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1. 15:14

(최종 스탯. MBC스포츠+의 스탯 화면은 KBSN에 비해 왠지 없어보인다;;)

(2세트까지의 양팀 득점 분포. 경기 종료 후 발표된 공식 기사에 따르면 홍정표는 총 22득점을 올렸다)

간만에 국내 남배 경기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세계 추세와 담쌓은 갈라파고스 볍신배구라고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낯익은 선수들이 뛰는 국내 리그가 역시 내겐 훨씬 익숙하고 정겹다.
보는 재미 자체만 놓고 보면 여기도 나름 쏠쏠하다능?? 무시하지 말라능??

개드립은 이쯤하고 이하는 두서없이 적어 보는 오늘의 관전 소감.

1. 돌아온 석진욱. 역시 명불허전이다. 스파이크 스킬, 코스 모두 다채롭고 절묘하다. 스파이크 파워도 있고 스텝도 폼도 경쾌하다.
이제 완전히 제 몸상태를 찾은 모양이다. 긴 재활기간 동안 참 힘들었을 텐데, 다 잘 극복하고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오니 참 기쁘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석진욱에게 의존해야 하는 걸까... 석진욱 한 명 있고 없고에 따라 팀의 운명이 좌우되는 현실이라니.
후배들, 지금 잘 배우고는 있는 거?

2. 1세트 삼성 스타팅 라인업은 대충 이랬다.
유광우(S)-김홍정(R)-홍정표(L)-석진욱(L)-이재목(C)-지태환(C)-김강녕(Li).
경기 시작 직후의 삼성 플레이는 정말 실망스러웠는데...
그중에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단연 유광우의 토스웍.
아니, 백토스 할 줄 모르나? 속공 토스 못해? 이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니까. 
지태환과 이재목이 속공하는 걸 도통 보질 못했다;;; 라이트의 김홍정 쪽으로는 토스가 아예 가지도 않고...
중앙 라이트 다 버리고 레프트의 홍정표 쪽으로만 무식하게 계속 오픈 올려대는 장면이 몇 번 나왔는데 정말 화딱지 나더라.
그런 뻔한 토스의 결과야 뭐 자명하다. 1세트에만 우캐에 한 10개 막혔나??
2세트 이후 우캐의 블로킹이 별로 안 나왔던 걸 감안하면 1세트 때 집중적으로 한 10개는 족히 막혔던 것 같다.
느리고 붕붕 뜨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블로킹에 갖다 바치는 토스였는데 내가 어찌 화가 안 나겠는가.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아지긴 하더라. 토스 궤적도 점점 직선에 가까워지고 스피드도 나오기 시작하고...
지태환은 1세트 후반에서야 처음으로 속공 하나 시원하게 꽂아넣더라. 
뭐 딱히 한 것도 없이 1세트 후반 조승목과 교체된 이재목은 그저 지못미.
한편 조승목은 교체되어 들어간 지 얼마 안되어서 속공으로 세트포인트 내고 쿨하게 세트 끝냈다;;
(그러고보니 2세트도 조승목의 속공으로 세트 끝. 조승목은 세트 종결자???)
한편 오늘 삼성 경기력의 전체적인 흐름을 얘기하자면
1세트는 좀 갤갤거리는 느낌이었는데 2세트는 완전히 삼성 페이스였고
3세트는 우캐가 민경환과 김정환을 앞세워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팽팽한 양상이 전개되었는데 얘네들이 서브범실로 알아서 무너져서리...;;
뭐 그렇게 해서 3-0으로 끝났음

