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2. 09:35
최근 하루에만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리 블로그를 찾았길래 엄청 놀랐음.
그만큼 배구 좀 본다는 사람들한테 이용택의 자살은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단 얘기.

그가 왜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스스로 삶을 버려야 했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다만 그냥 기사에 뜬 정황만 놓고 봐서는
오랜 부상으로 인한 주전경쟁 불투명+집안의 경제 사정에 대한 비관으로 보이는데.

오랜 부상... 주전경쟁 불투명... 집안의 경제 사정...
스타급 선수가 아닌 평범한 프로 선수에게 이 단어들은 실로 엄청난 무게로 다가올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배구계의 문제인데.....
아니, 배구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드래프트 초대어급 신인이거나 드래프드된 구단의 엔트리 사정이 안습이 아닌 이상 구단 입단하자마자 주전 꿰차기란 참 힘든 일이고,
건강하기라도 해야 주전경쟁이라도 해 볼 텐데 현실은 맨날 부상, 또 부상. 치료비는 치료비대로 나가고.
그렇게 오랜 기간 벤치에만 있다 보면 경기 감각도 떨어지고 따라서 어쩌다 한 번 경기에 나선다고 해도 제 기량 발휘 못하고
자연히 연봉협상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고
연봉이 문제가 아니라 일찍 은퇴당해도 할 말 없고...
그렇다고 은퇴 후에 마땅히 갈 곳이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스타 선수가 아닌 이상 지금 프로 선수들 중에 이런 고민 누구나 하나씩 안 갖고 있는 선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보기엔 참 화려해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80:20... 정도가 아니라 99:1이라는 지독한 승자독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잔혹한 곳이
바로 스포츠계가 아닐까 한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젊은 나이에 그닥 내세울 만한 밑천도 없이 코트에서 거리로, 비정한 사회 한복판으로 내몰린다.
젊은 나이에 뭐든 못하겠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걸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학창시절 이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사실상 운동하는 기계로 육성된 존재들 아닌가?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정상적으로 출석하는 운동부 학생들을 본 적이 있는가?)
거기에 군대문화 저리 가라 수준의 엄격한 선후배 문화와 파벌 문제까지 더해지면 이건 그야말로 헬게이트.

그들을 위한 복지는 어디에 있는가.

이보시오 기자양반.
스포츠지 한자락에 글줄 남기는 일을 업으로 삼는 기자양반.
굳이 쓸 말 없거든 모 여배우의 숨막히는 뒷태 사진만 찍지 말고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설이나 한 판 풀어 주시오.
혹여 데스크에서 짤릴까 신문이 안 팔릴까 겁나서 못 쓰겠거든
평소 쓰는 트위터나 블로그에라도 글 한자락 남겨 주시오.
생각 있는 네티즌들이 얼마든지 퍼다 날라 줄 것이니.

PS. 어느 기사 중에(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이동) '논산훈련소에서 어깨 부상을 당해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한 지인이 이 대목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시더라능. 
경기 도중도 아니고 논산훈련소에서 어깨를 다칠 일이 뭐가 있으며 두 번이나 수술받을 일은 또 뭐냐는 것.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시원한 답변을 해 줄 기사 따윈 기대하지 말아야겠지. 
언제나 그러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