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11. 19:08

2시간 반을 족히 넘기고서야 끝난 경기.
둘 다 원래 내 관심 밖인 팀이건만 간만에 후덜덜하면서 집중해서 봤다.
무슨 5세트가 25점을 넘어가냐;; 끝날 듯 끝날 듯 진짜 오지게도 안 끝나더라.
경기 내용의 퀄리티는 별개였다만...
끝나지 않는 팽팽한 승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기는 충분하더라.

다만 IBK는 참 이래저래 안타까웠다.
서브도 서브리시브도 참 안 되더라. 게다가 2단연결도...
도공에서 황민경 혼자 서브에이스를 족히 5개가 넘도록 할 동안 IBK는 뭘했나;;
아직 기록지를 안 봐서 잘은 모르겠는데 오늘 도공 서브에이스가 한 15개는 될 것 같다.
황민경에, 이바나에, 하준임에, 임효숙에, 아주그냥 두루두루 돌아가면서 에이스를 하던데...
반면 IBK는 4세트가 다 끝나갈 때까지도 서브에이스가 없었다. 나중에 김희진이 폭발해 줬기 망정이지.
김희진도 초반엔 참 많이 아쉬웠다. 원래 서브가 강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늘 본 서브는 그냥 이도저도 아닌 평범한 서브.
경기 후반부쯤부터 급 부스터 작렬하면서 이동공격, 백어택, 속공, 서브에이스, 블로킹이 다 터져 줘서 그건 보기 좋았는데
좀 더 빨리 터져 주기 시작했으면 어땠을지 모르겠다.
하긴... 초반엔 이효희가 공을 잘 주지도 않았구나;; 공격 시도 하는 거 자체를 별로 못 본 듯.
박정아는 오늘 공격 좀 긁히는 분위기였고...
솔까 IBK가 오늘 5세트 듀스 접전까지 간 것은 알레시아, 박정아, (그리고 후반부의) 김희진 덕이 전적으로 컸던 것 같음.
그나저나 서브리시브 좀 젭라. 아무리 도공이 원래 서브가 강한 팀이라지만 어떻게 도통 대처를 못하냐.
그리고 이효희 세터. 발빠르고 리시브 커버 잘한다는 평이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다.
옛날엔 그랬을지 모르겠다만... 오늘 봐선 글쎄?
언더토스로 때우는 모습도 자주 보였고 공격수를 두루 살리지도 못했던 거 같다. 특히 초반에 센터는 아예 없는 줄 알았음.
후반 들어 김희진을 활용하는 모습이 비치기도 했고 패스페인팅도 하는 등 센스 있는 플레이가 몇 번 나오긴 했지만
그 몇 가지만으로 잘했다고 평할 수는 없는 일.
그리고 솔까 5세트 듀스 상황에서 IBK가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2단연결만 좀 좋았어도 바로 스파이크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을 터.
그러나 공격을 할 수 없는 볼이 자꾸 나왔고 선수들은 상대 코트로 공을 넘기기에 급급했다. 그런 장면이 여러 차례 있었다.
내가 기회를 놓치면 당연히 기회는 상대에게 가는 법...
IBK는 서브리시브와 2단연결에 대해 반성해라. 두 번 반성해라.
그리고 서브는 언제부터 이렇게 별볼일 없어진 거냐. 김희진과 박정아만 해도 원래 이런 서브 아니었지 않은가;;

도공은...
비록 이바나가 많이 때린다곤 하지만 그래도 센터 득점도 많은 편이고 국내 윙 공격수의 활약도도 상당한 편이라서
어떻게 보면 경기 내용은 괜찮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별로 애정이 안 간다.
어감독의 짜증스런 표정 탓인지는 모르겠다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어감독의 표정이 많이 거슬렸다. 당장이라도 누구 하나 붙잡고 밤새도록 갈굴 것 같은 표정;; 
날카로운 인상 때문에 첫 대면부터 느낌이 좋지 않은 편인 이정철 IBK 감독의 표정이 차라리 훨씬 온화해 보일 정도였다(...)
아니나다를까 작전시간마다 이재은 세터 붙잡고 엄청 갈구더라.
3세트 시작하고 처음 서브 넣을 때 이재은이 잠시 눈물을 닦았던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생일이라는데, 레알 지못미다;
(그래도 이기고 코트에서 생일케이크도 받았으니 위로가 좀 되었으려나?)
여기도 사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보긴 좀 어렵다.
배분은 어땠을지 몰라도 이재은의 토스웍이 공격수에게 잘 맞았다고 보긴 어렵고 (그러니 감독이 집중적으로 갈군 거겠지만)
어제 현건마냥 정줄놓은 범실들이 줄줄이 쏟아지면서 무너지는 광경도 자주 있었다.
그 중에서도 4세트는 도공 입장에서 가히 최악이었다;;
진짜 뭐 하나 되는 게 없더라. 김건모의 <서울의 달>을 BGM으로 깔아주면 딱이었을 듯.
4세트 돌아가는 걸 보면서 이거 5세트에도 IBK한테 그대로 쭉 밀려서 자멸하겠구나 하는 예상이 들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그 정도로 정신없이 무너지던데...
비록 5세트 들어 집중력 발휘해서 이겼다지만
사실 여기엔 끝내야 할 상황에서 부적절한 2단연결로 공격을 마무리하지 못한 IBK의 탓도 꽤 있고
어쨌거나 여기도 코너에 몰리니까 결국 이바나밖에 없더만...
그 서브 강한 도공이 5세트 듀스 상황에서는 이바나를 제외하곤 어느 누구 하나 강서브를 못 넣고...;;
그러고 보니 이바나도 오늘 공격범실이 상당히 많았는데 앞으로 체력이나 배분 안배를 잘 해 줘야 할 듯.
여긴 그래도 공격력이 있는 선수들이 꽤 있는 편이니 그런대로 안배는 가능할 듯.

오늘 경기 승리로 도공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제 남은 것은 3위 자리인데...
현대건설과 IBK, 흥국생명이 마지막 PO 티켓 한 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 됐다.
세 팀의 승점이 각각 40, 39, 38 이 지경이란 게 함정 ㄷㄷㄷ...
IBK는 세 경기, 흥국은 두 경기, 현건도 두 경기 이렇게 남았는데
그 중에서도 18일(일) 현건-IBK전, 20일(화) IBK-흥국전이 최고 분수령이 될 듯.
이와중에 현건을 제외한 두 팀과 경기를 치르게 될 GS의 향배도 또하나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