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17. 07:52

솔직히 이 시점에 국내배구 포스팅을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어쩌다 보니 다시 보게 되었음 ​이게 다 올스타전 때문이다

뭐 길게 쓸 생각은 없고 각 팀의 올 시즌 행보에 대한 짤막한 촌평만 남기자면

1. 현대캐피탈
- 올라갈 팀은 올라간다.
- 거포형 외인은 잊어라. 외인 선수도 그저 팀의 한 조각. 리시브와 옵션공격으로 팀을 더욱 살려주는 안드레아스의 가치는 여느 거포형 외인 선수보다도 높다. 강력한 센터진과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짜임새 있는 빠른 토스-옵션공격이 최대 강점인 이 팀은 굳이 약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있다면 최대한 강서브로 수비를 흔드는 것 정도?

2. 삼성화재
- 11연승까지 달렸던 초반의 상승세는 한낱 신기루였나?
- 초반과 후반의 모습이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운 양상.
한때 독보적 1위로 나서는 거 아닌가 하는 예상도 자아냈지만 이제는 준플레이오프 여부까지 신경써야 하는 신세가 됐다. 급증한 범실과 가라앉은 팀 분위기, 무너진 수비 조직력과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공격까지. 프로 1년차 초보 감독 신진식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3. 대한항공
- 스피드, 서브, 알짜 레프트의 힘으로 고공비행.
- 가스파리니의 일정한 강서브와 한선수의 빠른 토스, 여기에 곽승석-정지석의 안정적이고 빠릿빠릿한 공수 겸장 플레이가 이 팀의 가장 강력한 힘. 리그 초반엔 템포가 제각각인 공격수들을 상대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혼란에 빠진 한선수가 꽤나 고전하는 통에 팀도 덩달아 혼란에 빠졌었으나 고비를 넘기자 무서운 기세로 치고올라오는 중.

4. KB손보
- 강서브의 팀, 서브의 힘으로 상위권을 압박하다.
- 이 팀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강서브. 그 강력한 현대를 몇번 잡아낸 원동력 역시 바로 이 서브다. 주전 멤버 대부분이 일정한 강서브를 갖고 있고 이것만으로도 상대 팀에게는 충분히 위협이 된다. 1라운드 때는 이 서브의 힘으로 삼성화재와 함께 나란히 4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랠리 운영중의 미숙한 점들 때문에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신예 권순찬 감독의 부임 이후 팀의 분위기는 한결 밝아진 인상이다.

5. 한국전력
- 부상병동. 그러나 이 없이 잇몸으로도 훌륭히 버티다.
- 주력 선수들이 시즌 개막 직전부터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였다. 심지어 입단하자마자 주전 기회를 잡은 신예 김인혁마저 부상. 주전 라인 중에 전광인 빼고는 멀쩡한 사람이 없다 싶을 정도였으나 신예 세터 이호건과 센터의 이재목, 레프트 공재학 등이 제 몫을 해 주면서 중위권 싸움의 중심에 섰다. 대기만성형 외인 주포 펠리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팀의 중심이자 활력소인 서재덕도 돌아왔으니 대반전을 노려볼 수도 있겠으나 이제 남겨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게 문제.

6. 우리카드
- 시즌 전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가다.
- 유광우 세터 영입과 젊고 강력한 외인 거포 파다르의 존재, 공수 겸장 레프트 최홍석의 건재함 등으로 심지어 우승후보로도 점쳐졌던 팀이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바로 하위권으로 내려앉아 버렸다. 중간중간에 상위권 팀을 잡는 등 반격을 예고하는 장면도 몇 번 있었으나 거기까지.

7. OK저축은행
- 성급한 행동은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음만 못했다.
- 이 팀의 문제는 외인 주포의 결정력도 아니고 리더십도 아니었다. 그런데 대체 왜 뜬금없이 외인 선수 교체를 한 것인지 의문. 아마도 이번 시즌 최대의 미스터리로 남을 듯하다. 시즌 중엔 웬만해선 팀에 충격이 갈 만한 일은 안 벌이는 게 좋은데 시즌 초중반에 팀 구조를 한번 뒤흔들어 놓은 격이 돼 버렸으니 어수선해지지 않고 배기겠는가. 무엇 하나 건진 것이 없는 것 같은 이 팀의 유일한 위안은 젊은 왼손잡이 아포짓 조재성을 발견했다는 것 정도. 키는 좀 작을지 몰라도 큰 공격을 거침없이 소화해 내며 주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이 젊은 선수가 앞으로 꼭 더 많이 성장했으면 한다. 팀을 위해서도, 리그 전체를 위해서도 실력을 갖춘 차세대 스타 공격수의 등장과 도약은 꼭 필요하다.

... 그리고 젊은 국내 선수들의 선전이 레크리에이션으로 비하되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