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 13:40


 고딩시절 그런애가 있었다. 왠만한 조건 다 갖추고있고 머리도 좋아보이고 또 공부도 열심히하는거같고 주변에 적당히 인기도 있었고..... 그런데 그아이의 단한가지 핸디캡이라면 핸디캡이랄까. 전교1등을 할법한 재능을 가지고도 전교1등을 단 한번도 한적이 없다는거였다. 의문이라면 의문이고, 어떻게보면 또 그럴싸하기도했다. 1등이라면 가끔보는 쪽지시험에서 한번정도 얻어걸리곤했던듯.


 그래서인가, 대한항공은 늘 나에게 저런팀이다. 그 걸출한 공격수들 데리고도 우승을 못하고있는팀. 엔트리만보면 공격은 어디하나 뒤쳐지지않을것 같은데, 경기하는거 보면 아 저러니까 지는건가 싶을때도있고, 오 오늘은 왜이렇게 잘하지 싶은날도 있고. 참 특이한것은 챔피언결정전을 눈앞에두고 미끄러지는 모습이 굳이 "아 이럴순 없어"라는 느낌받지 않는다는것. 무너지는날은 참 이유있게 무너지는 팀이다. 쪽지시험 1등에 비유하자면 코보컵 우승정도?


 흥국경기 직관하러 다니느라 올시즌은 대한항공경기도 참 많이 봤다. 그래서인지 예년보다 애정이랄까 빠심이랄까 까심이랄까 더 모락모락 피어오른것도 있고.





 대한항공의 아이돌 한선수. "얼굴은 미소년인데 몸은 어덜트예요" 라는 표현에 걸맞게 조막만한 머리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 그에비해 세터로서 작지않은 키와 울룩불룩한 팔근육을 지니고있어, 여성팬들의 무한한 지지를 받고있는것도 사실이다. 그 예가 2년연속 올스타 최다득표랄까.


 글쎄 뭐라고해야하나,  주는거없이 밉다거나 그런것도 없고 좋아 죽겠다라는 느낌도 없는 한선수. 그래 어쩌면 주는게 없어서 관심도 안가는것일지도(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신 넘쳐나는 인기에 내가 오히려 몸둘바를 모르겠다. 순수히 주관적으로 저머리보다는 데뷔시즌 머리가 더 좋기때문인걸까? ㅋ_ㅋ 몸만풀어도 풀셋트를 치른거같은 그남자의 머리카락 ㅋ


 대한항공에 입단하고나서는 김영래와 김영석이 팀을나누어 연습하는 판에 세터로서 공을 만져본적도 얼마 없었던 한선수는 김영래의 부진과 김영석의 치명적인 부상에 힘입어 시즌후반 주전을 꿰차고 임시형의 신인왕자리까지 노리게된다. 특출하리라 할만큼 눈에띄는 토스웍은 몇번 없었어도 적어도 누구만큼 토스웍때문에 졌어- 라는 소리도 듣지않는 한선수. 어떻게보면 대한항공에서 제일 미스테리한 캐릭터이다.



 

 V리그 남자부 상루저 TOP3의 얼굴마담 김주완. 그 장대숲같은 닭장사이에서 김주완의 가치는 더욱 빛날 수 밖에 없다(?) 어쩌다 한번 들려오는 발성과 자기보다 나이들어보이는 동생들과함께 신난다고 몸푸는모습. 엉아같은 동생 장광균과 함께있을땐 나이는 정말 숫자라는걸 느낀다.(횽 미안...)


 김주완에게 처음 관심을 갖게된건 상무시절 그의 괴성을 듣고나서였다. "뭐? 이거 무슨소리야? 누구야?" 라고 생각하는순간 눈이 마주친건 계속해서 돌고래음을 내고있던 김주완이었다. 작은키와 아주 잘 어울리던 목소리랄까. 그리고 목소리만큼이나 눈에 들어오던 그의 수비실력. 이제 김주완은 2인자딱지를 떼야할때이다. (하 올스타전에 제발 나와주세요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김주완이 제일 귀여운건, 수비하러 들어올때 뜨는 김주완-라이트 라는 소개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옥불에서도 데려온다는 왼손잡이 라이트 김주완.




 대한항공 개그캐릭의 1등공신, 애증의 이름 신영수. 하드웨어만 보면 국산용병은 김요한과 신영수라고 해두는게 맞을법도하다. 무릎보호대도 착용하지않는 알흠다운 뒷태의 소유자. 물론 터지는날 신영수의 공격은 에이스라는말이 부끄럽지 않을정도이다.


