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일 때문에 1피리어드는 못 보고
2피리어드부터 덜덜거리면서 본 오늘의 중계방송...
(물론 아프리카의 안양한라 자체방송임)
젊은 패기와 공격력을 앞세운 안양한라와
노련미와 수비력을 앞세운 일본제지 크레인스의 대결...
크레인스는 이번이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라 한다.
한마디로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얘기...
작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안양한라를 이기고 챔프전에 진출해서 최종우승...
안양한라는 이 크레인스를 상대로 작년 설욕 및 한국 팀 최초의 아시아리그 챔프전 첫 승을 노리고 있고...
1피리어드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안양한라가 첫 골을 넣었던 모양!!
선제골을 먼저 터뜨렸으니 경기하기 한결 유리했겠구나 하면서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시청하기 시작했으나
2피리어드 20분을 다 보고 나니 글... 쎄....;;;
역시 오랜 세월 동안 쌓인 경륜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어느 하키 잘 아는 분의 블로그를 읽어 보니
(URL은 http://blog.naver.com/sabbath98 ...블로그지기님 항상 알찬 글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크레인스의 특징이...
"디펜딩 챔피언으로 2연패를 노리는 크레인스는 명실상부한 단기전의 최강자이고 아시아리그에서 한 번도 파이널 무대에 빠진 적이 없다. 올해도 명성을 이어 파이널에 올랐고 플레이오프에서 수비의 안정감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골리 이시가와 히사시는 1.7실점을 하고 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완봉승으로 노련한 디펜스들과 확실한 벽을 구축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수비에 중점을 두고 공격의 비중은 낮아서 팀의 안정감과는 달리 공수의 밸런스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여기에 4경기 중 2경기를 연장전까지 치러야 했기에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출처] 안양한라의 복수전이냐, 크레인스의 관록이냐|작성자 Icing
......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이.... 이 이야기는 뭐지;;;
수비의 안정감, 공격력은 떨어짐, 체력적인 부담...
여기에 내가 얻어들은 바에 따르면 이 팀은 경험은 많지만 나이가 다소 많은 선수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
어... 어???
(젠장 이따위 삼빠본능ㅠㅠ)
이... 이쯤 해 두고;;
크레인스의 플레이에 대해 받은 인상을 적자면
일단 크레인스는 자기 진영에서 수비 라인을 탄탄히 가져가면서 최대한 버틴다.
공격으로 파상공세를 펼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안양한라의 공격수들이 들어오면 꼭 두 명이 에워싸면서 공간을 좁혀 놓고 퍽을 빼낸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역습을 감행, 카운터 샷을 날린다. 그 순간의 집중력은 정말 엄청나다.
탁구에 비유하자면 김경아나 박미영st...
안양한라 선수들의 루트를 미리 읽고 패스할 만한 방향에 미리 가 있다가 차단하기도 하고
역습을 허용해도 절대 브레이크 어웨이 찬스까지는 가지 않는다.
수비수가 어떻게든 상대 공격수를 끝까지 따라붙기 때문이다.
이시카와 골리의 신들린 선방은 정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선수들 간의 패스가 굉장히 매끄럽고 정교하다.
자체중계 캐스터는 '크레인스가 경기를 참 쉽게 풀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했고...
그리고 '안양한라 선수들은 크레인스의 플레이에 말려서는 안 된다'는 말도 했다.
크레인스의 수비력이 어찌나 좋은지 그 정신없이 몰아치는 공격력의 안양한라가
2피리어드까지 날린 유효샷이 16개밖에 안 됐다.
그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크레인스의 유효샷이 19개인데;;
2피리어드의 안양한라는 보면서 좀 답답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3피리어드 넘어가면서 특유의 파상공세가 살아나기 시작하긴 했지만...
자체중계 캐스터의 우려처럼 말리는 건지...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패스가 너무 부정확하다. 잘만 연결되었으면 아주 결정적인 찬스가 되었을 퍽도
자꾸 어긋나고 빗나가고...
크레인스가 따라붙어서 빼내는 거면 이해하겠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패스가 어긋나는 일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패스의 위력이 떨어지고 덩달아 플레이의 짜임새가 헐거워질 밖에...
수비에서의 커버플레이도 잘 안 되고...
유기적인 플레이 면에서 크레인스에 밀린다는 점...
그 점에서 안양한라가 보완할 점이 많은 것 같다.
페이스오프에서도 크레인스에 밀리고...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수비 조직력 좀 젭라;;;
이것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저번에도 날린 드립이지만
신감이 이 경기를 봤다면
집중과 수비조직력 엄청 지적했을 듯;;;
특히 기껏 골 넣어 놓고 수비 뚫려서 바로 골 먹는 건 정말...
3피리어드에서 '슈퍼루키' 조민호가 슬랩샷을 성공시켜서 기분좋게 앞서 가다가
금방 수비 조직력 와해되면서 크레인스에 공간내주고 골 허용하고....
