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16. 21:23

배덕후질을 하다가 이따금씩 2AM의 <잘못했어>라는 노래를 떠올리곤 한다.
바로 이 부분 때문.

"근데 왜 왜 왜 왜 난 오늘도 네 앞에서 웃는 광대"

......................

실망이니 어쩌니 해도 배빠질에 있어서 결국 내가 돌아갈 곳은 삼성화재 블루팡스뿐인가ㅠㅠ
가빈에 편중된 공격 분포는 여전히 분산될 줄 모르지만
이 양반들 공격 성공시키고 나서, 블로킹하고 나서, 서브에이스하고 나서
부둥켜안고 포효하며 웃는 걸 보면 왜 나도 함께 웃고 있는가;;;

근데 오늘 경기는 우캐가 제 실력을 못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삼성 경기 내용이 꽤 좋았다.
특히 유광우 오늘 경기 초반부터 표정이 참 밝던데. 요새 좀 할 만해진 건가 ㅋㅋㅋ
경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조승목 속공 하나, 고희진 속공 하나 이렇게 올리던데 놀랐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역시나 대다수의 토스는 가빈에게 몰렸고 벽치기 유도하는 토스도 여러 차례 나오긴 했지만서도;;;
그런데 지금껏 내가 봐 온 중 오늘 경기가 제일 좋아 보였다.
삼성의 전매특허였던 집중력 돋는 디그-반격 모드도 간만에 다시 볼 수 있어 좋았고...
특히 1세트 막판 박주형의 공격범실로 끝났던 그 랠리.
이 사람들이 초장부터 아주 작정을 했던지 너나 할 것 없이 눈에 불을 켜고 달라들어서 있는대로 다 걷어내는데 ㅋㅋㅋㅋㅋ;;;
그래 진작 좀 이렇게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박철우는 철저하게 블로커를 이용하는 쪽으로 방향 선회를 한 건가...
파워는 원래 없었고 타점도 여전히 부족하다. 블로킹에 걸리는 경우도 많고.
다만 블로킹에 맞고 안쪽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바깥쪽으로 떨어지면서 공격 성공율이 올라가더라.
이런 장면이 자주 나오니 얘가 이거 작정하고 이런 스타일로 가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라도 득점이 많이 나니까 그것도 괜춘하더라. 그래도 얘는 역시 블로킹이 뜨기 전에 빠른 토스를 잘라 때리는 게 제일 좋아 뵈는데. 그런 장면도 흔치는 않았지만 몇 번 봤는데 역시 얘는 이게 제일 시원해 보임.

김정훈은 중앙으로 파고드는 시간차 움직임은 좋은데 왜 자꾸 과도하게 틀어쳐서 범실을 자초하나;;
그럴 게 뭐 있나 그냥 이기호 말마따나 정통으로 코트를 때리면 되지.
그놈의 소심증 좀 어떻게 할 수 없는지;;;
그리고 막판 박주형 연속 서브에 계속 리시브 흔들리는 것도 좀.
그렇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괜춘했음.

가빈은 저번 현대전에서 혼자 온갖 짐 다 짊어지고 가다가 막판에 범실 쏟아내며 무너졌다길래 오늘 골골대는 거 아닌가 했는데
(초반에 연속 블로킹 걸릴 때도 역시나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파워 타점 각도 다 살아나데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진짜 코트가 부서져라고 들이박는데 중간에 KBSN 카메라에 비춰진 입이 쩍 벌어진 녀성 관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럴 만 하겠더라;;
최고속도로 떨어지면서 거의 직각으로 내리꽂히는데 이건 무슨 딥 임팩트도 아니고......
한 번 기가 살아나니까 누가 어떻게 올려주든 거침없이 막 내리꽂더군;;;
누구 말마따나 역시 너님은 甲人;;;

