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3. 20:11
드림식스 응원한 사람 입장에선 참 아쉬웠을 경기.
기세 좋게 시작했다가 급 우르르 무너지는 것만큼 우울한 경기 패턴도 없는데 말이지.

경기 운영 방식과 스타일로만 보면 드림식스만큼 바람직한 팀도 없다. 센터-좌우 윙간 볼배분도 잘 이루어지고 있는 데다
스파이크 방식도 한두 명의 거포가 공을 놓고 치는 패턴보다는 공격수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어떤 토스이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보이고 있기 때문. 대표적인 스타일이 스피드와 센스를 앞세워 드림식스의 라이트 지분을 책임지고 있는 김정환이고
그래서 내가 요새 김정환을 눈여겨 보고 있기도 한데...
(근데 요새 좀 부진한 것 같기도 함;;; 그러니 강영준이 자주 나오는 것일지도. 그런데 강영준도 좋다. 점프와 파워가 좋더라)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경기를 하고도 결국은 못 이기고 진다는 것이다;;;
사실 드림식스의 공격수들이 어디 가서 꿀릴 선수들은 아니다.
외국인 공격수가 사실상 없다시피 한 상황임에도 공격에서 드림식스가 상대에 비해 딸린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
다만 문제는... 치고 나가야 할 순간에 범실로 제풀에 주저앉을 때가 많다는 것.
경험 없는 젊은 선수들이라고 위문하기엔 이미 시간이 꽤 지났다. 이제는 스스로 위기를 돌파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오늘만 해도 팽팽한 승부처에서 어이없이 줄줄이 터지는 서브범실, 공격범실...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공격적인 배구를 하려면 범실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드림식스의 고질병인 이 범실은 위에 언급한 그런 것하곤 좀 별개인 것 같다.
드림식스의 젊은 선수들은 좀 더 강심장이 될 필요가 있다. 똑같은 범실이라도 힘있게 덤비다가 나오는 범실이면 상관없는데...
플로터 서브하다가 못 넘겨서 범실. 상대 블로커 보고 긴가민가 때려서 허무하게 아웃 범실.
이런 식의 범실은 팀의 사기에도 경기의 흐름에도 마이너스가 될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오늘 양팀 세터들은 좀 안습이었다.
경기 초반 김상기의 토스가 계속 안젤코와 맞지 않아서 가뜩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후반부 들어서 몸이 풀리면서 다시 괴력을 발산하긴 했지만) 안젤코가 계속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을 계속 봤더랬다.
어떻게 된 게 김상기가 올려준 세팅보다 랠리 상황에서 리베로가 올려주는 2단 토스를 더 편하게 때리는지 원;;
송병일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김광국으로 바뀌어 있더라. 계속 공격범실이 나니까 토스 질의 문제인가 싶어 바꿔준 모양인데...
경기 후반 줄줄이 벽치기 행진을 시전하던 김광국은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다;
얼마 전부터 코트에 얼굴을 비추고 있는 드림식스의 외국인 선수 오웬스가 지금까지 중 가장 좋은 모습을 오늘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아야 하려나?
C퀵 몇 개 한 건 굉장히 위력있어 보이던데. 폼부터가 이미 위압감이 쫙... 그러나 랠리 중에 허무한 범실을 끼얹는 건 여전함.
오늘 지면서 드림식스의 승률은 5할 아래로 내려갔다.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

KEPCO는 솔직히 안젤코와 서재덕만 보였다.
안젤코는 초반엔 표정도 어둡고 몸놀림도 둔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풀리는지 예의 괴물포스를 발산.
서재덕은 김상우 해설의 칭찬을 레알 한몸에 받던데...
하기사 서브, 블로킹, 공격, 스피드, 센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으니... (거기다 라이트 출신이 서브리시브까지 곧잘 한다!) 
4세트 후반 3연속 득점은 서재덕의 오늘 하이라이트.
다만 안젤코에 지나치게 몰린 공격 지분을 서재덕에게도 좀 나눠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왼손잡이임에도 레프트에서도 굉장히 잘 때리더라.

마지막으로 MBC 스포츠플러스.
이보시오 캐스터 양반 젭라 선수 이름 좀 틀리지 말라고ㅠㅠ 왜 사람 이름을 막 단체로 개명하고 난리임;;
학습지 작대기 잇기 문제라도 출제해서 테스트 좀 받아야 할 판.
그리고 리포터 양반은 왤케 1차원적인 질문밖에 못 함미까;; 
안젤코 보고 '안젤코 너하고 서재덕 중에 누가 더 쎔?' 이딴 질문을 던지는데 으아니 이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는 거임??
무슨 스포츠 전문 방송사 리포터가 돼 가지고 넷상에서 농담따먹기할 때나 나올 법한 '100억되기vs고자받기' 같은 질문을 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