그 골 안 먹었으면 굳이 서든데스 연장전까지 갈 것도 없이
안양한라가 첫 승을 거두는 거 아니었냐고!!!
그리고 이게 고질적인 게;;
하이원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이런 장면이 자주 나왔는데...
골 넣고 좋아하다가 1분만에 골 먹고 막...
이런 불안정성(?)은 좀 빨리 개선해야 할 것 같다.
안양한라는 공격력은 좋지만 세밀한 플레이메이킹이 좀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자체중계 캐스터는 플레이오프에서 부상당한 마르티넥을 찾고...
(마르티넥이 플레이메이커였다고 한다. 관록만큼이나 참 노련한 선수였다고....)
덕분에 손호성 골리는 엄청 고생...
퍽은 또 왜 이렇게 안양한라 진영에서만 노는지...
그래도 이만큼 견딘 건 정말 손호성 골리의 수훈...
골 먹을 뻔한 상황이 빈번하게 나왔는데 그때마다 안정적으로 퍽을 잘 막아내 주었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군에 입대한다던데 군복무 잘 마치고 꼭 건강히 복귀했으면 좋겠다.
아이스하키는 실업 팀도 두 개밖에 안 되고 전문 선수층도 너무 얇아서;;
정말 잘하는데 오래 하지 못하고 일찍 은퇴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
그리고 조민호 정말 인상적이었다.
정규리그 신인상의 주인공...
등번호도 87번이다 ㅋㅋㅋ 한국의 시드니 크로스비임? ㅋㅋㅋ
3피리어드에서 터진 슬랩샷 골 정말 인상적이었다.
불발되긴 했지만 과감하게 돌파해서 쏜 슬랩샷도 멋있었고...
에이스 기질이 다분한 듯!
조민호와 함께 다른 선수들도 3피리어드 넘어가면서 점점 페이스가 올라오는 인상이었다.
크레인스 골문 앞에서 공방전을 벌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날카로운 샷도 많이 나왔는데 크레인스의 이시카와 골리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캐스터의 "슈팅! 슈팅!!" 이 소리 나올 때마다 나도 덩달아 움찔움찔
그렇게 계속 때려넣는데도 골이 안 들어가니까 나도 모르게 아씨~ 이 소리가 나오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플레이에 힘이 붙는 모습의 안양한라였다.
패스나 마무리에서 놓치는 게 자꾸 나오면서 쉽게 갈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가는 게 좀 안타까웠지만...
연장전을 앞두고 안양 빙상장 관중석에서는 파도타기 물결이 ㄷㄷㄷ
선수들도 신기해하고 ㅋㅋㅋ
안양 빙상장은 15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는데
꽉 찼다;;;
북미와 북유럽에선 인기 개쩐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종목 중에 상 비인기종목인 아이스하키인데...
(인터넷 검색하면 관련 정보가... 피겨 쇼트트랙 스피드에 비하면 레알 넘사벽 레어ㅠㅠ)
경기장 분위기는 어지간한 인기 프로종목 못지 않아효
이거 진짜 한 매력 한다니까ㅠ
크레인스가 유독 연장전에 강하다길래 긴장했는데...
그러나 결과는 브락 라던스키의 결승골과 함께 안양한라 마수걸이 승!!!
혼자 드리블하면서 블루라인을 지나 골대 앞으로 돌진하더니
아주 깔끔하게 골대 안으로 퍽을 찔러넣어 버렸다.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고 ㅋㅋㅋㅋㅋㅋ
선수들은 한데 엉켜 방방 뛰고 ㅋㅋㅋㅋㅋㅋㅋ
캐스터는 막 라던스키가 해낼 줄 알았다면서 ㅋㅋㅋㅋㅋ
아 골든골이 바로 이맛이구나
완전 개짜릿
이런 대박 매치가 어딨어 ㄷㄷㄷ
ㅁ;ㄴㄹ이ㅘ너ㅏㅎ비;ㅏ23ㅓㅏㅣ너라호
이렇게 해서 안양한라는 아시아리그 출범 이래 한국 팀으로서는 최초로 챔프전 1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역대 전적에서도 밀리고 대응하기도 까다로운 디펜딩챔피언 팀을 상대로 치른 챔프전 첫 경험이었는데
젊은 선수들이 끝까지 집념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 끝에 결국은 큰 경기에서 값진 승리를 끌어냈다.
세상에 불가능한 것은, 없는 거다...
이 기세 쭉 몰아가서 꼭 우승까지 갔으면 하는 바람!
다만 수비에서의 집중력 좀....
공격력과 골리는 지금도 훌륭하니까 수비 집중력이랑 패싱만 좀 더 보완하면 더 바랄 것이 없을 듯
2차전은 바로 내일 저녁 7시에 있음...
그리고 승부가 결정된 후 원정팬들을 향해 인사하던 크레인스 선수들도 인상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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