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5. 21:47

말 많고 탈 많던 11-12 V리그 시즌도 이제 거의 끝나간다. 

이제 남은 것은 남녀 챔프전뿐. 

여자부는 이미 4차전까지 진행되었고 오는 일요일(4.8)에 마지막 5차전을 치른다. 5전 3선승제에서 5차전까지 갔다는 것은 한마디로 갈 데까지 갔다는(...) 얘기. KGC와 현대건설이 지금 나란히 2승 2패다. 오늘 있었던 4차전에서 현대건설이 3-0으로 KGC를 제압했다. 

같은 팀블로그의 심미주의님은 인삼의 최종우승을 점치셨지만 내 생각은 약간 다르다. 더욱이 이렇게 마지막 한 경기만 남은 시점에서는 더욱. 

시즌 내내 기복 없이 잘해 온 몬타뇨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종병기 그녀이긴 하지만 KGC의 공격 루트는 사실상 몬타뇨가 유일하다. 몬타뇨가 30득점 넘게 할 때 그 다음 득점자는 4,5점 정도에 그치는 게 다반사이고, KGC의 센터진이 블로킹은 강점일지 몰라도 공격에서의 활약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공격면에서 몬타뇨의 파워와 타점 외에 의존할 곳이 전무한 게 사실이다. 반면 현대건설은 황연주와 브란키차, 센터의 양효진과 김수지 등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가지고 있다. 한두 명이 막혀도 다른 데서 뚫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몬타뇨가 한 번 막히기 시작하면 답이 없는 인삼에 비하면 그래도 꽤 나은 편인 셈. 

배구란 게 결국은 공격을 해서 득점을 해야 이기는 경기라는 지론이 생긴 터라 요즘은 공격 루트가 다양한 팀에 더 점수를 주고 있고 실제로도 그런 팀들이 경기를 더 쉽게 풀어나간다고 느끼고 있는 참이다. 게다가 KGC의 수비가 쩔게 좋은 것도 아니고... 2차전만 해도 이연주가 서브에이스를 혼자 4개나 맞고 나가떨어지면서 현대건설이 쉽게 이기지 않았던가. 

서브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현건은 서브 면에서도 KGC보다 좀 더 앞서 보인다. 올 시즌 정규리그 서브 순위만 봐도 10위권 안에 현대건설 선수들이 3명(황연주, 양효진, 염혜선)이나 들어가 있다. 황연주야 원래부터 알아주는 서버였지만 양효진과 염혜선의 서브도 은근히 까다로운 듯. 반면 KGC의 서버들 중 정규리그 10위권 안에 들어 있는 선수는 몬타뇨가 유일하다. 한유미와 한수지도 서브 좀 때린다지만 현건 서버들에게 가려져서인지는 몰라도 이번 챔프전에서는 그닥 눈에 띄질 않고 있다. KGC의 서브가 약해 빠진 건지 현건의 서브가 워낙 강한 건지, 아니면 KGC의 수비가 안습인 건지 현건의 리시브가 좋은 건지 가래 타기 힘들긴 하지만 기선제압 면에서 영향이 상당한 서브에서 현건이 더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하는지라 난 조심스럽게 현대건설이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남자부는 작년 시즌의 리턴매치다. 삼성화재vs대한항공인데...

요새는 남배를 아예 안 보고 있다. 다만 어제 있었던 PO 대한항공vs현대캐피탈 전이 오지게 웃겼다는 얘기만 스치듯 들었을 뿐.

농구 쪽에서는 관객들이 코트로 물건 던지고 양팀 선수들이 사이좋게 바닥을 닦았다는(...) 도시전설스런 말도 전해지던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지만 이래저래 잡음이 좀 쩔어 줬다는 후문이 있다. 

뭐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

이번 남배 챔프전은 작년처럼 일방적인 스윕전으로 끝나지 말고 좀 끝까지 티격태격하면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올 시즌 프로남배 경기도 이제 많아 봐야 5경기 남았는데 화려하게 잘 마무리해서 남배팬들에게 좋은 기억 남겨줘야지.


2012. 4. 2. 11:13

승부조작 파문 지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이번엔 스카우트 비리설...

프로배구 감독들도 연루되었다는 기사가 인터넷 포털에 뜬 거 보고 ㅎㄷㄷ...

올해따라 배구판에 마가 끼었나 

왤케 바람 잘 날이 없는 겅미;;

2012. 3. 19. 16:30
드디어 승부조작 사건 연루 선수 징계 결과 발표가 났다. 
하도 미뤄지고 미뤄지길래 발표 영원히 안 하는 줄 알았다
자진신고한 홍정표를 제외한 11명의 선수가 영구제명되는 걸로 일단락. 
그런데 영구제명 선수 명단을 보다가 전엔 못 봤던 몇 명의 이름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제명 대상자 명단>
남자 : 김상기, 박준범, 임시형, 최일규(이상 KEPCO), 김영석(대한항공), 최귀동, 강동진, 신요한, 송문섭(이상 상무)
여자 : 전민정, 전유리(이상 흥국) 

강동진에 신요한이라.......
한 명은 대학 시절부터 주목받던 주력 레프트 공격수였고 한 명은 삼성의 리베로 후계자였는데...
나 참........

그나저나 이걸로 정말 다 끝난 거 맞겠지?
또 시즌2가 기다리고 있다든가 추가 용의자가 더 있다든가 이러지는 않겠지?

