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2. 17:08
지난 시즌 내가 삼성에게 지극히 실망스럽고 불만스러웠던 게 뭐냐면...

가빈 외 다른 선수들이 공격을 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거였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생판 모르는 관중이 보고 느끼기엔)

수비가 되고 그 다음에 반격을 해야 할 상황인데 센터고 레프트고 다 가만히 서서 가빈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달까?
솔직히 가빈 외에 아무도 공격을 안 하는데, 그러면 상대 팀에서는 당연히 가빈만 쫓아다니지.
그렇다고 가빈을 놓고 기습적으로 다른 쪽으로 토스 뽑는 장면도 지난 시즌엔 없다시피 했고.
그러다 보니 공격면에서 (사실상) 가빈 홀로 고생이 극심했다.
가끔 속공이나 레프트 공격이 나오긴 했지만 그 정도 빈도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훨씬 더 많았어야 하는데...
삼성의 일반적인 공격 패턴은... 가빈이 뚫거나 걸리거나 압도적인 타점으로 제압하거나 이 셋 중 하나였던 거 같다.
지난 시즌 리시브가 많이 흔들린 탓도 있었지만 그래도 시즌 내내 이런 식으로 안이하게 풀어가면 안 되는 거였다.

예전에 포스팅한 글 중에 이런 게 있었다. 배구의 주요 세트플레이에 대한 기사를 링크한 것이었는데...
그 기사엔 '속공은 속도로, 시간차는 눈속임으로, 이동공격은 공간이동으로 상대를 속인다' 는 언급이 있다.
지난 시즌의 삼성은 저 중에 어느 것에도 해당되는 공격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시종일관 가빈 한 사람을 앞세운 정면돌파였을 뿐...
최태웅이 있을 때는 그런대로 속공도 활용했고 하다못해 가빈을 데리고 이동공격도 쓰고 시간차도 쓰고 중앙후위도 쓰고 그러던데
지난 시즌엔 그런 세트플레이를 본 기억이...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오래 전부터 국제배구의 대세로 굳어졌다는 스피드배구.
선수들의 파워와 운동능력이 상승하면서 서브 강도는 세지고 덩달아 리시브는 약해지고 블로커의 움직임은 기민해지고
그러면서 세트플레이를 통한 눈속임이나 공간이동으로 블로커를 따돌리는 게 의미가 없어지면서 
블로커를 따돌릴 수 있는 카드가 속도 한 가지밖에 남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공격 속도를 최대한 높이는 길을 선택하면서 스피드배구란 게 대세로 정착했다지.

어쩌면 그 스피드배구란 게 가장 필요한 팀이 지금의 삼성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세대교체는 이루어졌고 이 선수들의 수비력이 예전 세대와 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석진욱의 리시브에 의존할 수도 없는 거고...
(그런데 석진욱이 리시브를 한다고 한들, 어지간하면 주포한테 공이 다 가지 않을까)
따라서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삼성이 세트플레이 쓰는 건 더더욱 보기 어려워질 것 같다.

공격으로 몰아붙이자니 공격수들 중에 거포다운 선수도 없다.
FA로 들어온 라이트 박철우조차 타점이나 파워면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선수는 아니다. 장병철같은 테크니션 타입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가빈처럼 블로커와의 정면승부가 가능한 공격수가 삼성에 얼마나 있나.
레프트들 신장이 다 190대 초반 정도인 데다 이들 중 힘이 장사셨제st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공격수들의 개인적인 역량도 특출나지 않은데 수비도 예전만 못하니 세트플레이도 시도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스피드 강화를 유일한 해결책으로 내놓는다.
블로커를 뺄 수 있는 세 가지 카드 중 눈속임과 공간이동을 쓸 수 없으니 남은 것은 스피드밖에 없잖겠음?

