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 14:55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여전히 대한민국 스포츠 팬들의 속내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혈혈단신으로 내던져지다시피 한 환경 속에서 홀로 힘든 싸움을 견딘 선수들에 대한 안타까움, 

그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할' 책임을 다하지 않은 체육연맹에 대한 비난, 

이에 대한 해결책은 커녕 아무 문제의식도 보이지 않는 채 선수들과 사진 찍기에만 바쁜 정계 사람들에 대한 분노 등.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에도... 아니 사회 전체에 걸쳐 워낙 부조리가 팽배해 있는 데다 

(오죽하면 몇 년 전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책이 전국적으로 흥했겠는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국민 위에 군림하며 자기들의 이익만 챙기고 있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다 보니 

평소에 대중들의 마음에 쌓이고 쌓여 있던 분노가 이번 올림픽에서의 여러 병크(...)를 계기로 막 분출되는 인상이다. 

하긴 동계올림픽 주요 메달밭의 에이스였던 선수가 국적을 아예 바꿔 버리고는 타국 국적으로 메달을 쓸어가는 광경을 맨눈으로 지켜본 판에 

빡치지 폭발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터... 

다른 하계 종목들의 사례까지 오르내리면서 

'이 나라는 미래가 없으니 뛰어난 선수는 닥치고 외국으로 귀화를 해야 한다'는 격한 말까지 포털사이트의 베스트 댓글로 각광받는 판인데-_-...

하지만 이렇게 감정적인 말들만 쏟아낸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게 더 문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문체부 산하에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가 개설되는가 하면 

한국스포츠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심포지엄 자리가 속속 개최되고 있는데... 


사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냉정한 의견들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제한되어 있는 재화를 가지고 모든 종목의 모든 선수를 지원하기도 힘들 뿐더러 

스포츠 강국이라고 불리는 주요 선진국들엔 정작 우리나라의 태릉/진천선수촌 같은 지원 방식이 없다는 주장이 그것. 

보통은(특히 개인종목의 경우) 국가 예산이 아닌 자비+스폰서 후원비를 가지고 훈련비를 충당하며 

소속 스포츠클럽(단체종목의 구단 같은)에서 코치와 시설을 공유하며 자기에게 맞는 식으로 맞춤 개인훈련을 한다는 것. 

실제로 외국 선수들 중에 직접 식당 알바 등을 해서 훈련비를 충당했다거나 일종의 소셜 펀딩으로 훈련비를 모금받은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

체육연맹이 선수 관리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도 맞고 조직사유화 같은 병맛 파워게임에나 몰두하고 있는 것도 맞고 이런 건 대차게 까이는 게 맞지만 

닥치고 연맹이 다 해 줘야 한다 이건 아니다... 라는 소수(...) 의견도 인터넷에서 접해 봤는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기도. 

그보다 대한민국 체육연맹 따위에 더 이상 기대할 게 뭐가 남았냐는 게 문제

내가 보기엔 존재할 이유부터가 없어 보임

이럴 바엔 걍 다 문체부 직영으로 쓸어넣는 게 낫지 않을까?


결국 가장 좋은 해결책은 개인 선수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시설... 그러니까 스포츠 인프라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놓고 

그 이상은 Let it go 선수들의 자유의지에 맡기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은데. 

일반 대중을 위한 스포츠 시설은 그런대로 보급이 된 것 같지만 그러나 끝없는 야근과 회식 크리로 인해 갈 날이 없지 

그보다 좀 더 좋은 시설과 (기존 일반 시설보다 약간) 높은 가격을 책정해 놓고

전문 선수와 돈 좀 있는 양반들을 주 대상으로 운영하는 VIP성 스포츠 클럽을 도입해서 

위에 언급한 외국의 경우처럼 이용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돈 있는 스포츠 애호가들이 클럽의 돈줄(...) 역할을 하고 

충분한 자금력이 있는 선수들은 위의 애호가들 경우처럼 자기 돈 내고 쓰고 싶은 대로 클럽의 시설을 사용하고

돈 없는 선수들은 이 클럽 소속 스태프로 계약을 해서 돈줄(...) 애호가들의 개인교습 등으로 훈련 비용과 생계 유지를 해결하고 

그 외 시간은 클럽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식으로 보낸다면?

한편 선수 관리와 훈련 프로그램 세팅(?) 등을 할 코치 등 전문 스태프들은 선수들의 의견에 따라 그에 맞는 초빙하는 식으로 하고.

임금은 클럽의 운영 자금으로 지급하고 말이지.

각 클럽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클럽끼리 연합을 해서 

종목별로 다양한 상업적 성격의 국내외 대회를 열어 선수들이 상금킬링(...)을 할 장을 마련해서 선수들의 또다른 수입원을 창출하는 건 또 어떨까.

이러면 종목별로 일종의 세미프로 리그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듯...

그리고 클럽의 건물주는 클럽에서 자릿세를 받아 부동산 수익을... 쿨럭


그러니까 한마디로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조합이나 길드처럼 함께 운영해 나가는 전문 스포츠 클럽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 자체를 통째로 재편해 보는 아이디어도 나름 고려해 볼 만 하지 않나 싶은데... 

그리고 연맹 따윈 버리는 거다

어쨌든 엄연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선수생활을 가능하게 할 대책도 결국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방식에서 나올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잘하면 이런 시스템 자체가 하나의 좋은 창조경제 새로운 산업분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병크나 터뜨리는 연맹 대신 이런 상업적(?!) 클럽들의 조합이 연맹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는 것이고.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어설픈 망상이고, 

정식으로 이 대한민국 스포츠 사회에 적용될 만한 근본적인 대책은

이런 쪽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해 온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논의를 해서 결과를 좀 잘 도출해 줬으면 하는 바람. 


대체 언제까지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기사 댓글란에 '이 나라는 희망 없다 어서 귀화해라' 이런 말들이 넘치는 꼴을 계속 봐야 하냐고. 

이제라도 문제 해결이란 걸 좀 해 봅시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