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2. 21:07

이기고 지는 건 어쩔 수 없으니,
마음 편히 가지고 즐거운 배구를 하라고 말하는 신치용 감독.
좋은 연결 플레이가 안 되면 어렵다고...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선수들의 컨디션은... 문제가 없지만 고희진이 가장 체력이 떨어져 있어 걱정이라고...
(고희진이 요새 부진한 이유가 역시...)
그래서 이번만 잘 버티고 당분간 푹 쉬자고...
후배이자 제자인 신영철 감독이 잘 하고 있어서 참 기분 좋다고,
너한테 지는 건 괜찮다고,
끝나고 노는 기간에 함께 저녁이나 하자고 ㅎㅎㅎ

앞서서 신영철 감독은, 오랫동안 정상을 지키고 있는 스승을 본받아 더 열심히 하겠다고 ㅎㅎ

뭐 이렇게 훈훈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이 순간 상상해 본다.
어느 저녁날 함께 오붓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두 신감독을 ㄲㄲㄲ
(.....)

이... 이렇게라도 안 하면 내가 견딜 수가 업ㅂ다;;;

경기 시작하기 전 한 뉴스기사에 이런 말이 있었다.

삼성은 가빈에게 집중된 공격, 항공은 사방으로 분산된 공격.
집중된 공격과 분산된 공격 중에 어느 것이 더 유리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후자다.

예전에도 쓴 적이 있었지만
속칭 몰빵배구는 그 몰빵하는 쪽이 막히면 그걸로 끝이다.
결정을 내줄 수 있는 공격수가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모르는 게 아니다.
누군 몰빵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나.
이렇게밖에 못 하는 게 답답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서글프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선수들이 속공과 세트플레이,
그리고 좋은 수비로 뒷받침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삼성은 그게 되질 않는다.

삼성이 노력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그동안 속공이 너무 없다고 볼멘소리를 해댔는데
내 이런 말을 들었는지
오늘은 속공이 많다.
특히 조승목의 속공이 잘 통한다.
지칠 대로 지쳐서 플레이가 잘 되지 않는다는 고희진도
이를 악물고 때리는지 간간히 강타가 나온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최선의 수비는 최선의 공격이라고 누가 말했나.
수비를 하고 나서 공격을 해야 득점이 나오는데..
수비를 하고 난 후의 공격,
항공은 그게 되고 삼성은 되지 않는다.

사방에서 파상공세를 펼치는 대한항공의 공격을 당해내질 못한다.
김학민의 공격은 거의 손을 못 댄다. 완전히 언터처블이다.
신영수와 강동진의 공격도 덩달아 터진다.
항공도 속공이 많진 않다.
그러나 세 명의 윙이 워낙 막강하다.
반면에 삼성이 내세울 수 있는 공격수가 누가 있나.
블로커가 한선수의 토스를 전혀 못 따라간다.

항공은 유독 세트 후반부에 힘을 많이 낸다.
1세트엔 5점차까지 뒤지고 있었는데도 한선수의 서브 타임 때 윙들의 공격력을 앞세워
금세 역전을 했다.
2세트도 양상은 비슷했다.
웬만한 공격도 다 수비로 걷어내는 항공이다.
삼성은 기선제압을 당한 듯 3세트 초반에는 범실까지 남발하며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가빈의 공격마저 계속 신영수에게 블럭당한다.
공격 성공율은 50% 아래로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가빈 외에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가빈 다음으로 최고득점자가 모두 센터다.
조승목, 고희진.

자업자득이라고, 마르고 닳도록 들은 원죄드립 또 늘어놓으면서 비웃으려거든 그냥 조용히 창 끄고 지나가 주시라.
나 지금 기분 엄청 안 좋으니까.
가빈이 3세트에 꽂아넣는 서브에이스가 왠지 분노가 실린 것처럼 느껴진다.
뭐 하나 되는 것이 없는 경기라서...
내 팀도 저런 폭발적인 공격력 좀 가져 봤으면 좋겠다.
그럼 이딴 악의 축 막장팀 내다 버리라고?
그딴 소리 하려거든 그냥 지나가라니까??

그래도 3세트 막판에 끝까지 듀스로 물고늘어지는 삼성을 보니
위안이 좀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삼성은 아직 안 죽었다.
날 사로잡은 이 팀 최고의 매력은 바로 이 근성이었으니...

항공은 선수들이 잘하는 건지 감독이 잘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참 잘한다.
옛날엔 막판에 범실로 무너질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무너지기는커녕 오히려 역전승을 할 때가 많다.
3세트 막판에 정신줄 놓고 범실 작렬하더라마는...

그런데 신영철 감독이 24점째에 타임 부르는 거...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그래, 한창 전성기 때 삼성이 저랬었다.
24점째에 신치용 감독이 작전타임크리를 하던...
역시 제자는 스승 따라가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이나마 맘이 편하다.
우리 팀 멤버였던 사람이 지금 독립해서 잘 하고 있는 거니까...
LIG 시절 폭행사건으로 일생에 큰 오점을 남겼지만
기왕 돌아왔다면, 계속 이렇게 임기를 이어간다면
그 과오를 딛고 정말 좋은 감독 되어 주시길.

......한선수가 막판에 듀스크리에도 속공을 계속 쓰는 게 참 과감하고 좋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
캐스터가 당신 은근히 깐 사실?
적어도 칭찬하는 말은 아니었음...
한쪽이 통하면 한쪽으로만 줄창 몰아준다고 ㄲㄲㄲㄲㄲ
이른바 몰빵배구로 연명하는 팀의 빠가 할 말은 아닌 줄로 사료되옵니다만...
뭐 그냥 그렇다고...
기왕 月 MVP도 뽑힌 김에 꼭 좋은 세터 되시라.
유광우는 언제쯤 대학 시절 제 포스 되찾을지 모르겠구나.....

PS.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밀류세프는 100% 퇴출 확정이로구만.. 지.. 지못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