그러나 지금까지 삼성은 줄창 힘있고 육체 강건한 용병 한 명에게 의존해서 힘으로 뚫는 전략으로 일관해 왔고
이게 지금까진 통해 왔지만...
갈수록 이건 정말 사람 할 짓이 아니란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닥 경제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만약에 지금 용병제가 없고 팀에 가빈 비슷한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공격수가 단 한 명도 없다면 삼성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앞서 언급한 대로 공격도 수비도 다 변변치 않은 상태라면?
그나마 큰 공격이 가능한 선수에게 몰빵하는 길을 택했을까?

언제까지 안젤코나 가빈 같은 철인같은 외국인 선수가 계속 삼성에 온다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그 선수가 있냐 없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 사이를 내달리는 팀은 진정한 강팀으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팬으로서 삼성이 진짜 강팀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한가지 제언을 해 본다.
굳이 지금 당장 닥치고 스피드배구를 도입하라고 말하진 않겠다.
궁극적으로는 그 방향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지만 당장 모든 걸 바꾸긴 어려우니까.
뭐 쓰다 보면 스피드배구와 다르지 않은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삼성에게 그나마 가장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어차피 그냥 나 혼자 끄적이는 걸로 그치겠지만.

.
.
.

위의 조건에 맞춰 나름대로 생각해 본 내 답안은 이거다.

출처 : OSEN (http://j.mp/mm1fWZ)

센터 가용폭을 최대한 늘렸으면 한다.

센터가 공격에 많이 가담하냐 안 하냐에 따라 주포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그나마라도 덜어질 것 아닌가.

상대 공격수들 쫓아다니느라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는 포지션이라고는 들었지만
신입 센터도 둘이나 더 들어왔고 따라서 로스터상 센터가 넷인데
경기마다 네 명이 고루 기용되면서 자주 속공을 시도했으면 하는 것이다. 
페이크만 뜨지 말고 진짜 속공.
지난 시즌 조승목이 하는 속공을 보니 빈도는 적었지만 가끔 때리는 거 보면 개중엔 제법 강하게 때리는 것도 몇 있던데,
리시브가 나쁘든 랠리중이든 가만히 서 있지만 말고 세터에게 공이 가는대로 바로바로 뛰어들면서 강타를 때려 줬으면 한다.
한마디로 윙 공격수들이 하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공을 향해 뛰어들라는 얘기. 세터에게 공 달라는 신호도 자주 강하게 해 주고.
우캐의 신영석마냥 센터가 주포 비스무리하게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센터가 공격면에서 좀 도와 주는 것과
페이크만 몇 개 뜨고 마는 것과는 천양지차가 아닐까?
센터가 공격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라이트 주포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약한 레프트도 어느 정도 공격하기 수월해질 테고.
리시브가 여의치 않아 세터의 공이 불안할 때도 많을 것이다.
그런 경우라도 우겨넣을 수 있는 볼 처리 능력을 센터도 필히 갖춰야 할 것 같다.
그러자면 불안한 공을 강타로 처리할 수 있는 개인적 스킬도 가다듬어야겠지. 이런 걸 좀 집중적으로 트레이닝할 수는 없는지 묻고 싶다.
센터의 주 임무가 블로킹이라지만 난 블로킹면에서 그렇게 강하지 않았던 삼성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탓인지
센터에게 블로커로서의 기능은 그리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다.
대신 속공수로서의 면모를 많이 기대하는데, 그동안 그 점이 미흡해서 그게 많이 불만스러웠었다.

물론 세터 역시 어지간해선 흔들림없이 속공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계속해서 속공 시도를 해줘야 할 것이다.
리시브 안 좋다고 자꾸 안 하려고만 하지 말고 틈날 때마다 속공하려고 세터도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매 경기마다 센터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앞세운 속공을 자꾸 하다 보면
센터의 공격력도 세터의 볼배분 능력도 지금보다는 많이 나아지리란 기대를 홀로;; 해 본다.
(중앙 속공에서 토스를 좀 더 길게 쏘면 그게 좌우 C퀵이 되는 거니까 잘 쓰면 윙 공격수의 빠른 공격도 유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 이참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레프트들도 리시브 디그에만 신경쓰지 말고 공 쪽으로 바로바로 대시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다.
리베로도 있고 레프트도 두 명인데 레프트 둘 중 한 명이 수비하고 넘어진다 해도 나머지 한 명은 공격을 할 여지가 있지 않은가.
(사람들이 그토록 레프트의 중앙후위를 많이 강조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마 이것일지도...)
후위에 있다고 그냥 수비 준비만 하지 말고 할 수 있다면 백어택도 부지런히 해 줬으면 한다.
어차피 공격은 라이트가 제일 많이 할 테니 레프트가 가끔씩 기습적으로 해 주면 성공 확률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적은 것처럼 센터들이 부지런히 블로커를 떨궈 준다면 더더욱.

