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26. 21:55

처음 선수소개 시작할 적에...
LIG 선수들이 소개될 때마다 붓글씨로 사자성어를 쓴 족자가 하나씩 좌르륵 펼쳐지는데...
멋들어지긴 한데...
많이 낯익다 싶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나 버린 한 팀....
로... 롯데 자이언츠!!!!!!!!!!!!!!!!!!!

...그... 그냥 그렇다고;;

각설하고 리뷰 시작.

1세트 초반...
김철홍이 블로킹 2개를 잡아냈다.
손재홍과 조승목이 연달아 블로킹에 걸려 버렸다.
1세트 첫 테크니컬을 LIG가 땄는데
이때까지 가빈 혼자 5득점이었다.
조승목의 속공은 또 블로킹에 막히고...
중반에 때린 고희진의 속공마저 블로킹에 가로막혔다.
레프트는 몸도 안 좋고 나이도 있고 수비도 해야 하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센터가 이렇게 침묵하면 답이 없다.
빨리 신선호가 복귀하든지 해야지...
작년 여배 KT&G가 김은영이 부상당하고 김세영의 대각에 설 센터가 없게 되자
백목화가 센터 자리에 섰는데...
그렇게라도 하고 싶을 지경;;;
그런데 백목화 역할을 누가 하나ㅠ

설상가상으로 시원하게 때려넣은 가빈의 퀵오픈이 이경수의 디그를 받고 올라오고는
바로 네트를 넘어와 삼성 코트로 떨어져 버렸다.
삼성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코트 인으로 판명되면서 애꿎은 판독 기회만 날렸다.
운도 안 따른다.

원포인트 서버들도 좋지 않았다.
강민웅, 이형두 모두 서브범실...;;;
아 정말 안 풀린다...

반면 LIG는 이경수까지 본격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하고...
가뜩이나 피라타와 김요한의 공격력도 좋은데 이경수까지 가세하면 삼성으로서는 답이 없다.
아... 오늘은 힘들려나... 하는데...

석진욱이 서브에이스를 기록하고 조승목이 블로킹을 잡아내면서 어느새 1점차로 삼성이 따라붙었다.
한때 5점차까지 벌어졌는데 어느새 1점차 +ㅁ+
손재홍까지 블로킹에 가담...
그리고 1세트 막판 들어 삼성의 블로킹 득점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 좋은 현상이다ㅠㅠ

처음 시작할 땐 양 팀 다 오늘 토스-공격 타이밍이 영 안 좋고
특히 속공이 다 연타에 훅샷에,  
삼성이나 LIG나 중앙 속공이 다 왜 이런가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던 찰나...

두 팀이 듀스 상황에 돌입했는데...
최태웅, 황동일 양쪽 모두 계속 속공을 사용하고 있는 거였다.
양팀 센터의 속공 스파이크에도 듀스 이전과는 달리 힘이 실려 있었다.

속공이 다 왜 이러냐고 내가 했던 말을 이 사람들이 들은 건...가...;;;

숨막히는 듀스는 30점대 이상까지 넘어갔고...
결과는 삼성의 승리~~~
LIG도 만만치 않은 집중력을 보였고 황동일도 계속 속공을 쓰다가 김요한 원블럭을 만들어 주는 등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삼성의 집중력이 좀 더 앞섰다.

이렇게 해서 1세트는 삼성 Get.

2세트 초반에 나온 석진욱의 2연속 시간차.
너... 너무 좋다ㅠ
역시 난 이런 플레이가 조ㅋ타ㅋ
요즘 세계 배구에서는 확 사장되어 가고 있는 패턴이라지만
난 이렇게 리시브하고 주저앉았다가! 순간 일어나서! 중앙으로 파고들어서! 시간차 세팅 때려서! 득점한
이 플레이 완전 내 스타일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

30점을 훌쩍 넘기는 듀스 끝에 져서 그런지 LIG가 갑자기 막 말리기 시작한다.
피라타의 범실이 이어지면서 삼성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허리 상태가 온전치 못한 이경수는 1세트에 이어 2세트에서도 다이렉트킬을 놓쳤다.
결국 임동규와 교체되어 나가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LIG는 확실히 공격력이 좋다.
김요한의 중앙후위공격은 정말 위력적이다.
전위 공격도 빠르고 파괴력이 있다.
LIG가 한 점차 추격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김요한의 위력이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LIG.... 범실이 확 많아진다. 2세트 초반부터 범실이 계속 나온다.
피라타는 계속 범실을 쏟아내다 결국 송문섭과 교체...
그러나 송문섭도 범실...
2세트 LIG... 난리다...
이따금씩 터져 나오는 황동일 이 양반의 공격본능, 득점본능은 참 못말리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건 그만큼 LIG의 공격수들이 안 풀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반면 2세트의 삼성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세트플레이 착착 올라와 준다.
설마 <내 취향의 배구>를 읽고 이러시는 거슨(퍽)
우왕ㅋ 가빈 레프트 퀵오픈 굳ㅋ
이동시간차도 굳ㅋ
그 주연이 가빈 혼자뿐이었다는 점이 좀 안타깝지만
단순히 패턴의 완성도만을 보건대 가빈과 최태웅이 빚어낸 플레이 자체는 참 멋있었다.
속공수들도 좀 더 힘내서 가세했으면 좋겠어혀~~
레프트들은... 차마 더 해 달라고는 못하겠다ㅠ

LIG가 자멸하다시피 한 가운데 2세트도 삼성이 Get.

