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3. 19:27
2월2일 대전은 나에게 너무나도 참혹했다. 마지막 직관승리를 바랬던 흥국도 무너졌고, 잘나가던 삼성도 졌다. 제목 그대로 대한항공은 날아올랐고, 삼성화재는 위급했다. 그 장면을 두눈으로 지켜보자니 사실 사진이고뭐고 미간을 찌푸리던 순간이 대다수.
1. 대한항공의 하늘높은줄 모르는 비상.
사실 한선수가 토스웍으로 경기를 지배했던 경기는 아니지만, 대한항공의 승천에 중심에 있는건 분명하다. 신영수,강동진,김학민 + 용병이라는 엄청난 화력으로도 만족할 수 없었던 경기내용을 변화시킨건 김영래,김영석도 아닌 한선수이기 때문이다. 신영철 감독대행(조만간 정식감독 하실듯 하지만..)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는 말이 사실인지 립서비스인지 내가 알지는 못하겠지만 1,2년차때 보여주던 "오늘은 마구잡이로 쏘겠음" 정도의 토스는 분명 고쳐졌으니말이다.
대한항공이 강해졌다는건, 더 강해진 좌우쌍포가 아니라 더 안정적으로 변한 플레이이다. 그동안 결정적인 순간에 놓아버리는 집중력, 중요한 순간에 터뜨려주는 범실때문에 늘 2% 부족했던 대한항공은 어제경기에서 정말 무섭도록 몰아치면서 실수조차도 하지 않더라. 어제분위기였다면 경기감각이 조금은 부족할 김웅진,구상윤이 나왔어도 3:0정도는 해냈을지도...
나의사랑 너의사랑 귀염둥이 김주완. 삼성을 제외한 항공의 모든 경기에서 단연 나의 셔터질을 독차지해왔던 김주완. 그만큼 이뻐라했던 김주완. 어제는 그렇게 얄미울수가........... 역시 왕년 수비왕이 어디 가진않더라. 그 귀엽던 돌고래소리도 미웠다......
여옹만 할줄 알았던 오버토스까지 그렇게 간지나게 하다니.......................
어젠 솔직히 흠잡을데 없는 경기였다. 다들 잘했다. 요새 매일 잘하는 강동진도 역시나 잘했다. (삼성와..........................ㅋㅋ) 소녀의 말대로 강동진이 잘하는날은 대한항공이 질리가 없다. 빠심조금 더하자면 그말에 100% 동감한다. 어젠 해결사역할은 아니었지만 김학민 수비위치 하나하나 잡아주고 화이팅하고. 차기주장으로도 손색없을듯 ................... (시러ㅠㅠㅠㅠㅠ)
삼성의 코트에, 그리고 삼성팬들에게 꽂아넣은 강서브...
2. 삼성화재의 위태위태한 비상
김세진,신진식,김상우 등의 줄은퇴로 삼성화재는 07-08시즌부터 개막하기 전만 되면 유력한 하위권 후보로 거론되곤했다. 안젤코농사 풍년과 가빈이라는 월척으로 여전히 1위를 달리는 아이러니한 삼성이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년은 간다며 유유자적 즐기던 삼빠로서 그 3년째인 이번시즌은 발등에 떨어진 불똥같은 시간이기도 하다.
한 5년간은 코트에서 거의 못볼꺼라던 삼까들의 비아냥을 역으로 비웃듯 올시즌엔 심심치않게 얼굴을 보이고있다. 늘 30대 아저씨들의 경기만 지켜보던 삼빠들에게 유광우의 등장은 새로운 삼성화재로 느껴질만큼 생소하기도한데, 그건 곧 최태웅의 부진과도 연결되기도 한다.
최태웅은 몇년이고 남자부 최고의 세터로 군림해왔다. 세대교체에 맞물려 A매치에서는 거의 볼 수 없게 됐지만, 삼까들이 그토록 싫어했던 남자. 그것은 흔들림없는 최태웅이었다. 레안드로-안젤코-가빈으로 이어지는 괴물용병을 만들어낸건 삼성화재의 지독한 훈련과 빠르지않지만 정확했던 최태웅의 토스였다. 삼성화재의 숨어있는 무기는 센터,레프트의 빠른공격이 아니라 가빈을 이용한 세트플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빈의 위엄은 그 큰키로 부웅 날아올라 때리는 큰공격이 아닌 어디있다 나타났는지 갑자기 중앙을 파고드는 시간차 공격에서 더 부각됐던거 같다. 어택라인아..무사하니?)