결국 오늘의 선수도 가빈이었지만
난 센터들에게도 정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고희진과 조승목, 오늘 정말 잘했다. 속공도 과감하게 패주고(고희진) 고비 때마다 블로킹 점수 챙겨 주고(조승목) ㅋㅋㅋ
배구는 세터싸움이기도 하고, 결국 승부처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건 에이스 주포라지만,
센터가 투명모드인 팀은 이길 수도 없을 뿐더러 이긴다고 해도 그 과정이 참으로 고단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삼성처럼 레프트 중 하나가 사실상 리베로나 다름없는 팀은;;;
더더욱 센터의 속공과 블로킹으로 득점 분산을 이끌어내야 다른 윙공격수들의 공격 부담을 덜 수가 있는데,
오늘 고희진과 조승목은 정말 굳 ㅎㅎㅎ
리그 초반만 해도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속공 성공율을 보였으나 오늘은 속공도 다 대담하면서 시원하게 잘 들어가 주고
특히 조승목이 블로킹할 때마다 절로 박수가 짝짝짝
(절대 내가 조승목을 이뻐해서 이러는 게 아니다)
흔히 수비와 이단토스 등을 많이 하는 선수를 살림꾼으로 표현하지만 센터 역시 팀의 중요한 살림꾼이라고 생각한다.
센터들이 살림을 잘해주니 게임 풀어나가기가 훨 낫잖아.
센터들이 잘해 줘야 비로소 윙공격수들의 위력이 배가되는 법이니...

내팀 간만에 잘해준 덕에 급 빠심 & 입담이 봇물처럼 터졌는데;;;  
그만 이쯤에서 정리하고 우캐 얘기로 넘어가자면.......

1세트 초반에 우캐가 3번이나 블로킹을 잡길래 우캐가 기선제압 하겠구나 했는데...
젊은 팀의 약점인지...
공격 분산도 잘 되고 스피드도 좋고 수비도 탄탄하고 다 좋은데 중요한 순간마다 범실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급 넘어가는 문제가..
나중에 경기 다 끝나고 나서 신진식 위원이 지목한 포인트이기도 했지만...
1세트 막판에 우캐가 계속 공격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삼성은 그때 거의 공격 시도 자체를 하질 못했다. 닥치고 걷어내서 넘기기 바빴음. 그래도 근성디그 하난 짱이ㄷ...) 박주형이 노블로킹 상황에서 틀어때린 공이 백테 맞고 코트 밖으로 나가 버린;;
그리고 바로 다음에 조승목의 블로킹이 터졌고...
그때 풀이 꺾인 게 2세트까지 이어졌던 듯함.
1세트 초반에 우캐가 꽤 앞서 가다가 중반 시점부터 급 역전당한 것도 강영준의 계속된 공격 실패와 연관이 있고...

그래도 3세트 막판에 한 3점인가 4점인가 뒤지고 있다가 이승현 서브 타임에서 김정훈 계속 핀치로 몰아서
무섭게 추격하다가 결국 역전 & 세트포인트 만드는 거 보고 이야 우캐 쩌네 ㄷㄷㄷ 이러고 있었는데 
急 조승목 블로킹 & 고희진 서브에이스로 경기 끝;;;
코트 밖으로 나오는 안준찬 표정 보니 허망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뭐 나도 허망했으니...
고희진 서브에이스 장면 못 봐서라곤 말 못함

그러고보니 오늘 우캐 센터들 활약을 별로 못 본 거 같다.
죄다 안준찬 김정환 C퀵만 줄창 보다 끝난 것 같음;;
중간에 캐스터가 하는 말 들어보니
윙들은 공격 성공율이 50% 웃도는데 센터인 신영석과 박상하가 20%인가 30%인가밖에 안 된다고
이 얘기 듣고 깜놀함;;
우캐야말로 센터가 가장 살아 줘야 하는 팀인데 이렇게 돼 버리면...;;;
결국 나중에는 김태진이 나오더라는.
그런데 김태진 리얼이던데?! 속공에 블로킹에 3세트 후반은 대략 김태진 타임이 형성됐었음
김남성은 이런 김태진을 왜 태미넴으로 만들었을까

어쨌든.......
내가 삼빠여서인지는 몰라도 오늘 경기는 대략 괜춘하게 봤음
물론 부서질 듯한 강스파이크서브도 없었고(가빈의 스파이크는 부서질 듯했지만)
개념에 충실한 시간차성 중앙후위도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고
서로 만만치 않은 양의 범실을 주고받았으며(특히 1세트는 대략 범실이 승패를 갈랐;;)
리시브가 조금만 흔들려도 정상적인 세팅이 되지 않는 구식 리그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되었으나......

그래도 난 즐겁게 봤다오;;;
그냥 그렇다고;;;

그나저나 오늘 경기를 치른 이 두 팀은 이제 나란히 9승 12패가 되었구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