3세트...

양쪽 팀에서 좋은 세트플레이가 많이 나왔다.
역시 난 만들어가는 공격 패턴이 좋다.

먼저 삼성...
초반에 우왕 석진욱 이동시간차 또 나왔어ㅠㅠㅠㅠㅠ 너무좋아ㅠㅠㅠㅠ
조승목의 속공도 좋았고...

이쯤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오늘의 장면을 얘기하자면....

3세트 중반, 최태웅이 토스하기도 전부터 폭격기처럼 코트 전위 중앙에 떠 있던 가빈 ㄷㄷㄷ
토스 올라오는 거 보자마자 순식간에 확 강타 때려 버린 가빈 ㄷㄷㄷ

LIG의 황동일도 질세라 하현용과 콤비를 맞춰서 빠른 속공을 계속 빚어낸다.
황동일이 이렇게 속공 많이 올리는 거 난 처음 보는 것 같다;;
중앙에서 공격이 되니까 가뜩이나 위력적인 LIG의 날개공격도 위력이 더해져 간다.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LIG의 강공이 계속 터지면서 삼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요한의 위력은 여전히 엄청나고, 피라타도 가세. 
하현용의 속공은 계속 터지고 있고...
게다가 삼성의 집중력이 확연히 흐트러졌다.
해이해졌나... 아니면 지친 건가...
그리고 삼성의 속공 결정력이 다시 떨어졌다. 덩달아 속공 점유율도 내려갔다.
가빈 혼자 공격하고 있다.
만들어진 공격도 아니다. 놓고 치는 공격이 늘어 간다.
결국 가빈의 범실이 늘어난다. 
가빈의 공격범실과 함께 3세트는 LIG가 따 갔다.

4세트...

센터 정말 어쩌나 싶다. 이렇게 센터에서 결정률이 안 나와서야!
거기다 LIG의 강서브가 먹혀들면서 삼성이 맥을 못 춘다.
LIG가 힘으로 밀어붙이면 삼성은 속절없이 밀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앙에서 너무 밀린다.
그나마 조승목의 3연속 속공이 막힌 중앙을 좀 터준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너무 빈약하다. LIG의 속공 시도/성공과 비교하면...
역시 센터가 약하면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센터들의 분발이 정말 필요한 것 같다.

그러던 도중...
조승목은 왼쪽 눈에 정통으로 강타를 맞고 ㄷㄷㄷㄷㄷㄷㄷ
(맞은 눈에서 눈물이 줄줄줄 흐르는데 ㄷㄷㄷㄷㄷ)
김요한 다리에선 피가 흐르고 ㄷㄷㄷㄷㄷ
혈전이로구나~~~ ㄷㄷㄷㄷㄷ
결국 둘 다 벤치로 물러난 가운데...

LIG가 4점차까지 앞서다가 어느새 삼성이 따라붙어서 동점까지 갔다.
그리고 석진욱의 다이렉트킬과 함께 삼성 역전!
이때부터 완전히 석진욱의 독무대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ㄷㄷㄷ
퀵오픈 ㅠㅠㅠ 블로킹 ㅠㅠㅠ
대 to the 박

순간적으로 확 흔들리기 시작하는 LIG...
김요한은 중앙선을 밟고...
이경수는 네트를 못 넘기고...

그렇게 경기는 끝났다...

남들은 오늘 경기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지만
일단 내 입맛에는 딱 맞는 경기였다.
적당한 템포에 적당히 복작복작거리는 이런 경기가 내 스타일이다.
삼성은 오늘 토스 실수가 몇 번 나오기도 했지만 이런 내 입맛에 맞는 플레이를 어느 정도 실현해 줬고
LIG도 웬일로다 황동일이 속공 토스도 많이 하고 제법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강준형 캐스터와 김세진 해설도 틈틈이 빠른 공격을 강조했다.
"빨라야 통한다!"

최태웅에게 셋업자세 빠르게 들어가라는 신치용 감독의 지시.
요즘 세터의 가장 중한 덕목은 어떤 볼이 올라와도 빠르게 셋업 들어가는 거라던 어느 분의 말이 생각난다.
신감독도 잘~ 알고 있는 사안인 듯 ㅋㅋ;

스피드에 대한 생각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안 하고 있을 리가 없다.
빠른 중앙후위공격도 양팀에서 자주 나왔다.
다들 많이 생각하고, 많이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배구를 아무리 많이 봐도 항상 해태눈깔인 미련곰탱이 즈질배구빠인 나는
오늘도 그렇게 믿으며 V리그를 즐겁게 관전할 뿐이고...

...이렇게 해서 삼성은 19승째를 올렸구나.
이제 1승만 더 추가하면
신치용 리사이틀 시즌2 작렬???

아 그리고 글을 마치면서 다시금 한마디.
삼성 센터 여러분, 좀더 힘내십시다ㅠㅠ

PS. 경기 끝나고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데....
갑자기 송지선vs구미 장내아나운서 급 목소리 크기 대결 성ㅋ사ㅋ(...)

그리고 인터뷰하는 가빈은.... 역시 어리다 ㅋㅋㅋ
해맑다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