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9. 16:29

이 경기를 보고 난 소감을 한 줄로 말하자면

빨라야 산다

공 교체 무용론을 주장하던 분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내가 보건대 공인구 교체는 분명 효과가 있다.
이 공은 날아다니는 궤적이 날렵하고 쌩쌩한 것이 빠른 배구를 하는 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
반발력도 좋아서 서브리시브를 할 때 세터에게 정확하게 공을 보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수비하기 더 좋아 보인다는 댓글 의견도 있었지만 글쎄...
내가 볼 때는 리시브보다는 서브하고 공격하는 쪽에 더 유리해 보이는 공인데 말이다.

우리캐피탈은 정말 열심히 훈련해 온 것 같다. 경기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삼성화재가 훈련을 안 했다는 건 아니지만...
선수들의 몸이 모두 가볍고 움직임이 기민하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도 빠르고
송병일의 토스도 빠른 편이고...
안 맞는 것도 몇 개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공격수들이 처리를 잘 한다.
지난 시즌 블라도와 호흡을 맞추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리베로에서 레프트 공격수로 전환(?)한 이강주의 빠른 공격도 곧잘 통하고...
디그도 매우 좋고 그 뒤에 이어지는 이단연결이 매끄럽다.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이 되고 덩달아 결정력도 올라간다.
박희상 감독, 정말 잘하고 있는 듯.

삼성화재는 글쎄... 벽치기가 많이 나왔는데,
세터도 문제고 공격수도 문제고 여기저기 문제를 많이 노출했다.
박철우는 아직 몸이 덜 올라왔나 보다. 한 타임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빨리 제 속도를 찾아야 할 텐데 큰일이다.
월드리그 챌린지 1차전 때만큼만 하면 좋을 텐데...
유광우도 좀 실망스러운 게,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한 후유증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중앙 공간을 많이 이용해야 경기가 더 수월해졌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대부분 박철우 쪽으로 백토스, 이따금씩 레프트의 김정훈에게, 나중에는 속공도 간혹 썼지만
1세트 끝날 때까지 속공이라곤 고희진이 쓴 딱 1개밖에 못 봤다.
어거지로 만들다가 막히는 것도 몇 개 봤고...
세터의 토스와 공격수의 움직임이 모두 다소 늘어진다.
그러다 보니 상대 블로커가 이미 다 와 있는 상태에서 공격하는 일이 많았다.
송병일-신영석 이렇게 있는 데다가 오픈으로 때리려니 각이 안 나오던데;
공격 결정력이 떨어지고 그나마 들어가는 공격도 상대에서 다 수비에서 걷어내고 반격해서 득점하고 하니까
이쪽에선 힘빠져서 나중에는 안 해도 될 범실까지 하고...
3세트 마지막 포인트는 정말 실망스러웠다. 삼성화재에서 나오지 말았어야 할 플레이가 나왔다.

선진배구빠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서브리시브에 목숨 걸지 마라. 중요한 것은 세터의 리시브 커버다.
서브리시브를 아주 내다 버릴 일은 아니다. 어쨌거나 세터가 토스할 수 있는 정도까진 올려 줘야지.
그러나 서브리시브에 목숨 걸지 말라는 저 말을 지금 삼성은 저 말을 아주 진지하게 새겨들어야 한다.
반발력이 강해서 서브리시브에 불리한 새 공인구.
공에 적응을 한다고 해도 서브리시브가 오늘 경기에서 본 이 이상 잘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석진욱과 손재홍이 앞으로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그 뒤를 이어야 할 사람은 김정훈과 신으뜸. 그런데 전성기의 석진욱만큼 서브리시브를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바뀐 공을 가지고?
게다가 어쩌면 가빈이 레프트에서 리시브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만약에 가빈과 박철우를 동시에 쓰게 된다면.
예전에 언뜻 본 기사에서 그런 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리그 후반쯤 가빈과 박철우를 동시에 쓸 수도 있다고.
박철우한테 리시브 시킬 거 아니라면 가빈이 리시브를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면 서브리시브의 정확성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세터의 리시브 커버밖에 없다.
리시브는 올릴 수 있는 데까지만 올리고 그 다음부터는 세터가 빠르게 들어가서 퀵오픈을 밀든지 중앙후위를 쓰든지.
어거지로 시간차 만들다가 블로킹에 걸리는 걸 보니까 이젠 정말 간결하고 빠른 플레이 말고는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세터의 토스 스피드만 올린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다. 공격수들도 같이 빨라져야 가능한 일이고..
그런데 오늘의 삼성은 다들 조금씩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삼성에서 건질만한 게 있었다면 조승목의 서브본색과 신선호의 세터 데뷔 정도?
신선호는 유광우와 50:50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탁월하다는 평가는 못해도 그런대로 무난한 모습을 보여 줬다.
조승목-고희진과 속공 토스 맞추는 거 보고 괜히 웃겼음 ㅋㅋ 애가 애를 낳고 센터가 센터에게 속공을 올리고 ㅋㅋㅋ
그런데 속공 토스 꽤 괜춘해 보였음 ㅋㅋㅋ
꾸준히 출장하다 보면 발전이 있으리라 본다.
조승목의 서브는 전부터도 쓸만한 편이었지만 오늘 보니 더 강력해 보이더라능 ㅋㅋㅋ
조승목 서브타임에서 삼성 연속득점 많이 나더만.
계속 잘 다듬어서 강서브 센터가 되어 주시오~~~
속공이랑 블로킹도 예전보다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 보기 좋았음.