배구는 세터싸움이라 했다. 사실 그 말은 맞다. 세터가 공을 줘야 공격수가 공격을 하니까.
그러니 세터는 어떤 경우가 됐든 다양한 곳으로 공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격수들이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세터 혼자 애쓴들 소용이 없다.
기회는 공격수가 스스로 만드는 거다. 적극적으로 콜하고 덤벼들고 깎아치고 밀어치고 내리꽂고 이런 것은 다 공격수가 하는 거다.
세터가 이런 것까지 해줄 순 없다.

어쩌면 요즘 배구는, 공격수 스스로 얼마만큼 해내느냐에 달렸는지도 모른다.

두서없는 이야기였지만 결론은 이거다. 세줄요약하자면―

용병 혼자 공격하는 거 이젠 보기 싫다. 국내 선수들도 공격에 대한 야성을 마음껏 드러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센터와 레프트, 당신들도 공격수 맞다. 그러니 공격을 해라. 블로커나 수비수에만 자기 역할을 국한시키지 말란 말이다.

세터도 이 친구들한테 토스 좀 열심히 주고. 리시브 불안 때문이란 핑계는 이제 더 이상 팬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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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15. 03:27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ketball&ctg=news&mod=read&office_id=144&article_id=0000125536

"신 감독은 지난 시즌 V리그를 평정했던 역대 최고 용병 가빈을 레프트로 돌리고 박철우에게 주전 라이트를 맡기기로 했다.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정을 조기에 내린 것이 박철우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큰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배갤에서 이 얘기가 설왕설래던데...
갠적인 생각으로는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아, 난 디씨에 실명인증하기 싫어서 배갤에 글 절대 안 쓰는 사람이니 오해 없기 바라고)

사실 저게 내가 가장 바랐던 스타일이기도 하고...
이번 코보컵 보면서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삼성이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게 끈질긴 디그에 이은 반격 작전인데...
공이 완전히 바뀐 이번 시즌부터는 저 컨셉을 계속 고수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리시브하기도 까다롭고... (신감 성향상 리시브에 공을 많이 들일 걸로 보이지만 그래도 한계가 보임)
이번에 현대가 하는 걸 보니 그야말로 강서브에 이은 블로킹, 또는 화력싸움으로 가는 것이 대세가 될 것 같은데...
단 한 명의 거포에 여러 명의 깨알같은 보조 공격수, 그리고 주 컨셉이 리시브와 디그에 이은 세트플레이..
이 전략으로는 다음 시즌에서 버티기가 힘들 것이다.

내가 신감이 아니니, 그리고 신감의 의중을 알 길이 없으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즌을 끌고 갈지는 알 수 없지만
나 자신이 신감의 위치에 있다면 난 이렇게 할 것 같다.
가빈에게 리시브를 가르치긴 가르치되 완벽하게 세터에게 올리는 것은 포기하고 일단 코트 안쪽으로 높게만 띄우는 정도로 한다.
대신 리시브→공격 전환 속도를 올리고 그 과정에서 공격 폼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것 같다.
리시브 폭탄 맞아도 바로 공격이 가능하게 하는 거지.
이번 코보컵 때도 보니 김정훈이 중앙후위 시도 몇 번 하던데...
가빈이 원래 후위공격에서 위력적인 선수니까 저걸 주 무기로 하면 되겠다.
라이트에 박철우도 있고 하니까 예전처럼 가빈 혼자 다 때리는 일 없이 라이트에도 볼배분을 고루 해 주면 될 것이고...
김정훈이나 신으뜸에게도 마찬가지 원리를 적용하고...
그래서 세 윙의 공격력을 최대화하는 쪽으로 운영 컨셉을 가져갈 것 같다. 나라면.
이번 시즌은 정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 같아 보여서 말이다.
이렇게 구성하면 공격 패턴은 대략 리시브에 이은 세트플레이보단 강하고 빠른 공격 쪽으로 가게 되겠군.