올시즌엔 이상하리만큼 흔들리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토스웍 하나로 그날의 경기를 좌지우지하기도 하던 세터인데, 나이와 부담감. 그게 누적된걸까? " 아 왜이러지..." 싶은날도 있고, 초싸이언으로 변신하는 모습까지 보이던 불꽃남자;;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는 물론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마지못해 하는 세대교체는 싫다. 더군다나 이기나 지나 까이는 삼성화재로써, 그리고 삼성화재 팬으로써 무너지는 모습은 일말의 희망이었던 "우리는 여전히 건재하다"라는 빠심까지 아프게하는데...
가빈을 살리기 위한 삼성화재의 승부수는 가빈의 수비가담과 수비부담을 최소화하는것이다. 더 배우고싶다는 막둥이입장의 가빈은 스스로 수비가담을 하지만, 그외에 그냥 삼성의 시스템은 윙리시버 능력의 극대화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가지의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 첫번째는 당연히 공격루트의 단순화이고 두번째는 체력안배문제이다.
첫번째문제를 해결해왔던 해결책은 깨알같은 레프트,센터의 공격과 가빈의 공격 패턴자체의 다양화였다. 위에서도 말했듯 가빈 외의 공격보다 더 기습적이었던건, 가빈의 이동공격이다. 어찌보면 화력이 훨씬 우위에 있는 가빈의 두문불출한 공격은 알아도 못막던 백어택과는 차원이 다를지도.
두번째 문제는, 세터의 손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공격수 자체의 문제이다. 문제라고 어감 자체가 좀 별로이긴 하지만... 두시즌이나 삼성을 정상으로 올려놓은 안젤코, 가빈에게는 안젤코에게서만 보였던 그 2%가 없다. 물론 가빈이 현재 최고의 공격수라는건 피부로 느끼는것이나 기록으로나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젤코가 더 나은건 콕 찝어서 말할 수 없는 그 무언가이다... 아 도대체 그건 무엇이란말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석진욱,손재홍이 언제까지나 레프트를 책임질 수도 없는문제이고...지금현재 삼성의 다른 윙어는 이형두, 신으뜸, 이용택, 홍정표, 김정훈, 조성훈인데, 삼성은 이 선수들로 어떻게 다시 팀을 꾸리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일것이다. (이건 뻔한얘기인듯ㅋ)
삼성의 센터진.
올시즌은 고희진보다 확실히 조승목이 낫다. 어제경기만해도 그랬다. 1세트 초반만 봤을때는 이길경우 수훈선수 조승목이라고 외쳐댔었기때문에 ㅋㅋㅋㅋ 사실 유독 화이팅없는 모습에 크게 관심을 두던 선수는 아니었는데, 경기에 투입되서 블로킹을 하고, 서브에이스를 내고, 속공을 하고나서는 내가 놀랄만큼의 화이팅을 보이는 모습에 조금 놀라기도 했던 선수.
그래서 더 걱정인건 고희진이다. 속공도 그렇고.. 플레이 자체가 예전만큼은 아니었다. 여전히 코트에서 분위기를 띄우고 선수들을 격려하지만 정작 자기자신의 플레이가 터지질 않으니 그 신바람조차 전보다 덜한건 사실. 설마 고희진성격에 상대편 서포터즈의 분노를 의식할꺼같진 않은데, 그냥 한순간의 슬럼프이길 믿고싶다.
고작 한경기 셧아웃가지고 논하기는 좀 이른감이 있지만, 어찌보면 곪아왔던 문제가 터진것같아 더 전전긍긍이다. 꽁꽁 싸매두던 상처가 덧낫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곪아버린 상처는 치료하면 그만이다. 늘 그래왔듯 삼성은 못해서 진 경기보다 상대방이 오히려 잘해서 진 경기가 많기때문에... 어여어여 상처에 새살이 돋길 바라며!
마무리는 평생 까방권 획득한 여옹과 함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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