삼성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숙제를 안게 될 것이다.
자꾸 깨져 봐야 한다. 그리고 자꾸 겪어 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계속 팀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팀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실험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강호의 위용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PS) 어제는 37세 김상우 감독의 LIG가 승리, 오늘은 38세 박희상 감독의 우리캐피탈이 승리.
30대 감독이 대세로군하~~~~~~
6.2 지선을 통한 정치권 세대교체에 이어 대세는 세대교체~~~~~~~~~~~

2010. 2. 18. 21:34

올 시즌 들어 삼성화재의 대표적인 특징 두 가지...

1. 선수들이 정줄을 놓는 일이 잦아졌다.
2. 이긴 경기 스탯 보면 팀블로킹이 상대보다 더 많을 때가 자주 나온다.

그 특징을 고스란히 음미(?)할 수 있었던 경기...

1세트에 발리는(...다른 말이 전혀 생각 안난다;;) 광경을 지켜보며 적절한 정신줄 우주여행
4라운드 3:0이 재현되나 하고 개아찔해지고

근데 2세트 넘어가면서 어라??
항공 범실이 점점 많아지네??
우리 블로킹 좀 터지네??
레안드로 범실 점점 늘어나네??
석진욱 공격 좀 되네??

이러다가 시원하게 10점차로 이겨 버린 2세트;;;; 뭐지;;;

하여간 그렇게 두 세트가 지나가고

3세트부터는 박ㅋ빙ㅋ
양쪽 다 경기 내용은 별로 좋지 않았다. 역시 과긴장??
번갈아 가면서 범실 나오고
그러나 뒤로 갈수록 삼성의 수비-연결-공격 프로세스가 초반에 비해 점점 더 정교해지면서
경기는 삼성의 승리 쪽으로 기울어 갔다.

강동진이 빠진 대한항공은 3,4라운드 때 보았던 위력적인 모습이 많이 반감된 듯.
레안드로는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여전히 범실이 많다;;;
특히 막판에 범실이 많아지는 거...
다른 선수들도 줄줄이 범실하고
김형우는 저번 현대전에서도 그러더니 오늘도 중앙선 넘어가고;;;
그래도 김학민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어쩌면 저렇게 공중에 오래 떠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

4세트 중반 뒤지고 있을 적에 가빈이 혼자 부스터 달고 점수를 막 뽑아내는데
오오 그거슨 위엄
반대편에서 공격에 많이 참여하던 석진욱도 굳ㅋ
항공이 가빈에게만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은 석진욱이 공격에 참여하면서 가빈에 대한 견제를 흩뜨렸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 그를 시간차도사라고 놀렸던가 ㅋㅋㅋ
오픈상황에서 쳐내기 득점도 하더라ㅠㅠㅠㅠ

이쯤에서 최태웅의 적절한 강스파이크 본능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업ㅂ다 ㅋㅋㅋㅋㅋ

경기 시작하기 전에 감독 인터뷰에서 센터의 중요성이 많이 언급되었는데....
고희진은 지친 데다 오른쪽 무릎이 아프댄다. 그래선지 과감한 세리머니가 안 나온다.
스케이팅 세리머니와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가 나오긴 했지만
방방 뜨는 분위기가 아니라 뭔가 착 가라앉은 느낌.
몸이 많이 안 좋은가 보다...
아파서 훈련 참여도 많이 못한다고 그러던데...
아아 레알 안습

조승목과 신선호가 서로 번갈아 가면서 코트에 나왔는데...
신선호 서브 슬슬 제 궤도로 올라오나효? 복귀하고 두번째 경기인데 서브 강도가 괜춘했다.
가빈에게 곱게 올려준 토스도 우왕ㅋ굳ㅋ 나중에 가빈이 공격 성공하고 나서 신선호에게 엄지손가락 치켜세우던데 ㅋㅋㅋ
특유의 훅샷성(?) 속공도 두 번 정도 나왔는데 득점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래도 신선호가 돌아와서 조직력에 힘을 보태 주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능...

조승목은 자신감이 많이 붙은 듯?
속공도 과감하게 강타로 때리고 득점도 올리고...
1라운드 때부터 항상 댁이 잘해줘야 삼성 숨이 트여.. 라고 웅얼대곤 했는데
정말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파이팅도 더 생기고...

마지막 매치포인트 블로킹은 우왕ㅋ굳ㅋㅋㅋ
순간 만세를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3라운드 때처럼 또 5세트 가서 지면 어쩌나 하던 차라 더욱 ㄷㄷㄷㄷㄷ

그렇다고 이런 장면은 촘 무리수(...)


그런데 선수들 몸이 많이 무거워 보여서 참 걱정이다.
달랑 하루 쉬고 우리캐피탈과 경기를 해야 하는데...
체력관리 잘 하고 마음 편하게 다음 경기를 맞았으면 좋겠다.
흥분하고 조급하고 악에 받쳐서 좋을 것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3라운드 항공전에서 여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항공은....
레안드로 오고 나서 지금 2패인데....
괜히 용병 바꿨다는 불만이 아주 장난이 아닐 듯...
이 경기 바로 전에 대행 딱지를 뗀 신영철 감독도, 2세트 이후 흔들리다 결국 배호철과 교체되기까지 했던 한선수도 
당분간 팬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것 같다.
한선수는 워낙 팬이 많아서 쉴드쳐 주는 사람도 많은 편인데, 오늘은 기대하기 어렵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