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5. 00:27

(미디어다음 배구섹션 초기화면에 떡하니 떠 있던 이 섬네일 ㄷㄷ;;)


[기사링크]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의 '스피드 배구'

요즘 세상에 스피드배구라는 말 함부로 입에 올리는 거 아닌데...
팬과 관계자를 막론하고 현재의 배구팬계(界)에서 멋모르고 입 놀렸다간 그야말로 천하의 허접 무지렁이 ㅄ취급 받기 딱 좋은 것이
바로 스피드배구드립임.

저 기사를 보는 순간 아 이건 인터뷰어나 인터뷰이나 까일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음.
배구 커뮤니티 좀 드나든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요구하는 사항과 딱 배치되니...

위 기사에 따르면 작은신감이 생각하는 '스피드배구'란
'안정된 서브리시브에 이은, 세터의 빠르면서 정확한 토스에서 비롯되는 공격수들의 빠른 세트플레이' 쯤으로 요약되는데...

배갤러들을 비롯해서 배구 좀 본다는 애들, 특히 해외배구 좀 많이 봤다는 사람들 앞에서 저런 말 하면 완전 개드립 취급당함.
옛 시절에나 통했던 배구일 뿐 지금은 통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은 스타일이라는 것임.
경기 시작하자마자 처음부터 끝까지 강서브가 난무하는데 무슨 서브리시브의 안정을 바라겠으며
불안한 서브리시브를 항상 숙명처럼 단 채로 시종일관 빠른 공격을 해야 하는 판에 어떻게 항상 일정하고 정확한 토스가 나올 수 있냐는 것.
대다수의 팬들이 요구하는 '스피드배구'는
'어떤 서브리시브라도 커버할 수 있는, 세터의 거칠어도 빠른 토스와 공격수들의 빠른 강타 및 고도의 볼처리 기술' 쯤으로 요약될 수 있을 듯.

양쪽 모두 기본기가 중요해 보이지만 전자는 마치 액션영화 촬영이나 체조, 피겨처럼 짜여진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능력을 강조하는 느낌이고
후자는 순발력과 임기응변을 강조하는 느낌이 강한데,
(그래서 그토록 웨이트를 강조하는...)
아무리 봐도 이건 양쪽 사이에 접점이 너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지금 진리;;이자 대세는 단연 후자란 말이지. 전세계적으로 이미 다 그렇게 한다고 하고 안 그러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하니까.
이른바 몰빵드립이 흥하는 V리그는 논외로 하고;; (그래서 구식리그 드립을 참 많이 목격한다;;)

이런 와중에 위 링크와 같은 기사가 나왔으니... 
인터뷰어나 인터뷰이나 둘 다 요즘 세상물정도 모르고 사는 방안퉁수 취급이나 받을 수밖에;;
 
사실 개인적으로는 작은신감의 말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정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이미 '스피드 우선, 정확도 나중'이라는 공식이 현재 배구의 대세이자 정석이라는데
(스피드를 우선으로 놓고 계속 순발력과 임기응변 중심으로 훈련하고 경기하다 보면 정확도는 경험치가 쌓이면서 저절로 따라온다고 한다)
나같은 허접 무지랑이가 무슨 반박을 할 수 있겠음.

폭력이 어쩌구 하는 과거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삼성 OB라고 작은신감도 V리그에서 지도자로서 자리잡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게 내 바람인데 
님하까지 이렇게 구식감독 소리 듣고 이리저리 치이는 거 보기 싫삼요ㅠㅠ
큰신감이야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변화를 꾀하기엔 늦은 것 같지만 젊은 님하라도 좀 참신한 모습 보여주고 해서 팬들 지지도 얻고 그러셔야지요.

가끔 웹을 검색하다가 배구 관련 글들 보다 보면 삼성 출신 지도자들이 한국배구 다 망치게 생겼다고 한탄(?)하는 글을 보게 되곤 한다.
그래, 서서히 삼성 OB들이 지도자로 들어오고 있지. 이미 LIG 감독으로 두 시즌을 치른 김상우를 비롯해서, 신진식, 손재홍...
삼성 출신들의 구식배구 때문에 한국배구가 망할 판이라는 배구멸망설을 목격할 때마다
'대체 누가 한국배구를 망친다는 거야' 라고 항변하고 싶지만...
꿀릴 것 없이 저렇게 외칠 수 있으려면 지금 지도자로 뛰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뛰게 될 삼성 OB들이 정말 잘해야 한다.
지도자로서 팬들을 만족시킬 비전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그러면서 승리도 챙겨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스피드배구의 정석을 구사하라고 난리를 칠 생각은 없다.
다만 미래가 있는 배구를, 팬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배구를 했으면 좋겠다. 

수 년째 웹에서 이어져 오고 있는 스피드배구 타령은...
어쩌면 수 년째 우리 선수들이, 우리 리그가, 우리 배구가,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하지 못하고 있고(퇴보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꽤 있다)
변화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배구팬들이 이제 스스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일종의 '소비자운동'일지도 모르겠다.

배구를 보는 시각이 사람마다 어찌 다 같을 수 있으랴만
그래도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은 수 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반영해 주길 바람.
아니, 어쩌면 지도자들보다 오히려 프런트와 구단이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