그나저나 저렇게 되면 세터와 라이트의 역량이 관건이 되겠는데..
발목이 아픈 유광우가 맘에 걸린다. 저렇게 되면 시종일관 계속 뛰어다니면서 빠른 토스를 쏴야 한다는 말이 되니...
박철우의 결정력도 중요하고...
현대가 세계최초로(?!!!!!) 세터 불펜 체제를 쓴다고 하는데 삼성도 같이 써야 할 것 같다 ㅋㅋㅋㅋㅋ
내가 앞서 적은 저 운영방식대로라면 유광우 혼자서는 절대 무리다.
신선호의 빠른 발전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런데 박철우는 국대도 가니 그렇다 쳐도 국대 경기 기간 동안 감독 없이 훈련해야 할 세터들 조련은 어떻게 하지 OTL
2010. 7. 3. 17:49

일전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v.daum.net/link/6343468

'댓글수집용 포스팅'이라는 태그가 무색하게 단 한 건의 댓글도 달리지 않았지만 ㅋㅋㅋㅋㅋ

이제와서 새삼 국대 소집 기간 한 달이 짧은가? 긴가? 에 대한 고찰을 다시 해보게 된다.

긴 유럽 리그 기간을 마치고 급하게 소집해서 1~2주 가량 맞추고 나오는 일이 대부분이라는 타국 국대 얘기를 보면
한 달이 긴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짧은 것 같다 ㅋㅋㅋㅠㅠ 
그냥 왠지 그렇다.
유독 우리가 더 많이 헤매는 것 같고...

실력 자체가 처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행정 문제, 엔트리 선발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 한 번 집중해 보고 싶은 문제는 이것이다.

국제대회에서 보게 되는 배구와, 외국(주로 유럽)리그에서 구사하는 배구, 그리고 우리나라 V리그의 배구.
첫번째와 두번째는 성격이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두번째 케이스에 속해 있던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나와서도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된다.
호흡도 금방 맞춰질 거다.
반면 첫번째와 세번째는?
V리그를 보다가 월드리그를 보니, 우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오면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워낙 이질적이다.
쓰는 공이나 상대하는 팀의 스타일이나 모든 것이 다르다.
우리 선수들은 저런 환경에서 살아오지 않았다(응?)
그래서 아무리 다른 팀들보다 더 일찍 소집을 해서 훈련을 한다고 해도 국제대회에서 제 기량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실제로도 갖고 있는 기량이 좋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내가 비록 배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을 조금이라도 빨리 올릴 방법을 찾는다면
국내 리그의 환경을 국제대회의 그것과 비슷하게 맞춰 주든지(공인구 등)
일본 여배 대표팀처럼 일찌감치 국대 멤버 확정해 놓고 온갖 자잘한 국제대회란 국제대회는 다 찾아다니면서 뺑뺑이를 돌든지
하여간 조금이라도 더 그런 쪽에 노출을 시켜서 국제배구에 대한 적응력을 꾸준히 가져가야 할 것 같다.
안 그러면 맨날 국제대회와 국내 리그라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헤매는 현상을 무한반복할 것 같아서다.

