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8. 21:06
2세트를 내주는 걸 보고 난 직후 갑자기 겹쳐 보이던 무언가...
정규리그 내내 1위를 달리다가 후반기에 다 와 갈수록 정신줄 놓아가는 현대건설이었다;;
한때 신진식과 맞먹는 강서버였다는 해설을 배경으로 그 말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목적타를 때리고 있는 신선호를 보는 것도
무기력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2세트 후반 삼성의 플레이를 보는 것도
모처럼 손재홍과 교체되어 전위로 들어왔지만 두 번의 공격이 모두 디그당하고 무력하게 물러난 이형두를 보는 것도
이제는 아무런 위력도 느껴지지 않는 고희진의 속공을 보는 것도
'어차피 바꿔줄 선수도 없으니 지금 뛰는 너희들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신감독의 역정 섞인 목소리를 듣는 것도
보는 내내 답답하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였다.
질 때 지더라도 좀 내용 있게 져야지
이렇게 범실 남발하면서 무기력하게 무너져서는 안 되는 거였다.
손재홍과 석진욱의 눈물겨운 분전이 그나마 건질거리였다.
언제나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가빈에게도 항상 고마울 뿐이다.
게다가 오늘 드디어 1000득점을 달성했다.
마냥 좋아라 할 일은 아니지만 정말 대단한 기록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수비와 이단연결에서 이렇게 흔들리면 어찌하나?
삼성을 버티게 하는 것은 바로 공격이 아니라 정확한 수비와 연결 아니었나?
그리고 경기 내용이 너무 안이했다.
3세트 이후에 많이 만회하긴 했지만
높이가 낮은 상무에게 블로킹에서 뒤졌다는 것은 그만큼 볼배분과 공격에서 너무나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말밖에 안 된다.
범실도 마찬가지.
아무리 지쳤다고 하지만 집중력까지 놓아 버려서는 안 된다.
2세트까지 양성만의 공격 성공율이 60%를 상회했다고 했다.
최종 기록지에서는 53%를 찍었지만...
3세트 이후 무너지기 시작하기 전까지의 양성만은 정말 언터처블에 가까웠다.
본인 범실이 아닌 이상 잘 걷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불가항력적인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몸이 무겁다고 해서 마음까지 무거워져서는 안 된다.
다행히 3세트 넘어가면서 제 모습을 되찾아 갔지만...
허주옹의 배구가중계는 오늘도 계속됐다.
유광우의 부상과 수술 이야기, 일본에 간 안젤코 이야기, 신감독과 가빈의 외식 이야기...
하지만 가장 최고의 히트는 이른바 별 세 개 드립.
'세 개의 별'이라는 뜻의 삼성 팀에 별도 세 개가 꽉 들어찼는데
Schmitt(=영어의 Smith, 대장장이)가 들어와서 별 하나를 더 뚝딱뚝딱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 ㅋㅋㅋㅋㅋㅋㅋㅋ
참 언어의 마술사 ㅋㅋㅋ
그냥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유광우가 발목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하는 핸디캡을 갖게 되었지만
긴 시간 동안 코트에 머무르면서도 경기 감각이나 몸놀림은 괜찮아 보였다.
높이가 낮은 상무의 김영석 세터 쪽을 집중공략하는 것이나
공중볼 다툼에서 점수를 가져오는 것도 그렇고...
시간이 지날수록 토스질과 볼배분도 안정감이 붙어 가고...
4세트 두번째 테크니컬을 따낸, 손재홍을 향해 한 손으로 밀어준 토스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제 정말 세대교체가 시작되는 것 같다. 세터 방면에서부터...
3세트 후반에 들어온 박재한이 블로킹 3개를 기록하면서 두 세트를 따내고
(마지막에 연속 블로킹으로 세트를 끝냄...)
4세트 넘어가자 스타팅 멤버의 반을 새로운 얼굴로 채운 삼성.
(세터에 유광우, 레프트 손재홍 대각에 이형두, 센터 조승목 대각에 박재한...)
3세트를 내준 후유증 탓인지 상무는 갈수록 범실을 남발하기 시작하고
반면 삼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플레이에 안정이 생긴다.
초반에 흔들리던 수비와 연결도 다시 제 모습을 되찾았다.
경기 끝나고 가빈의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려는데
가빈이 코트에 누워 힘들어 한다...
무릎이 아프다는 것 같다.
결국 인터뷰 건너뛰었다.
역시 시즌 전 경기를 다 뛰면서 매번 40득점 안팎을 찍을 정도로 쉴새없이 공격한 후유증이 나타나는가 보다.
안젤코가 있을 땐 간간이 장병철과 바꿔 기용한 덕에 조금이라도 쉴 기회가 있었는데
가빈은 최소한의 쉴 시간도 얻지 못했다.
가빈도 결국은 사람이었다.
그에게 쉴 시간을 허락할 라이트 백업이 없다는 게 정말 큰 문제.
공격의 핵인 가빈마저 아프면 이젠 정말 큰 공격을 맡아줄 믿을맨이 더 이상 없게 된다...
11일에 LIG전이 있다.
무리하지 말고 선수들의 몸상태를 잘 살펴서 라인업을 결정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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