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1. 19:09
(http://www.kovo.co.kr/game/league/result.asp)

"사람은... 그럴 수 있습니다.
사람은 능력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부주의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그럴 수 있습니다.
.
.
.
하지만, 내 사람은 그럴 수 없어!"

경기는 직접 못 봤고, 나중에 스탯과 문자중계를 살펴봤는데...
미실의 저 대사가 제일 먼저 생각나더라;;

시즌 시작 전부터 올 시즌 삼성은 어렵겠구나 라는 생각은 쭉 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엉망진창일 줄은 몰랐다.

신인 우승진이 유광우 대신 투입되고 세터로 전향한 신선호가 전향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다시 센터로 나오는 상황.
라이트에서 서브 한 번 안 받아 봤을 박철우가 3세트 초반에 리시브를 연속으로 받아올리고...
더 경악스러운 건 유광우. 아무리 리시브가 엉망이라도 어떻게 가빈 오픈 가빈 오픈 가빈 오픈 이렇게만 죽 찍히나 그래.
정말 센터는 애저녁에 버린 건가. 이런 세터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임?
정녕 삼성은 석진욱 한 명이 있고 없고에 따라 속절없이 좌우되는 그런 원맨팀에 불과했단 말인가?
망할 때 망하더라도 멋있게 망하자고 내가 예전에 블로그에 적었을 텐데.
망하더라도 내일의 희망이 보이는 경우가 있고, 그런 거 쥐뿔도 없는 경우가 있다.
상무에 풀셋패 당하고 이틀밖에 안 지났다고 치더라도 이건 아니다.
신감의 경기 운영도 이해하기 어렵다.
일관성이 없다.
세터 수업을 계속해 온 신선호가 왜 또 센터로 나오나.
차라리 그냥 지태환-이재목(맞나?) 신인 라인 세워 놓고 죽이되든 밥이되든 테스팅이나 하지.
리시브는 저번에도 썼지만 여기서 더 이상 좋아질 수도 없다. 손재홍은 벌써부터 이런데 어디까지 버텨줄지도 의문이고
김정훈은 상무전에서 리시브 날려먹는 거 보니 글쎄올시다다.
그렇다고 남은 레프트들 중에 석진욱 수준의 리시브가 되는 사람이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신으뜸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리시브 라인이 이러한데 발목 때문에 많이 움직일 수도 없는 유광우더러 리시브 커버하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게다가 지금의 토스웍 내용도 상당히 안 좋다. 속도도 토스질도 볼배분도 모든 것이 다 정상이 아니다.
(지난 상무전에서의 토스를 생각해 봤을 때 그렇다. 오늘 경기에서의 토스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듯)
신선호든 우승진이든 공을 따라 많이 움직여도 괜찮을 세터로 가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유광우는 간간이 넣으면서 감 좀 더 보고.
그리고 제발 센터 좀 쓰자. 랠리 상황이라도 속공은 쓸 수 있잖아!
어쩌다 뜨는 속공이라지만 센터들도 공 보는 족족 공격적으로 좀 달려들어 주고.
토스가 안 온다고 설마 그냥 멍때리고만 있는 건 아니겠지?
원래 내가 삼성의 센터들에게 블로킹은 크게 기대 안 하는 대신 속공을 많이 기대하는 축인데..
지금 그게 전혀 안 되고 있으니 짜증나서 원...
센터를 버리고 양쪽 윙, 그것도 레프트 한 자리마저 버리고 좌우의 두 공격수에만 의존하니 이 지경이 돼버리잖아!
게다가 박철우도 아직 컨디션이 아닌지 순도 높은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공격의 50% 안팎을 책임지는 가빈은 이와중에 리시브까지 하고 있으니.

내가 우승을 바랐나 플레이오프 진출을 바랐나.
그냥 승패에 상관없이 할 거 다 해 보고 새로운 거 많이 해 보라는 거 그 하나밖에 안 바란다.
다른 거 필요없으니까 세터 셋업이랑 토스 스피드 올려서 퀵오픈성 공격이나 늘리고 센터 공격시도나 좀 올려라.
더 이상 리시브에만 집착하다간 정말 죽도밥도 안 된다. 시간이 갈수록 리시브가 나빠지면 나빠지지 좋아질 가능성도 없어 뵈는데.

지금 인터넷 둘러보니까 박철우 보고 3억짜리 쩌리라고, 망해서 기분좋다고 아주 축제 분위기던데,
그래도 난 철우를 감싸주고 싶다.
아직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고, 그리고 무엇보다 어디서도 위안을 얻지 못하는 쓸쓸한 존재 같아 안타까워 그런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고 선수는 실력으로 말하고 실력으로 평가받는다지만
언제부턴가 철우에게 참... 연민의 정이 많이 간다.
어디 있어도, 뭘해도 좋은 소리 못 듣는 것 같아서.
언제가 되었든 꼭 부활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럴 거라고 믿는다. 
어디선가 에신이 이 글 보고 있거든 에신도 힘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