 하.지.만. 개그캐릭담당에 걸맞게 신영수는 정말 대한항공을 쥐락펴락한다. 닥치고 윙어를 수집하던 그시절 첫 테잎을 끊은 신영수. 라이트든 레프트든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상대방은 속수무책이 되고말지만, 안되는날은 정말 보는이로 하여금 아노미상태를 일깨워줄정도. 가장 놀라웠던날은 적지않은 리시브를 하고도 87%의 성공률을 기록했던날.


 그래서 인천 쌀포대옹께서도 말하지 않으셨는가, "신영수가 잘해야 대한항공이 산다"  송스타만큼이나 웃는거 구경하기 힘든 그남자.





 거포수집의 마지막 기차 김학민. 입단하던해엔 걸출한 신인도 없었을뿐더러, 신인치고도 쏠쏠하게 활약해준 덕분에 안봐도 비디오처럼 보란듯이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이 포스트를 써내려보자면....... 나에게 김학민은 한선수같은존재다............ 공중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온다는 점프력과 시즌을 통째로 소화하지는 못하는 체력을 둘다 겸비한 미스테리선수. 가끔 인터뷰해보면 뭔가 생각이 텅- 비어보이기도하고 ㅋㅋㅋㅋㅋ 경기장에서 사진을 찍어보면 느끼는거지만 표정도 제일 다양하다.


(그래도 배갤에서 이와쿠마랑 비교하는건 레알 개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찍이 품절되어 한선수보다는 팬층도 얇지만 그래도 남자주제에 곱단이라는 별명을 갖고서 코트를 누비는 김학민. 위기의식때문인지 구력이 늘어가면서인지 신뢰감없던 리시브도 아주 조금씩, 아-------주 조금씩은 나아지고있는 모습이 멍한 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슬쩍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






 여태까지 써내려온 글들은 단한사람, 이남자를 위한 에피타이저일뿐. 대한항공에 관심을 갖게한 선수 강동진.


 신진식선수때문에 배구를 보기 시작한 나한테 은퇴의 트라우마는 꽤나 꺼림칙했다. 수비를 잘하는 레프트라면 차라리 장광균에게 관심을 가졌겠지만, 준수한 수비뒤에 파워풀하게 후위공격을 때릴줄 아는 선수. 강동진은 제2의 신진식이 아닌, 강동진 그 자체로 뇌리에 박혔다.


 대학시절 감독님의 지시 한마디 한마디에 얼굴이 빨개져서 별명이 피바다였다는 이 남자는 코트안에서만큼은 감독조차도 터치할 수 없는 무한한 포스를 뿜어낸다. 장광균이 틀어치기, 터치아웃공격 등으로 이리저리 블로커를 요리하는 교타자인 반면, 강동진은 그래 막아라 나는 뚫는다 라는 일념 하나로 공격하곤한다. 그래서인지 블로킹당할때도 제일 가혹하지만................


 한때 내구성 최하의 보공이라는 평가로 날 맘아프게했던 배갤의 그분을 비웃듯이 펄펄나는 대한항공의 없어서는 안될 왼쪽날개가 된 모습을 바라보자니 기분이 참 묘하기도하다. 점층적인 성장이었다면 "어머 왠일이야" 라고 감탄했을테고, 숨겨져있던 포텐셜의 폭발이었다면 "역시 강동진!" 이라며 추켜세우기 바쁘겠지만, 이제서야 강동진 석자를 새기기시작한 모습에 좀 짠한 마음이 먼저인건 왜일까. 그토록 그의 발목을 붙잡았던 부상을 떨쳐내어간다는 뿌듯함과 다시 다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사이쯤.


 크지않은 레프트에 익숙한 삼성팬으로써는 정말 탐나는선수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탐나는선수마다 삼성와라 삼성와라 외쳐댔지만 사실 제일 원하는 선수는 강동진이다. 삼성와 ㅠㅠ STC는 널 아껴줄꺼야 ㅠㅠ) 하지만 그만큼 대한항공의 프랜차이즈로 커가고있는거같아서 점점 멀어져가는 기분도 든다 ㅋㅋㅋㅋㅋ





 애정의팀, 무관심의 팀도 아닌 애증의 팀 대한항공. 하, 정말 마성의 팀이란 말인가?ㅋ
2월2일 삼성과 대한항공의 올스타브레이크 전 마지막 정규리그경기. 요정은 어느팀에 안착할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