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9. 16:28
http://www.fivb.org/vis_web/volley/WL2011/pdf/P3-011.pdf
쿠바와의 두 번째 경기에선 1-3으로 졌다.그러나 오늘 결과만 보고 어제는 그저 운이 좋았네 우리는 역시 글러먹었네 이런 소리 늘어놓는 사람 없기를.
어찌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으랴.
이 정도는 대회 개막 전에 이미 충분히 각오하고 있던 거 아니었던가.
1세트 이기고, 2세트 막판 6점까지 벌어져 있던 점수차를 한 점차까지 무섭게 좁혀갈 때까지만 해도 어제의 재탕이 되는 줄 알았다.
특히 어제도 2세트 듀스 끝에 이겼었으니.
듀스찬스에서 나온 한선수의 서브범실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게 들어가서 인플레이만 되었어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모르니까.
그러나 지나간 일 상기해 봐야 무엇하리.
그래도 그때 추격전은 정말 대단했다. 자부심 가져도 된다.
어제는 강서브가 범실도 없이 효과적으로 잘 들어가서 경기 풀어가기가 수월했는데 오늘은 그 반대였다.
다들 열심히 강서브를 때리는데 그게 무슨 영문인지 자꾸 밖으로 밀려나가더라.
서브범실 중 절반만 정상적으로 쿠바 코트에 들어갔어도 3,4세트 점수차가 그리 크진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쿠바보다 범실이 10개 많았는데, 그 중 대부분이 서브범실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서브면에서 많이 아쉽다.
서브, 특히 스파이크서브는 컨디션을 많이 탄다는데 일정 수준의 서브 질을 계속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쿠바는 서브가 제 궤도에 오르자 기복도 없이 계속 우리 쪽 코트로 내리꽂힌다. 최종 서브득점을 보니 우리나라는 2개인데 쿠바는 무려 5개.
서브에이스가 아니더라도 받기 까다로운 강서브가 계속 정신없이 들어오니 전혀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한선수는 리시브 커버가 되는 편인데 그런 그도 정상적인 토스가 어려울 정도의 리시브가 계속 나왔고
그래서 주저앉은 채 언더토스하는 모습도 자주 나왔고..
당연히 이도저도 아닌 놓고 치는 플레이나 그냥 넘겨주는 장면이 다수 나올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속공은 점점 사라졌고 좌우 공격도 어제와 같은 스피디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런 상태에서 하드웨어가 한참 앞서는 쿠바를 이기기란 어불성설.
그리고 어제보다는 공격수들의 움직임이나 타이밍이 다소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에 비해 속도나 경쾌한 느낌이 많이 떨어졌다. 공격 정확도도 떨어지고, 집중력도 흐트러지는 것 같고... 그러니 범실도 많아지는 거고...
상대보다 체력이 빨리 떨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제 1주차인데, 그리고 딱히 바꿔줄 선수도 없는데 다들 제발 체력관리 잘 해 주길.
어떤 일이든 체력이 받쳐 줘야 집중력도 살고 제 실력도 뽑아낼 수 있는 거다.
선수들의 체력이 오래갈 수 있도록 체력훈련 프로그램도 잘 뽑아 줘야 할 것 같다. 국대든 프로든.
그게 스태프들, 특히 체력담당 트레이너들의 가장 큰 의무일 것이다.
서브 컨디션을 찾은 쿠바는 무서울 것 없이 힘과 높이, 스피드 모든 면에서 우리 대표팀을 압도했다.
우리 블로커들이 상대를 쫓아가긴 하는데 그냥 위에서 내리꽂거나 아예 블로커 쪽으로 있는 힘껏 공을 쳐내서 디그도 할 수 없게 만들던데,
어제 3:0으로 지고는 단단히 맘먹고 나왔구나 싶었다.
오늘의 쿠바에겐 딱히 대응책이 없었다.
혹시라도 조울증 걸린 사람마냥 어제 하루 이겼다고 신났다가 오늘 하루 졌다고 절망하거나 자조하는 사람은 없기를 빈다.
지적할 건 지적하고 조정할 건 조정해야겠지만 한국배구는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이전까지와 다른 새로운 걸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하고 있다.
적어도 힘빠지는 소리로 초치진 말자.
이렇게 성장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박기원 감독의 작전타임 시간에 나왔던, 마음에 들었던 메시지 몇 가지를 적어 본다.
인터넷 게시판 속 네티즌이 아닌, 코트 위에 선 지도자에게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게 참 신기하면서도 기뻤기 때문이다.
토스한 볼이 올라오는 걸 보고 준비하면 늦는다.
토스가 올라오기 전에 항상 미리미리 공격 준비를 하라.
상황이 되면 강타를 때리겠다는 생각을 갖지 말고 강타를 때리기 위해 뭘 준비해야 할지를 늘 생각하라.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을 언제나 갖고 있어라.
토스가 올라오기 전에 항상 미리미리 공격 준비를 하라.
상황이 되면 강타를 때리겠다는 생각을 갖지 말고 강타를 때리기 위해 뭘 준비해야 할지를 늘 생각하라.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을 언제나 갖고 있어라.
'Volleyball > Internatio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력도 실력이다 (3) | 2011.06.19 |
---|---|
어느새 3승 1패 (0) | 2011.06.05 |
[FIVB월드리그 2주차]對프랑스 1차전 (0) | 2011.06.04 |
한국 대표팀에서 "빠른배구"를 엿보다. (4) | 2011.05.28 |
Impossible is Nothing (4) | 2011.05.28 |
여긴 아직도 플레이오프하네 ㄷㄷㄷ (이탈리아 SerieA1) (0) | 2011.05.24 |
월드리그 최종 엔트리 변경 (2) | 2011.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