3. 위 짤방에도 언급했지만 오늘 삼성의 에이스는 홍정표였다.
특히 1세트 24점째의 이동공격과 2세트 이후에 간간이 나온 중앙 시간차는 멋있었음.
가빈이 출전하지 않아서였겠지만, 평소 라이트로 60%씩 토스가 몰리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오늘은 삼성의 공격이 대부분 레프트 쪽으로 갔다.
물론 홍정표와 석진욱의 공격이 좋았던 것도 있고.
깔끔한 세트플레이가 자주 나와서 보기 좋았다. 세터와 공격수의 짜임새 있는 움직임에 이은 깔끔한 강타. 
오늘은 레프트가 말 그대로 삼성의 공격을 주도했다.
반면 라이트의 김홍정은 별 활약을 못했다. 공 자체가 김홍정한테 안 간 것도 있지만...
황당할 정도로 레프트로 무식하게 올려대던 1세트와 달리 2세트 이후부터는 라이트로도 곧잘 공이 갔는데 도통 결정을 못 내 주더라.
레프트에 비해 라이트 토스가 불안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코보컵 때는 어떤 공이 올라오든 쿨하게 다 꽂아넣던 김홍정이었는데...
오늘은 왜 그랬던 건지.
김홍정과 교체되어 들어온 김정훈도 별로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3세트에 간간이 라이트에서 득점을 내주긴 했지만.
어차피 정규리그 땐 가빈이 라이트를 지킬 테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레프트는 홍정표-석진욱 라인이 오늘만큼만 해 줘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고...
그래도 김홍정에게 기대가 많았는데... 단순히 오늘 하루 잠깐 부진했던 거였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석진욱이 풀시즌을 다 소화하기는 힘들 테니 누군가는 석진욱과 러닝타임을 상당 부분 나누어 가져야 한다.
김홍정과 김정훈이 꼭 분발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4. MBC는 왜 맨날 이춘표가 해설임??? 난 건태본좌 해설을 듣고 싶다고.
조승목이랑 김강녕 칭찬해 주는 건 뭐 레알 으쓱하고 기분 좋지만 (조승목 - 묵묵히 자기 몫을 훌륭히 해낸다, 김강녕 - 디그 쩐다 등)
그건 그거고...
해설위원이란 사람이 말 참 더럽게 못함. 문장 하나 이어가기가 참으로 빡센 저 빈약한 어휘력과 문장 구성력 어쩔 거임;

5. 평소 센터의 역할을 중시하는데 그 점에서 오늘 센터들의 활약도 만족할 만 했음.
사실 킬블럭 별로 안 나오는 삼성이란 팀을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물인지 블로킹에 별 기대를 안 하는 편이니 블로킹은 제껴 놓고,
앞에 내가 쓴 '평소 중시하는 센터의 역할'이란 바로 속공 능력을 말하는데,
시도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2세트 이후부터 자주 나오기 시작한 조승목과 지태환의 속공을 지켜보니
과감하고 강하게 내리꽂아 주는 게 아주 만족스러웠음. 타이밍만 좀 더 빨라지면 더욱 적절할 듯.
조승목의 묵직한 서브도 대략 굳. 이제 2단토스만 마스터하면 본격적으로 신선호 시즌2 찍는 거다

6. 송인석의 굴욕... 관중석에 앉아 있는데 이춘표가 이름을 기억을 못함 ㅋㅋㅋ
그냥 현대캐피탈 선수였다고만 하고 얼버무림.

7. 김강녕의 디그가 정말 좋더라. 포스트 여오현 걱정 안 해도 될 듯.
뭐 듣자하니 외국 경기에서는 리베로 두 명이 막 번갈아 가면서 코트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번 시즌 삼성에서 그런 걸 기대하면 안 되....려나?;;;
김강녕 좀 더 많이 봤으면 좋겠는데.
(아 그러자면 우선 KOVO룰부터 손봐야겠구나;;; 그런데 그 외국 경기들은 대체 어떻게 하길래 한 경기에 리베로 둘이 자유자재로 드나든다는 거지?)

8. 경기는 뛰지 않았지만 유니폼을 입고 팀을 응원하며 워밍업존을 지킨 가빈.
경기 끝나고 인사할 때 화성시장 양반(maybe?)과 하이파이브 ㅋㅋㅋㅋㅋ;;;;를 하는데 왤케 웃기냐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9. 야외경기장에서 화성시민 체육대회;;;가 열리는 날에 초청경기... 택일 한 번 졸라조쿤??
덕분에 경기장 관중석 2층은 휑했음(........)

