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2. 20:48

참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이야기도 풍성하고 결과도 풍성했던 올림픽이 또 있나 싶다. 


(출처 : http://sports.media.daum.net/london2012/medals/)


아직 복싱 한순철 선수의 결승전 경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종합순위는 이미 5위로 굳혀진 듯하다. 

금메달 13, 은메달 7, 동메달 7.

이쯤이면 10-10이라고 해서 금메달 10개로 종합 10위 안에 든다던 애초 목표를 초과달성한 셈. 


메달을 딴 종목들을 쭉 살펴보니 


펜싱 (6) - 금 2, 은 1, 동 3 

사격 (5) - 금 3, 은 2 

양궁 (4) - 금 3, 동 1

유도 (3) - 금 2, 동 1

태권도 (2) - 금 1, 은 1

체조 (1) - 금 1

레슬링 (1) - 금 1

수영 (2) - 은 2

탁구 (1) - 은 1

배드민턴 (1) - 동 1

축구 (1) - 동 1


총 11개 종목에서 두루 메달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칼질 총질 활질 등 역시 전투력 돋는 종목(...)의 선전이 돋보였;;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랐던 것은 역시 펜싱. 

사실 펜싱이라면 남현희 선수의 존재 정도밖에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 레알 금은동 안 가리고 광맥이 빵 터짐...

이번에 펜싱에서 나온 '역대 최초' 기록만 해도 벌써 몇 개인 겅미. 

역대 최초 여자 개인 (금)메달, 역대 최초 사브르 종목 (금)메달, 역대 최초 단체 종목 (금)메달, 또 뭐 있냐...

하여간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가장 놀라움과 탄성을 자아냈던 종목은 단연 펜싱이 아니었나 싶다. 

나중에 뜬 기사를 보니 펜싱협회 살림 솜씨가 좀 갑이었던 모양. 

몇 년 전부터 협회 차원에서 체육학 교수에게 연구용역 의뢰해서 장기 플랜까지 수립해 놓고 알차게 선수들을 육성해 왔더군... 

장비 지원은 물론 선수들도 꾸준히 국제대회에 내보내서 경험 쌓게 하고... 

역시 뭐든지 투자가 있어야 발전이 있는 법이다. 

헝그리 정신? 투혼? 정신력? 실질적인 물적, 인적 지원 없이 그저 맨땅에 헤딩하라고만 강요하는 게 언제까지 통할 거 같은가?? 

그거야말로 레알 무식쟁이에 미친놈 인증하는 거. 


사격도 진종오 선수의 건재함을 확인한 점과 함께 김장미라는 걸출한 젊은 여성 사수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더욱 성과가 값졌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인데 성정도 강심장인 것 같고 이미 상당한 내공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꾸준히 정진해서 한 30대 후반까지 쭉 롱런했으면 하는 바람. 


양궁도 역대 최초로 남자 개인 금메달이 나와서 레알 충격. 남녀 개인 금메달리스트가 무려 연인 사이로 밝혀져 더욱 충격. 

그리고 대한민국 양궁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

사실 양궁도 대표적인 개념 협회 보유 종목 중 하나. 배구팬으로서 참... 행정을 생각하면 펜싱과 양궁이 참 부럽다-_-


그리고 '미라클 런던'을 외치던 축구 홍명보호. 기어이 미라클 런던 작렬. 역대 최초로 축구 올림픽 메달 획득. 

토요일 새벽에 아파트 전체가 그냥 들썩들썩하는데... 

동메달 확정되고 선수들이 태극기 들고 경기장을 누비는 게 왜 글케 멋져 보이냐. 

여자배구도 같은 광경을 재현했으면 했는데... 쩝.

그나저나 축구선수들 광란의 락커룸 영상은 안 푸냐 영국전 끝나고는 강남스타일도 췄었다매


리듬체조 손연재가 결선 진출에 최종 5위까지 할 줄은 몰랐다. 중계 실황 보다가 생각보다 훨씬 잘해서 놀라기도 했다. 

이번에 안티 좀 많이 줄었을 듯.


한편 어느 대회 어느 종목이든 그렇지만 이번에도 참 드라마스런 얘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내며 가장 아름다운 은퇴 경기를 치른 

34세의 유도 노장 송대남 선수. 

별 캐ㅄ같은 개뜬금 실격 오심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맘고생까지 하고 결국 눈물까지 쏟아야 했지만 

그 힘든 거 다 견뎌 내고 끝내 값진 은메달을 두 개나 따낸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

흐르지 않는 1초 때문에 승리를 빼앗기고 1시간 동안 외롭게 피스트에 서 있어야 했던, 

그래도 꿋꿋이 인내하며 에페 단체전 은메달을 통해 자신이 승리자임을 스스로 입증해낸 펜싱의 신아람 선수.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할 정도로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자신만의 기술로 세계 최강의 체조선수가 된 양학선 선수 등. 


이분들은 메달을 떠나 그냥 그 존재 자체로 경의를 표하고 싶은 분들...


올림픽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가 하면 쪽팔린 이야기도 있었다. 

여자 배드민턴 승부조작 사태-_- 지난 겨울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태가 생각나면서 더욱 기분 묘했음. 

그때 참 배구팬으로서 화딱지 많이 났었는데. 

그때 그건 한 국가 안의 프로리그였다고나 하지 이번엔 뭐 다른 곳도 아니고 

무려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에서 그 ㅈㄹ을 해 놓았으니;; 

그러고보니 이번에 배드민턴은 남자복식 동메달 하나 말고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네. 

혼합복식은 조별예선도 통과 못하고... 

(이번에 혼합복식 예선 같이 보던 어느 분이 "ㅅㅂ 이효정 돌려놔!!!!!!!!!!!!!"를 외쳤다는 슬픈 전설이 있어)


탁구는 중국계의 벽을 도통 못 넘기고 있고...

태권도는 갈수록 경쟁도 치열해지고 외국 선수들에게 점점 밀리는 판국이고... 

(그래도 황경선 선수는 멋졌다. 올림픽 2연패 ㄷㄷㄷ)

세대교체를 단행한 여자 핸드볼은 이번에 3-4위전에서도 지면서 메달 획득 실패. 

하지만 이 팀은 이제 새로 생성되어 성장하는 팀이니까 앞으로 잘 다듬으면 정말 강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함 해 봄.


이제 우리 시각으로 내일 새벽 5시면 런던올림픽 폐막식이 진행된다. 

4년 후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차기 올림픽이 개최되는데...

그때 우리 대한민국은 어느 종목에서 어느 만큼의 메달을 획득하고 종합 몇 위에 오를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저출산이 지속되고 있고 그 영향으로 유소년 운동선수 풀이 줄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좀 부정적인 생각도 들고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활약한 김장미, 손연재 같은 젊은 선수들의 앞길을 생각해 보면 그땐 더 강해져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런던 올림픽 폐막식이 끝나는 순간부터 각국은 다시 리우 올림픽을 겨냥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할 것이다.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하지 않으면 이번 대회만큼의 성적 내기 쉽지 않을 거다.

모든 것은 지금부터 어떻게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고 기량을 키워 주느냐에 달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펜싱이 입증했듯이.

체육행정이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고, 

스포츠팬들이 '개념 협회'에 그토록 목말라하는 이유 또한 그것이고. 

그래서 말인데 대한민국 경기협회들 단디 좀 하십시다!!! 예?! 자꾸 이상한 파벌싸움 좀 하지 말고. 


그나저나 이번 올림픽에서도 여지없이 '국대팬픽'이란 게 흥하더라(...)

난 심지어 국제커플까지 등장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