을까 이게 내 생각이다.
정신력이니 기술이니 이런 거 체력 없으면 다 소용없다.
아무리 머리가 비상하고 재주좋은 사람이라도 건강하지 못해서 허구헌날 자리 보전하고 있으면 그 재주며 머리 다 쓸데 없다.
1주차 쿠바전에서의 그 스피드와 경기력을 지금 이 시점에서 선수들이 똑같이 재현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다 똑같은 선수들인데. 라인업도 거의 변함이 없고.

2002년 월드컵 당시에 히딩크 감독이 파워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스포츠뉴스에서 계속 다루고 했던 적이 있다.
그 파워프로그램이 효과를 봐서 월드컵 때 강한 체력을 앞세운 압박축구 이런 걸로 4강까지도 올라가고 했었는데...
(심판이 어쩌구 이런 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실력이 있고서야 판정이 먹히든 말든 하는 거지. 도하 아시안게임 때 쿠웨이트 핸드볼st는 리얼 막장이었지만 당시 축구 국대가 그 정도는 아니었잖음;)
지금의 한국배구에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저 당시 히딩크가 내놓았던 파워프로그램이 아닐까?
외국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고 나면 제각각 체력 프로그램을 처방받아 그걸 기초로 비시즌 내내 몸을 만든다 한다.
그래서 리그를 뛰든 국대를 뛰든 별 힘든 걸 못 느낀다는데...
우리는 벌써부터 터덕거리고 있으니.
이런 체력 가지고는 스피드배구 하고 싶어도 못한다.
국대 프로 학원배구 할 것 없이 모두 선수들의 기초체력 관리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각 팀마다 한 명씩 체력 담당관이라도 상주시켜서 1년 주기로 개인별 파워프로그램이라도 짜주든지.

예전에 삼성노인정(...)과 당시엔 한창 젊고 팔팔하던 현대가 챔프전에서 붙었을 적에,
현대 쪽 응원석에서 이런 플랜카드가 떴었다.

"체력도 실력이다!!"

그 말이 옳다. 체력도 실력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배구협회는 국대 체력 관리 담당관 도입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각 프로팀도 마찬가지고.
그게 팀의 경기력을 위해서나 선수 개개인의 부상 방지 및 선수생명 연장을 위해서나 옳은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