2010. 4. 1. 21:39
대략 3가지 단어로 요약되는 플레이오프 2차전이 되시겠다.


센터
한선수


1. 氣
항공은 어제 1차전에서 1세트를 꼭 땄어야 했다. 그랬으면 이렇게까지 개안폭 모드가 되진 않았을지도.
대한항공에게는 어쩌면 플레이오프에 관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 플레이가 전혀 안 된다. 아무리 센터가 시망이라지만 그래도 어제 1세트만 해도 잘 하던 윙들이 완전히 넋이 나갔다.
몸이 굳었다.
수비와 이단연결도 안 된다.
당연히 공격으로 연결될 줄 알았던 디그된 볼을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서 허무하게 코트 바닥에 떨어뜨린 3세트 후반부 상황이
가장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반면 현대는 너무나 편안하게 자기 페이스대로 경기를 하고...
기억이란 것, 각인이란 게 이렇게도 무시무시한 줄 새삼 느낀다.

2. 센터
센터가 잘 풀리고 안 풀리고에 따라 그날 경기의 양상도 달라지는 것 같다.
이건 내가 올 시즌 들어 삼성의 경기를 보며 더욱 절실히 느낀 바이기도 하다.
시즌 초반에 삼성이 비교적 수월한 경기를 할 수 있었던 데는 고희진의 활약과 조승목의 뒷받침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3라운드 후반쯤부터 삼성의 페이스가 급격하게 내려앉기 시작했는데
이게 센터진의 부진과 맥을 같이 한다.
센터들이 속공과 블로킹에서 잘 받쳐준 날엔 삼성이 그런대로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갔고,
부상과 체력 저하 등으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날에는 결국 지거나,
설령 이기더라도 아주 힘에 부쳐 터덕거리는 인상의 경기를 했다. 
센터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그 점에서 센터가 잘 되었던 현대와 센터가 안습이었던 항공의 전투력(?)차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현대의 센터진은 지금 V리그에 있는 팀들 중 그래도 가장 괜찮은 전력을 자랑한다.
이선규는 어제 손맛 좀 보더니 제 페이스 완전히 올라온 인상이고
하경민은 원래 올 시즌 내내 꾸준히 잘했고.
주력 센터 둘이 다 부상으로 나가떨어져서 라이트 해결사로 데려온 레안드로가 중앙으로 들어올 지경인 항공으로선
현대의 센터진이 더욱 부러웠을 법하다.
가뜩이나 윙들도 부진한 판국에 센터까지 없다시피 하니... 뭐... 경기가 될 리가...

3. 한선수
한선수를 봄선수라고도 부른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대학 시절 경기력과 관련이 있는 별명인데,
춘계대회에서만 유독 잘했다고 해서 봄선수라고 했다 한다. 
오늘은 4월 1일, 춘사월 봄이다.
그런데 그에게 봄은 아직 오지 않았나 보다-_-;
솔직히 토스가 좋고 나쁘고를 미세하게 분간하진 못한다. 하지만 오늘 한선수의 토스는 참 많이 안습이었다.
이 역시 '플레이오프 트라우마'와 관련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권혁모와는 맞춘 지 얼마 안되어서 그렇다고나 하지
시즌 내내 같이 뛰어온 윙들하고도 잘 안 맞는다.
어쩌면 오는 주말이 시즌 마지막 경기일지도 모르는데...
프로 3년차 한선수의 토스는 심리의 문제인지 기량의 문제인지 하여간 뭐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전히 불안하다.

써놓고 보니 좀 항공 편향성의 글이 되었는데...
솔직히 이젠 항공이나 LIG도 우승을 좀 할 때가 됐다.
신선한 충격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이번 PO에서 항공이 좀 센세이셔널하게 놀기를 바랐는데
어째 그 바람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다.

기억이 영혼을 잠식하는 건지
정녕 클래스는 영원한 건지

오늘 여배에선 KT&G가 3연승 무실세트로 챔피언전에 올라갔던데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