그런데 참... 이게... 다른 포스팅에도 많이 써 온 얘기지만
해결할 일이 너무 많아서...
국대의 국제 경쟁력 문제는 참 풀기 어려운 장기 과제가 될 것 같다...
그나저나 난 국대빠도 아니고 국대에 별 기대도 없는데 왜 이렇게 국제대회에 신경을 쓰게 되는지 모르겠다 ㅋㅋㅋ
좋은 소리 못 듣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성적은 성적대로 안습이고...
뭐 그런 상황인 지금의 국대가 워낙 측은해서 그런가 보다..
2010. 2. 20. 22:40

오늘 경기를 보던 도중에 문용관이 하던 말이 생각나서 그냥 써 본다.
외국에선 수비수가 공을 높이높이 띄워 놓으면 세터가 공 아래로 뛰어가서 토스를 하는데
세터 외에 공 가까이에 있는 선수가 2단연결을 해 주는 게 더 낫다는 얘기였다.
곧 터진 체육관 정전크리에다 여배 몰빵매치(...)까지 겹쳐서 이 이야기는 유야무야 묻혔지만
자칫 상당한 임팩트를 몰고 올 뻔했다 ㅋㅋㅋ

뭐 내가 쓰려는 얘기는 다른 게 아니고,
'수비수가 공을 높이높이 띄워놓으면 세터가 공 아래로 뛰어가서 토스하는' 배구에 대한 거다.
옳은 건지 그른 건지 판단할 수는 없다.
아니 애초에 배구의 방식에 대해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하다는 기준은 있을 수 있겠지만...

해외 남배를 몇 경기 봤다. 꼼꼼하게 보진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면...
아닌게아니라 정말 서브리시브를 최대한 높이높이 띄워 올려 놓고 세터가 공 아래로 뛰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다른 게 아니라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 맞춰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하나의 생존 방식이었다.

하드웨어도 뛰어나고 기본적인 파워가 있다 보니 거의 전원의 선수들이 폭탄같은 강서브를 때려넣는다.
거의 맘먹고 때리는 백어택 수준...
손을 대면 펑 하고 튀어오를 정도.
그러니 정말 세터에게 완벽하게 올려주기 어려워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런 전략을 택한 것 같다.

공격수는 일단 리시브를 최대한 높이 띄워올린다. 그리고 공격 위치로 뛰어간다.
공이 올라갔다가 낙하하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동안에 세터가 공 밑으로 들어가고, 공격수들이 공격 위치를 잡는 시간이 좀 생길 것이다.
세터의 손끝에 공이 도달했을 때 공격수들은 이미 공격 위치에 들어가 있겠고,
외국의 세터들이 보편적으로 토스가 다 빠르다고 하니까
셋업 상태에서 공격수에게 토스하는 시간은 눈 깜짝할 새겠지.
그렇게 해서 토스하기가 무섭게 공격수 스파이크.

한마디로 세터가 토스해야 할 지점에 공격수가 미리 가서 자리잡고 있으면
세터는 공격수가 있는 지점을 확인하고 바로 최대한 빠르게 쏴주고
공격수는 동시에 바로 점프해서 세터에게서 날아오는 공을 받아 때리는 시스템인 것 같다.
리시브는.. 공을 세터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대신 세터가 공 쫓아갈 시간을 벌어주고
자신은 얼른 공격 위치로 가서 세터가 토스할 지점을 선정해 주는 개념?
외국 배구의 공격패턴이 거의 퀵오픈과 중앙후위로 이루어진다는데 이게 이유인 듯도....

어느 것이 더 우등하고 더 열등하고를 가를 수는 없다.
하지만 국제대회 같은 데 나가서 상대의 강서브에 떡실신 되고 세트플레이를 쓸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어차피 기껏해야 겨우 1,2개월 남짓 맞춰서 나가는 급조팀에게 오랜 시간 다져야 할 조직력이 있을 리도 없고)
저 방식에 대해 연구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이 소화해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외부의 새로운 것을 접목하는 것이든, 이전까지 없던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든
아니면 원래 갖고 있던 플레이를 고수하거나 자체적인 보완책을 찾는 것이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확실히 선행되고서야 다음 단계를 기약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아는 것도 쥐뿔 없으면서 이런 글 쓰려니 좀 후덜덜하네 ㄷㄷㄷ
다른 챗갤러님들 다 어디 갔냐능 ㅠㅠ
2010. 1. 24. 22:30
이 배구 저 배구 안 가리고 보다 보니
팀마다, 리그마다, 지역마다 배구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붕어빵처럼 다 똑같으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거겠지.

