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 21:10

아래는 어제~오늘 양일간 열렸던 남녀 V리그 경기의 각 팀 공격 점유율을 나열한 것이다. (출처 : KOVO)


-남자부-








-여자부-






안 그런 곳도 몇 군데 있지만(우리카드, 한전, IBK, 인삼) 상당수는 외국인 선수의 공격 비중이 과반 이상을 너끈히 넘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남자부 리그 상위권에 있다는 삼성과 현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이 안 나온다. 몰빵류 중에서도 甲 오브 甲. 아가메즈 64%에 레오 5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06-07 시즌의 레안드로 이래 소위 몰빵은 거의 대다수 팀들의 필수요소가 되어 왔지만 갈수록 상태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지는 인상이다. 

물론 국내 공격수가 그만큼 못해 주니 그럼 이거 말고 뭘 어떻게 하냐는 반론도 충분히 나올 만 하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외국인 선수 몰빵이 덜한 팀들을 보면 그 팀 외국인 선수가 영 아니거나(...) 

혹은 그 선수와 대등한 공격력을 가진 국내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들이니까. 

한전의 경우는 전광인이 주포 역할을 다 하고 있고, 우리카드는 예전부터도 김정환이나 신영석 등이 공격에서 결정을 잘 내주는 편이었고, 

IBK는 박정아와 김희진이라는 꽤 훌륭한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고, 인삼은 지난 시즌의 혹독한 담금질로 공격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백목화가 있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난 이 '어쩔 수 없는 몰빵행렬'에 매우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 

오랫동안 해 왔던 삼성 팬질을 때려친 이유도 사실 그 때문이다. 

토종 공격수 실종과 그로 인한 국대 경쟁력 저하 같은 거창한 얘기까지 꺼낼 생각도 없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보자. 경기 내내 거진 한 명 혼자서 줄창 때려대는 배구가 보기 좋은가??? 그것도 한 시즌 내내 그런 경기만 본다면???

오늘 우연히 잠깐 현대-삼성전을 봤는데 정말 보기 싫더라. 주야장천 아가메즈vs주야장천 레오... 

중간중간에 어쩌다 한 번씩 나오는 송준호/고준용의 공격과 이선규의 속공이 왜 그리도 감동적이던지(...)

마치 숲 속에서 희귀생물을 만난 생물학자가 된 심정이라고나 할까;;


물론 보기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고, V리그의 팀과 선수들을 응원하는 팬들은 여전히 많다. 

누구보다 팀과 선수들의 사정을 잘 알고, 그래서 묵묵히 응원해 주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나도 원래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고.

하지만 가끔씩이라도 쓴소리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무리 봐도 이런 기형적인 공격 배분이 몇 시즌째 계속되고 있고 여기서 무슨 변화가 생길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V리그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좋은 현상이 아닌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막말로 혼자 모든 공격을 담당하다시피 하던 선수가 어느 날 대책없이 막히기 시작하면 어쩔 텐가.

옆에서 거들어 주고 같이 뚫어줄 공격수가 한 명이라도 있어야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무슨 대책이 설 것 아닌가. 

외국인 선수 입장에서도 이건 좋은 현상이 아니다. 

돈 많이 주고 구단에서 물심양면으로 살뜰히 잘 보살펴 주니 당장은 배구할 맛 나겠지만 

이런 식으로 두세 시즌 계속 가면 후유증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힘들다는 거 안다. 일개 팬에게 감독과 구단에게 쉽게 이길 수 있는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로 돌아가라고 강요할 권리 따위 없단 것도 안다. 

하지만 이쯤되면 정말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계속 치밀어오르는 걸 어쩔 수가 없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토종 선수들의 공격력은 다 죽어 버릴지도 모른다. 외국인 선수 먼저 찾고 보는 세터들의 토스웍도 계속 단순해지고 퇴화할 것이 뻔하고. 

그렇게 되면 보다 수준높은 경기를 보길 원하는 팬들은 V리그에 실망을 거듭하다 서서히 시선을 돌려 버리고 말 것이다.

이미 수 년 전부터 해외리그 보는 데 익숙해진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국내 리그와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한 성토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여전히 아무것도 없다. 


모르겠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현재로서는 한시적으로나마 외국인 선수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그나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인 것 같은데, 

당장의 성적이 중요한 구단들 입장에서 기꺼이 찬성을 할 리도 없고. 

참으로 문제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