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29. 16:26

얼마 전 제주시에서 파격적인(?) 발표를 하나 했다. 


[기사링크] 제주종합경기장 수영장, 동계훈련팀 전용 '논란'


26일 제주시에 따르면 오라동 종합경기장 실내수영장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하겠다는 수영팀의 신청이 잇따르자 내년 1월 2일부터 2월 9일까지 임시휴장 하기로 했다. 일반인 출입을 제한해 전지훈련팀의 전용시설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신청된 동계전지훈련팀은 국가대표 상비군 수영선수 17명을 포함해 서울수중·핀수영협회 등 모두 13개 팀 3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하루평균 230여 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실내수영장을 비싼 연료비까지 들여가며 전지훈련팀의 전용시설로 무료 제공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수영 덕질을 하면서 자주 보아 온 말 중의 하나가 선수들이 마음놓고 사용할 만한 훈련 시설이 없다는 얘기였는데 

이번에 제주시에서 과감하게 한 번 질러(!) 본 모양이다. 

앞으로 각 지방의 전지훈련 팀을 제주로 끌어들여서 이들이 현지에서 쓰게 되는 체류비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려 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 

제주종합경기장 수영장은 올해 전국체전 개최 장소이기도 했던 만큼 실전 훈련용으로도 괜찮고 

또 제주가 원래 매년 2~3월에 열리는 한라배 전국수영대회의 개최지이기도 하니

제주로서는 수영 전지훈련의 메카(?) 자리를 노려 볼만 하기도 하고 전지훈련 장소를 물색하는 수영팀들 입장에서도 꽤 매력적인 제안일 듯...

여담이지만 경영 팀뿐만 아니라 다이빙 팀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모양이다. 수영장 인근에 다이빙 전용 지상훈련장도 이번에 마련했다고. 


그래도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지자체 시설인데 한 달 동안 시민 상대로 휴장하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참 과감한 결정을 한 것 같다. 

이미 기사에도 나왔다시피 시민들의 반발이 불가피한 실정인데...

게다가 지금 시범운영 & 홍보 단계 차원에서 이번에 오는 전지훈련 팀들 상대로는 별도의 시설 이용료를 받지 않고 무료로 이용하게 해 주는 모양인데 

이렇게 되면 시민들의 박탈감이 더 클 텐데 어떻게 수습할지...

이번 전지훈련팀 전용 시범운영(?) 기간 동안 제주시의 지역 경제에 이들이 어느 정도 좋은 영향을 끼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행보가 결정될 듯. 

하지만 수영덕후 입장에선 제주시의 이 선택이 좋은 방향으로 잘 흘러가서 지역 경제도 좋아지고 시민들의 불만도 잘 누그러뜨리고

이번에 이 시설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제로 수영이란 종목이 동계훈련을 얼마나 알차게 하느냐에 따라 그 선수의 한 시즌이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하니... 


예전에 포스팅한 글에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현재 우리나라 엘리트 선수들의 훈련 환경은 뭐... 달리 할 말이 없다. 

물론 소수의 국대 선수들은 진천선수촌에서 안정적으로 훈련하겠지만 수영계의 기반이 되는 다수의 학생 및 실업 선수들은...

20여 개의 선수클럽이 3~4개 정도의 수영장에 몰려 새벽과 늦은 저녁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서로 시간과 레인을 쪼개서 훈련해야 하는 상황이니. 

당연히 한 명의 선수가 한 개의 레인에서 자기 페이스대로 여러 시간 동안 개인훈련을 한다는 건 아예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박태환의 경우엔 아예 국내 훈련 자체를 포기하고 호주로만 나가는 실정이고...

(원래 국내에서 대학원 다니면서 훈련하려고 했다는데, 이쯤되면 대학원 공부는 거의 포기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급기야 요새 다음 뉴스펀딩에 후원금 모금 기사가 또 올라와 있던데...

훈련비가 필요한 선수에게 훈련비를 모금해 주는 것 역시 필요한 일이라고 보지만 

멀리 내다봤을 때 선수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한두 번의 펀딩보다 그들이 마음놓고 이용할 수 있는 항구적인 국내 훈련 시설이 아닐까 싶음.


그런 선수들에게 동계훈련 기간만이라도 원없이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이 한 곳쯤 있는 게 나쁘진 않을 듯. 

물론 그 시설을 이용하는 선수들 중 정말 월드 탑클래스에 올라설 수 있는 선수는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할 테고 

나머지는 그저그런 선수로 끝날 가능성이 높겠지만

한편에선 선수들에게 투자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하면서 또 한편에선 피같은 세금을 시민이 아닌 잉여인력(???)에게 쓸데없이 퍼준다고 비판하는 여론은

왠지 서로 모순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이 정도 투자는 한 번 해 봐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나만의 착각일런지.


아예 완전 선수 전용 시설로 돌린다는 것도 아니고 딱 한 달만 시범적으로 해보는 것이라고 하니 

제주시의 이번 도전(!)을 긍정적으로 지켜봐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꼭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