배구가 이런 불미스런 문제로 세간에 오르내리는 일은 제발 이번 한 번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2012. 3. 9. 00:02

http://sports.media.daum.net/volleyball/news/breaking/cluster_view.html?newsid=20120305172517066&clusterid=526981&clusternewsid=20120308173142945&p=seouleconomy

"검찰이 프로배구ㆍ야구 승부ㆍ경기조작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선수와 브로커 등 20여명을 다음주 초에 일괄 기소하고 14일께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프로배구ㆍ야구 승부ㆍ경기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대구지검의 박은석 2차장검사는 8일 "다음주 중반 프로배구와 프로야구 승부ㆍ경기조작과 관련한 수사 상황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다만 프로야구 경기조작 수사는 올 시즌 개막 일정과 관계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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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2월말이라고 했다.
그 다음엔 3월 초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제(3월 8일) 기준으로 다음주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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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를 하긴 하는 거냐???............

2012. 3. 5. 17:11

(미디어다음스포츠 배구섹션 첫화면 캡처)


스포츠포털의 배구섹션 제일 첫 화면에 아주 큼직하고 당당하게 몰.빵.배.구.라고 써붙였다...
언론이고 팬이고 일반인이고를 막론하고 모두들 몰빵배구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거 보니 그냥 웃프다;;;

물론 위 기사에 달린 댓글들의 내용이 호의적일 리 없다. (예로부터 포털 댓글은 그냥 악플 소굴이라는 말도 있다지만)
근데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 들어가 봐도 반응들이 비슷하다. 한마디로 좋은 소리는 못 듣는다는 얘기다;;

프로스포츠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이기는 것이라는 어느 분의 명언(...)이 있긴 했지만
이런 우승을 마냥 기뻐해야 하는 걸까 하는 자괴감이 자꾸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냥 관념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던 팀이 이런 식으로 여러 번 우승하던 팀이었기 때문에 그렇다.
수 년 동안 그 팀의 팬으로 살면서 내가 느꼈던 상념들 때문에 그런다.
물론 팀이 우승하는 순간에는 마냥 기분이 좋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기쁨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면서 앞일 걱정부터 먼저 들곤 했다.
이래 가지고 내년에는 어떻게 꾸려 갈까, 저 외국인 선수 남기는 할까, 바뀌면 그 바뀐 선수는 지금 저 선수처럼 잘 할까,
다른 선수들은 지금보다 나아질 가망이 있는 것인가...

그리고 기쁨은 나눌수록 배가 된다는데 내 팀이 이겨도 오랫동안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줄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잠깐 버로우 풀고 나와서 씐 좀 내고는 다시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몇몇 팬들만 넷상에서 목격했을 뿐이었다.
혼자 좋아하다 김빠질 때 느끼는 그 우울함이란 게 사람 기분을 얼마나 초라하게 만드는 것인지.

실제로 몰빵은 몰빵대로 하고 우승은 우승대로 못한 시즌이 있었는데 그땐 정말 암담하단 생각밖에 없었다.
경기는 경기대로 이렇게 해 놓고 그나마 이기지도 못했으니 이건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고 이게 무슨 꼴인가 하고.
그 시즌 당시 팀이 정규시즌 우승은 했었지만 그때도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가는 못 받았었다.
보정성(?) 기사들이 몇 개 있긴 했지만 허울 좋은 소리라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봤다.
그래봤자 몰빵은 몰빵 아니냐고. 저렇게 우승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이게 단순히 치부할 말이 아닌 게 
평소 다른 종목의 스포츠나 드라마 등을 주로 보는 평범한 네티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 적잖이 나오던 말들이었다. 

세월이 흘러도 그 몰빵 강도가 늘면 늘었지 줄진 않았다. 그러면서 우승은 우승대로 하고...
그래서 심지어 '한국배구 앞길 가로막는 주범'이란 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다.
주공격수 혼자서 막히든 나가든 줄창 기계처럼 때려대는 경기 내용이 보기 재미있을 리도 없고.
재밌게 지는 것보단 재미없게 이기는 게 낫지 않냐는 의견도 있지만
요즘 같아선 재밌게 지고 사람들에게 인기 좀 얻는 편이 재미없게 이기고 외면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낫지 싶다.
물론 재미없게 지고 외면당하는 것이 제일 비참한 일이겠지만;;

가빈화재, 몬타공사... 넷상에 자주 오가는 별칭들이다.
팀이 아무리 우승을 해도 사람들은 오직 가빈과 몬타뇨만을 기억하고 칭송할 뿐,
그들이 정상에 올려놓은 팀에 대해선 그리 대단하게 생각지 않을 것이다.
좋은 용병 둬서 쉽게 우승한 팀이라고 생각하겠지. 
꼭 용병의 힘만으로 우승한 건 아니라고 아무리 반박을 한다고 해도 사람들의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 우울한 건 그러거나 말거나 내년 시즌에도 이른바 몰빵배구는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사실 이기는 데 이것보다 빠른 지름길은 없으니까.
어차피 구단이 흥행으로 수익 내서 독립적으로 먹고사는 구조도 아니고 모기업의 명예;;를 위해 존재하는 체제인데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우승만 할 수 있다면 뭔들 못하랴. 막말로 팬들 반응이 구단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분명 변화의 바람이 필요한 시점이긴 한데, 그게 언제쯤에나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런 기대는 일찌감치 접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하는 우울한 생각도 들고.

요샌 배구를 보면 볼수록 왜 자꾸 '우울'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