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5. 17:43
오늘 상무와 LIG의 경기는 LIG의 시즌 첫 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LIG도 뒷맛은 그리 좋지 않을 듯.
플레이의 내용이 영 좋지 않았다. 페피치의 거듭되는 공격범실과 여전히 흔들리는 황동일의 토스, 계속 뭔가 안 맞는 LIG의 공격들.
그나마 이경수의 분전과 상무의 지리멸렬(...) 덕에 어렵게 첫 승을 얻은 격이라...

상무도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다.
LIG의 공격이 그렇게 위력있는 편이 아니었는데, 대처와 반격이 잘 되질 않더라.
1세트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는데 2세트부터 뭔가 안 맞아들어가기 시작하더니 3세트부터는 진짜 그야말로 자멸모드.
경기 내용도 양팀 다 왠지 루즈한 게 몰입도도 떨어져서 보다가 딴짓도 좀 했다.
김호철 해설 말마따나 양팀 다 경기 참 재미없게 하던;;;

경기에 대한 코멘트는 더 이상 덧붙일 말도 없고 하니 이쯤 해 놓고...

사실 내가 이 포스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민웅세터에 대한 이야기다.
예전에도 몇 차례 블로그에 쓴 바 있지만 상무의 강민웅 세터는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아끼는 선수다.
수련선수로 갓 입단했던 07-08 V리그 3라운드 현대캐피탈전에서 보여준 그 강렬한 연속 속공토스에 지대로 꽂힌 이후로
난 한 번도 그에 대한 기대를 접은 적이 없었다.
그 기대는 지금도 마찬가지.
이제 내년 초여름 즈음이면 제대할 텐데... 삼성으로 복귀한 후의 모습도 기대가 되고.
그간 유광우에게 너무 많은 실망을 한 터라 강민웅이 삼성으로 복귀해서 첫 시즌 그때처럼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줬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걱정도 앞선다. 
삼성에 강민웅이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자리 못 잡고 원포인트 수비수로나 간간이 출전하다 끝나지는 않을까?
무엇보다 신감이 변화를 추구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어지간하면 계속 유광우를 쓸 것 같기도 하고.

우선 요새 많은 몰빵까 배구팬들이 지적하는 볼배분 문제만 놓고 보면, 강민웅의 토스는 준수한 편이다.

오늘 경기 기록지.

상무에 외국인 선수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명의 선수에게 공격 점유율이 5~60%씩 몰리는 일은 없다.
오늘은 센터 속공 비중이 현저히 적은데, 그래도 평소엔 속공 토스를 즐겨 쓰는 편이다.
공이 불안하게 올라오는데 싱글핸드토스로 속공 만들어 줄 때도 종종 있고.
팀 전체 오픈 공격 시도가 42번인데 퀵오픈 시도수는 34개.
오픈 공격에 다이렉트킬이나 그냥 넘겨주는 연타나 다른 선수가 토스하는 공도 포함되는 걸 감안하면
어지간한 공은 오픈보다는 되도록 퀵오픈으로 연결하려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강민웅의 토스 스피드가 빠르다고는 볼 수 없지만 어찌됐던 안이한 뻥토스로 일관하기보다는
적어도 공을 최대한 가공해서 주려는 노력은 한다는 얘기.

그리고 이건 기록지엔 드러나지 않는 것이지만...
강민웅의 토스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안정적이라기보단 모험적인 스타일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안일한 토스를 올릴 때도 있고 다 읽히는 뻔한 토스를 올려서 막힐 때도 있지만
뭐랄까...
공격수가 치기 좋은 안정적인 공을 올린다기보다는, 대략 작전 수행(?)에 치중하는 느낌의 토스를 한다.
네트의 레프트 끝에 서 있는 상황에서 거의 안테나 옆에 서 있는 센터에게 A속공 토스를 준다든가 하는...
(발상은 좋았으나 그 공은 스파이크된 뒤 안테나 안쪽이 아닌 바깥쪽으로 통과했기 때문에 범실처리되었다;;)

그래선지는 몰라도 토스 구질이 좋다고 보긴 어렵다.
잘 올려준 공도 있지만 공격수가 풀파워로 때리기엔 좀 불안하게 올라가는 공이 꽤 있다.
모험적인 토스를 선호한다고 위에 적었는데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듯한 광경도 가끔 보이고.
그리고 서브리시브가 불안할 때 대처가 잘 안되는 면도 있다. 뻔한 토스, 혹은 제 꾀에 넘어가는 토스가 자주 나올 때가 바로 이런 때.
사실 정말 과감하고 냉정한 토스가 가장 필요할 때가 바로 이런 때인데... 정작 이런 때의 위기대처능력은 아직 좀 떨어지는 편. 
그리고 아직도 백토스에 자신이 없는지 레프트 토스에 경도되는 경향도 강하고.

이런 단점들을 생각해 보면, 과감한 모험보다 외국인 선수를 앞세운 안정적인 몰빵 강공을 선호하는 신감이 과연 강민웅을 중용할까
하는 회의감이 들면서 좀 암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난 이런 강민웅이 여전히 좋다. 그리고 이런 강민웅이라서 더 좋다.
게다가 상무에서 주전세터 노릇을 꾸준히 해온 덕인지 예전보다 더 좋아진 느낌도 있고.
자신의 강점은 그대로 지키면서 약점은 잘 보완해서 보다 완성된 세터로 무사히 잘 제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5세트 10점을 넘어간 시점의, 아슬아슬한 한점싸움이 이어지는 그 상황에서 2연속으로 속공토스를 뿌리던 그 과감함 절대 잃지 말기를.
그래서 지금의 상무에서도, 앞으로 삼성에서도 좋은 의미의 미친 존재감을 꼭 보여주기를.

그래서 말인데,

신감도 몰빵에서 벗어날 생각을 좀 해 보란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