지금까지 내가 보아 왔던 배구는...
국내 남녀 프로리그(=V리그), 남녀 국대경기(월드리그, 그랑프리), 
제레미님한테 제공받아 본 유럽 여배경기 몇 편,
LAOLA TV라는 사이트에서 가끔 들여다 본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
문성민이 독일에 가 있을 당시 새벽에 아프리카로 봤던 독일 리그 경기,
그리고 최근에 띄엄띄엄 본 김연경의 일본 여배 리그 경기..
(의... 의외로 많다)

대충 이 정도 되는 것 같다.

저 경기들에 대해 제각각 세밀하게 평을 하기엔 내 내공이 너무 후달리므로 패스하고...
그냥 느낀대로 쓰자면

1. 국내 리그 :
   수비를 중시한다. 리시브에 이은 세트플레이(이동시간차 등)를 즐겨 한다. 용병에 큰 공격을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큰 공격에 의존하다 시망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이른바 몰빵논란이 여기서 출발한다;

2. 국제 경기 및 유럽 리그 : 
   토스의 스피드를 중시한다. 속공과 퀵오픈이 주류를 이룬다. 여배의 경우 외발이동공격이 많고, 남자는 시간차백어택이 많다. 
   랠리가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다. 강서브가 많다 보니 서브에이스/서브범실이 난무한다.

3. 일본 여배 리그 : 
   수비가 강하다. 민첩한 움직임이 강조되는 것 같다. 긴 랠리가 이어질 때가 많다. 많이 보지 못해서 길게 표현하기 어렵다.

어느 것이 가장 바람직하냐고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2번을 찍는다.
우리나라도 당연히 2번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국내 리그는 완전히 구식이고, 국대 나가면 힘도 못 쓰고 항상 깨지니까,
하루빨리 2번 스타일로 개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의견에도 일리는 있다.
지금 국제적으로도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2번 스타일이, 강서브가 난무하는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된 스타일이라고 하고
1번 스타일이 리시브가 흔들릴 경우 제 플레이를 하기 버거워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2번 스타일의 장점을 최대한 많이 수용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런데...
그냥 단순히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바라봤을 때...
2번 스타일은 왠지 재미가 없다;;
랠리가 너무 길어도 토나오지만 랠리가 너무 없어도...-_-;
그리고 속도감은 있는데 만들어가는 재미랄까? 그런 게 좀 없다. 
그래선지 여배 경기는 그런대로 재밌게 보는 편인데 남배 경기는 도저히 못 보겠다;;;
아주 수준이 높은 경기라는데 난 그랬다...

난 공격수들이 좌우로 많이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해외 여배 경기를 그런대로 어려움 없이 보는 건 외발이동공격이 자주 나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센터와 윙이 같이 묶어 돌아가는 이동시간차도 좋아한다.
속공과 퀵오픈도 좋아하는데, 이런 간결한 패턴과 복잡하게 엮어서 움직이는 세트플레이가 적절하게 잘 어우러져서
다양하고 아기자기하게 경기를 만들어 가는 게 좋다. 
착실한 수비와 2단연결도 중시한다.
결국, 내 취향은 리시브가 잘 되었을 때의 1번 스타일에 가깝다.
물론 빠르면 당연히 좋고...

누구나 각자 자기만의 취향이 있을 것이다.
내 취향은 아무래도 요즘 어딘가에서 환영받기는 아주 글른 스타일인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누구나 개인의 취향은 충분히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바람직한 배구의 형태는 정해져 있을지 모르지만,
각 리그의 성향이나 팀 컬러, 그리고 각 개인이 선호하는 배구 스타일은
그 자체로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PS. 나의 삼성이 이런 내 취향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 주는 경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ㅠ 힘든 줄은 알지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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